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함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데 익숙해져 버린지도 모른다.
눈을 뜨면 하루가 주어지고, 숨을 쉬면 공기가 들어오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 대답이 돌아오는 것처럼 모든 것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삶은 조용하게 말한다.
“이 모든 건 사실 당연한 게 아니야.”
태어난 것도 소중하다.
누군가의 바람이었고 기다림이었고, 우연과 기적이 겹겹이 포개져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니까.
살아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만난 모든 인연은 여정 위의 작은 불빛처럼 내 삶을 밝혀준다.
가족도 소중하다.
서툴고 엇갈리고 때로는 상처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기대게 되는 이름이 ‘가족’이다.
자식은 더 그렇다.
마음을 쏟는 순간이 많아 어느새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존재. 멀리 있어도,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향한 끈이 느껴지는… 그런 온기.
지금 이 순간도 소중하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잡을 수 있는 건 지금뿐인데, 우리는 자꾸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놓쳐버린다.
하지만 뜨거웠던 과거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모두 내 삶의 중요한 조각들이다.
이 조각들이 모여 나를 완성해 왔고, 또 완성해 갈 테니까.
친구도 소중하다.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해도, 가끔 연락이 뜸해져도, 마음 한쪽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 주는 사람.
어려운 날 조용히 손을 들어주는 사람.
그런 인연 하나가 인생을 버텨내게 한다.
그리고 시작도 소중하고 끝도 소중하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용기이고,
무언가를 끝낸다는 건 성장이다.
인생은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커다란 호흡 같은 것이라서, 둘 중 어느 하나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소중하지 않은 순간을 만난 적이 있었을까.
다만 그때마다 마음이 바쁘고 정신이 분주해서 그 귀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마음속으로 천천히 되뇐다.
“이것도 소중하고, 저것도 소중하다.
그리고… 나 역시 소중하다.”
삶이 내게 건네온 모든 순간에 감사할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날이다.
그렇게 오늘을 안아보려 한다.
소중함이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