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던 하루의 끝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문득 내가 얼마나 조용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아침이 되면 식구들이 하나둘 집을 나선다. 현관문이 닫히고 나면 집 안에는 나 혼자만 남는다. 그제야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나는 집안일을 하고, 취미 삼아 블로그 글을 쓰고, 가끔은 생각이 떠오를 때 몇 자 적어 내려간다.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쓰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마음들이 있어 그냥 적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생각해 보니, 하루 종일 말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 사람을 만나야 말을 하게 되는데, 하루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다 보니 입을 열 일이 많지 않다. 원래 말을 많이 하는 성격도 아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루 종일 거의 입을 다물고 지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왔는데, 가끔은 내 목소리가 어떤지조차 잊고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유튜브에서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연습 영상을 따라 해봤다. 화면 속 문장을 천천히 따라 읽다 보니, 오랜만에 내 목소리가 집 안에 울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나 오늘 말을 하고 있구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책 속 문장을 통해 나 자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하루에 한 번은 내 목소리를 꺼내고 싶다. 말이 없어도 괜찮은 하루지만, 가끔은 소리 내어 나를 확인하는 시간도 필요하니까.
조용한 하루 끝에서, 오늘은 그렇게 조금 덜 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