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 왜 거기 다니게 되었냐면 2.

by 엔프피 직장인


사무국 풍경


그 사무실은 사무국장이 한명이 있었고,

사무국장 빼고 활동간사는 모두 여자였다.

나는 20대, 다른 한명은 30대, 가장 오래 다녔다던 40대 여자 그렇게 셋이었다.


글쓰기를 배우고, 후원자를 관리하고, 소식지를 접고,

교육생 모집을 해서 강의를 개설하는 일들을 했다.

나름대로 즐거웠다.



담배연기


사무국장이 운영위원들 만나길 좋아했다.

80년대 운동권 이야기를 즐겨했다.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며 그들의 옛날을 추억했다.

실속을 차리지 못하고 민주화 운동에 젊은 시절을 바친 억울함, 지금 잘 안 풀리는 삶의 넋두리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대로 이야기를 듣는게 재미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나는 사무국장의 담배 심부름을 했다. 술집을 가득 메우던 담배연기에 정신이 아득해지면 담배를 사러 나가는 밤 공기가 작은 산소호흡기 같았다.



딸 같은 배신자


어느날 출근을 했는데, 30대 간사의 표정이 안좋았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사무국장이 자기에게 성희롱 같은 것을 했다 했다.

40대 간사에게도 이야기했냐 물었더니 그 간사는 사무국장 편이라고 했다.

나에게 자기를 지지해달라고 했다.


다음날 나와 30대 간사는 녹음기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사무국장 방에 들어갔다. 30대 간사는 본인에게 한 행동을 인정하냐 물었고, 사무국장은 담배를 한대 피우며 그렇게 기분 나쁠 줄 몰랐다고 했다.

주머니에 넣은 녹음기를 잡은 손이 너무 떨렸다.


그리고 나는 3일인가 휴가를 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집에서 사무국장에게 이메일을 썼다. 그 날, 당신의 자백을 녹음했고, 정식으로 사과해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하겠다고 했다.


다시 출근한 날, 30대 간사는 보이지 않았다.

사무국장이 출근한 나를 불렀다. 나에게 실망했다고 했다. 녹음을 하다니 배신감이 들고, 나를 딸처럼 생각했는데, 자기 등에 칼을 꽂은 것과 같다 했다.

사무국장의 딸처럼 생각했다는 말이 매퀘한 담배연기보다 더 숨이 막혔다.


30대 간사는 내가 없는 3일 동안 출근을 했고, 어제로 관뒀다고 하면서 너는 어떻게 할거냐 물었다. 선택지는 하나였다.



500만원


30대 간사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6개월의 우정으로는 아마도 서로의 안위를

지켜주기에는 짧았던 것일까.


그렇게 나는 첫 직장을 망쳤다.

생각보다 마음이 힘들지 않았다.


그때 한 500만원 정도 통장에 잔고가 있었는데 용기나 우정의 댓가로는 좀 처량한 금액인가?


망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음부터는 비슷한 일이 생길때, 그런 걸 봤을때

섣불리 나서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고,

그 다짐대로 살고 있다.

지금은 그래서 섣부르게 나서지 않는데,

보거나 들어도 못 보고, 못 들은 척하니

어느새 진짜 안보이고 안들리게 되었다.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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