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머무르지 않았고, 조금씩 느슨해졌다
어깨가 아프기 시작한 건 어느 날 갑자기였다.
잠을 잘못 잤나 싶었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이 몇 주가 되고, 몇 주가 몇 달이 되도록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았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통은 치료실 문을 나서면 다시 따라 나왔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몸 안에서는 계속 누군가가 어깨를 쥐어짜는 느낌이었다.
아픈데, 보이지 않는 아픔이라는 게 참 서러웠다.
가족도, 친정엄마도 내가 얼마나 힘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괜찮아 보여서 몰랐어”라는 말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사실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다.
크게 공감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많이 아팠겠다”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는데.
그런데 내가 아프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이 들면 다 오는 거야.”
“그거 시간 지나면 괜찮아져.”
“시간이 약이야.”
그 말이 왜 그렇게 싫었는지 모르겠다.
아플 때는 그 말이 위로가 아니라 밀어내는 말처럼 들렸다.
마치 지금의 고통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처럼.
사람 몸이 다 똑같은 것도 아닌데.
어떤 사람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통증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나처럼 밤에 돌아눕지도 못할 만큼 아플 수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다 같은 말로 정리할 수 있을까.
특히 통증이 심한 날에는
“시간이 약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미웠다.
그 ‘시간’이라는 단어 안에
내가 견뎌야 할 수많은 밤과
참아야 할 통증이 다 들어 있는데도 말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괜찮아진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아파본 사람만 안다.
그 시간 동안은 정말 아프다.
말로 다 못 할 만큼.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통은 계속 같은 세기로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어느 날부터는 통증이 조금씩 느슨해졌다.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몇 달을 고생한 지금,
어깨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예전처럼 날카롭게 아프지는 않다.
그 사실을 나는 몸으로 느끼고 있다.
사람에 따라 통증이 오래 남는 사람도 있고
아직도 아픔 속에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픔이 영원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말은
아픔을 가볍게 넘기라는 뜻이 아니라,
아픈 시간을 버텨낸 사람만 알 수 있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내가 견디고, 참아내고, 살아냈기 때문에
조금 나아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여전히 아픈 사람들에게
섣불리 “시간이 약이야”라고 말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많이 힘들겠구나.”
“그 시간, 정말 아플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보다는 덜 아픈 날이 온다고,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다고.
정말 시간이 약일까?
나는 아직도 완전히 대답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확실한 건,
그 시간을 살아낸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도
조금 덜 아픈 어깨로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