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스무 살의 우리는 바다를 핑계로 어디든 떠났다

by 애나 강



겨울바다라는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도 지금의 내가 아니라
스무 살 초반의 내가 먼저 떠오른다.

그때 우리는 넷이었다.
그중 애인이 있는 친구는 둘뿐이었고,
나머지 둘은 그저 웃고 떠들기만 해도 충분했던 시절이었다.

한 친구의 남자친구가 봉고차가 있다며
갑자기 강원도 경포대로 가자고 했던 날이 있다.
별다른 계획도 없이,
그저 바다가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차에 몸을 싣고 겨울길을 달렸다.

경포대 바다는 차가웠고,
바람은 얼굴이 얼얼할 만큼 매서웠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게 좋았다.
바다를 바라보다가
오징어회를 먹고,
모래사장을 천천히 걸으며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 순간에는 몰랐다.
그날이 그렇게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있을 줄은.

어느새 거의 서른 해가 흘렀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갔고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그날의 봉고차와 겨울바다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런데도
겨울바다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그날의 공기와 웃음소리,
차가운 바닷물 냄새까지
또렷하게 떠오른다.

추억은 참 이상하다.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쪽이 따뜻해진다.

그립다.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았던 그 시절이,
그 겨울바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