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나의 연애사 2.

스무살의 봄

by 엔프피 직장인

환골탈퇴


수시 모집에 합격한 나는

독기충전해 다이어트를 했다. 자발적 의지였다기 보다

이런 외모로는 대학에 들어가 친구 하나 못 사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때문이었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수영장에 갔다.

수영복 사이로 울퉁불퉁 튀어나온 몸집이

마치 그물에 끼인 오동통 살오른 물고기 같았다.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릴때까지 수영을 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와 쓰러져 잤다.



20살의 봄


3월이 다가왔고, 생각보다 살이 많이 빠졌다.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20살은 너무 싱그러운 계절이었다.

여기저기 신입 동아리원을 모집하느라 열이 오른 선배들의 모습이 나의 20살 봄을 더 설레게 했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자보와 현수막을 보면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킥킥 거렸다.

나는 연합동아리 광고에 눈길이 갔다. 옆학교 남자 애들과 함께 공연도 하고, 방학 때는 같이 MT도 간다는 내용이었다.


특별한 특기는 없었지만, 눈을 감았다 뜨니 오디션장에 와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부르고 나왔는지 전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잊고 싶은 흑역사였기 때문에 빨리 잊은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합창단의 단원이 되었고,

옆학교 남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가만히 있어도 달큰한 향이 나는 보송한 복숭아처럼 말랑말랑하게 가슴이 설렜다.



너와의 첫 만남


우리 동아리는 일주일에 2번 만나 연습을 했었는데,

옆학교 동아리 애들과 함께 연습하는 날은 그중 하루였다. 함께 연습하는 첫날, 유난히 눈에 들어온 아이가 있었다.

더벅더벅 자란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아무렇게나 걸친 청 셔츠, 검은 뿔테를 쓴 아이였다.

빼짝 마른 손등 끝에 기다란 손가락이 왠지 모르게 예뻐보였다.


‘나는 마른 남자는 별로인데, 왜 자꾸 저 애한테

눈길이 가는 걸까.‘


연습 때 마다 나는 악보는 쳐다보지 않고,

그 아이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에는 괜히 더 두근거렸다.


연습을 마친 어느날, 단장들이 다같이 회식을 하자고 했다.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근처 호프집으로 향했다.

어쩌다 그 아이와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그 아이는 실내의 습기가 달라붙은 안경을 옷으로 쓱쓱 닦아 다시 썼다.

안경 너머로 선명하게 보이는 눈이 나를 향했다.


“안녕, 나는 김정현이야.“

“어, 안녕. 나는.. .”

“아, 넌 효정이지? 네 이름 알아, 넌 무슨 과야?“

“아, 나는 법학과야. 너는?”

“난 공댄데, 세부 전공은 아직 안 정했어. 노래하는 거 재밌어?“

“응, 그럭저럭.”


그렇게 처음으로 그 아이와 대화를 했고,

몇 잔의 맥주와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점점

취해갔다.


“집 어디야? 괜찮으면 데려다줄까?“

“아, 나는 가까워, 지하철 타면 금방이야.”

“그래? 그러면 지하철역까지 같이 가자. 취하기도 했고, 더 같이 얘기하면서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어... 그래, 고마워.”


그렇게 둘이 걸어가는 길은

흩날리는 벚꽃이 가로등 불빛에 비춰

강물에 쏟아지는 윤슬 같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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