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잠시 멈춘 생각

by 애나 강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익숙한 멜로디에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다. 세찬 것도 아닌, 조용히 오래도록 내리는 그런 비.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문득 오래된 기억 하나가 문을 두드린다.

차가운 공기가 창문 틈새로 스며들고, 바람은 나뭇잎을 살랑이며 스쳐 간다.
빗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건 나무의 숨소리, 바람의 속삭임,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나의 지난 시간들이다.

처마 밑엔 작은 새들이 몸을 웅크린 채 비를 피하고 있다.
젖은 새싹들은 빗물을 마시며 기지개를 켠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하지만, 어딘가는 조용히 숨 쉬고 살아간다.

그런 장면 속에서, 나도 잠시 멈춰 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이 오후,
조용히 빗소리를 들으며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닿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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