하루 만에 끝난 초등학교 4학년의 가출 소동
나 가출할 거야. 엄마 미워서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청바지’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등교할 때 입고 싶은 청바지가 있었는데, 엄마가 그걸 세탁기에 돌려 버렸다는 것이다!
패션에 대해 자기주장이 완고했던(?) 그 시절 나는 엄마에게 화를 냈고, 엄마와 싸우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서는 같은 반 친구이자 태권도 학원을 함께 다니던 K에게 내 결심을 전했다.
“나 가출할 건데 너네 집에 좀 가도 돼?” K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을 마치고 K와 함께 짐을 챙기려고 집에 갔다. K는 우리 집 문 밖에서 기다렸고 나는 얼른 짐을 챙겨서 나오겠다고 했다.
집에 들어서면서 나는 엄마에게 외쳤다.
“나 가출할 거야. 엄마 미워서”
그래, 나가더라도 엄마가 마지막 차려주는 밥은 먹고 가
엄마는 크게 놀라는 기색은 없었던 것 같다.
배낭 하나를 메고 신발을 신으려는 나에게 “가출해서 어디 갈 건데?”하고 묻길래 “그걸 알려주면 가출이야?”하고 되받아쳤다.
엄마가 말했다.
“그래, 가출하더라도 그럼 엄마가 마지막 차려주는 밥은 먹고 가.”
배가 고프긴 했다. 그리고 엄마 말도 그럴싸했다. 이렇게 가출하면 이제 엄마를 못 보게 될 텐데, 그럼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런데 밥을 먹으면 밖에서 기다리는 친구 K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내가 한 번 져준다’는 말투로 엄마에게 말했다.
“알겠어, 근데 K가 밖에 있어. 같이 먹을게.”
K에게 밥 먹고 가자고 얘기해서 집에 들이고 나서, 엄마는 토마토를 갈아 주스를 만들고 토스트를 구워 주었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게임도 한 번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집에 있던 <슈퍼 페미컴>에 팩을 꽂고 게임을 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었다.
마음이 풀려서 엄마한테 그냥 가출 안 하겠다고 했다.
엄마도 그럼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하고 K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언젠가 엄마가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깔깔 웃으며 나의 가출 대소동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가출하겠다고 가방을 싸고 나가는데 놀라긴 했지. 근데 그 가방에 뭐가 있었는지 아니?
태권도복 하나 달랑 있더라”
열한 살 내가 갈 곳이 태권도 학원 말고는 어디가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