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름들, 마음에 남은 친구들

by 애나 강


문득 친구들이 그리운 날이 있다.
바람이 불거나, 해가 유난히 따스하게 내리쬐는 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보고 싶다’는 마음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의 20대를 함께 했던 그 친구들이 떠오른다.

나는 한 친구로부터 시작해 그 친구의 친구들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 모두 친구가 되었다.
대단한 계기도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인연들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런 게 가능했다. 이유 없이 가까워지고, 말 없이도 통했던 시간들.

세월이 흘러,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게 되었다.
어떤 친구와는 몇 년씩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서로 바쁘고, 상황이 달라지고, 인생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오랜만에 연락을 하면
마치 어제 통화했던 사람처럼 “잘 지냈어?” 하며 반가워한다.

나는 혼자 오해도 많이 했다.
‘혹시 나를 싫어하게 된 건 아닐까?’
‘내가 뭔가 실수한 건 아닐까?’
생각을 굴리며 혼자 속을 태웠다.
그러다 용기 내서 연락하면,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왜 연락 안 했어~ 보고 싶었는데.”
그 말에 나는 또 마음이 풀린다. 괜한 걱정이었다는 듯이.

지금은 해외에 살고 있다.
시간차, 거리, 삶의 방식 모든 게 달라져서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늘 말한다.
“한국 오면 꼭 연락해. 얼굴 보자.”
그 한마디에 나는 마음이 놓인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친구들과의 인연은 참 묘하다.
같이 자란 것도 아닌데, 어릴 적부터 나를 다 알던 사람들처럼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사람들.
지금은 친구도 없이 가족들과만 지내다 보니, 그 친구들이 더 자주 생각난다.

물론 한국 친구들도 바쁘다.
먹고살기 힘들어서겠지.
나 역시 바쁘게 살았다.
해외에서 가족을 돌보느라 정신없이 살았고,
이제 자식들도 다 커서 나의 역할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남은 것은 남편과의 시간, 그리고… 그리운 친구들의 얼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처럼 마음 통하는 친구들끼리, 나이 들어 한 동네에서 함께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적으로 어려울 걸 알면서도,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다행히 요즘은 카톡이라는 연결이 있어 참 감사하다.
그게 없었더라면 아마 이 거리와 외로움을 더 견디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한국에 갈 때마다 시간을 쪼개 나를 만나주려 하는 친구들,
맛있는 한국 음식 먹으라고 이것저것 사주는 친구들,
좋은 곳 보여주겠다며 나를 데리고 다니는 친구들.

살면서 이런 좋은 인연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느낀다.
그때의 웃음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해준다.
이 인연들이, 이 따뜻함이 나이가 더 들어도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마 가능성은 낮겠지만, 언젠가는 친구들과 한 집 한 채에서
도란도란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꿈 같은 상상도 해본다.

그리운 이름들, 나의 마음 속 친구들.
보고 싶고, 또 고맙고,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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