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내쉰다
요즘 들어 숨이 자주 막힌다.
공기가 탁해서라기보다는
내 마음이 자꾸 무거워져서 그런 것 같다.
별일 없는 하루였는데도
집에 돌아오면 괜히 지친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서 수십 번 대답하고,
아직 오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느라
마음이 먼저 지쳐버린다.
그럴 때면
괜히 물을 한 컵 따라놓고 가만히 바라본다.
목이 말라서가 아니라
내 안이 너무 탁해진 것 같아서.
물은 늘 맑은데
사는 건 왜 이렇게 자꾸 흐려질까.
창문을 열어본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들어온다.
그제야 내가
오늘 하루 제대로 숨을 쉬지 못했다는 걸 안다.
숨은 쉬었는데
살아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사람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다.
아무도 괴롭히지 않았는데
내가 나를 가장 많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잘 해낸 것보다
못한 일만 붙잡고
혼자 반성하고, 혼자 실망하고.
가끔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그렇게 산다.
그래서 나는 요즘
하루에 딱 한 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든다.
핸드폰도 내려놓고
할 일 목록도 잠시 덮어두고
그냥 숨만 쉬는 시간.
맑은 공기를 마시듯
괜히 깊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쉰다.
그 짧은 순간만큼은
내가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같다.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오늘도 잘 버텼다.”
대단한 하루는 아니었지만
넘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꾸 흔들려도 괜찮다.
흐려지면
다시 맑아지면 된다.
물도, 공기도,
그리고 내 마음도.
오늘이 유난히 답답한 날이라면
창문을 열고
물 한 컵을 마셔보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 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