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닿지 않던 마음

공감받지 못한 마음의 무게

by 애나 강



사람들과 어울리며 웃고, 대화를 나누고, 가끔은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였다.
친구들도 있었고, 함께 밥을 먹고, 웃으며 수다도 떨었다.
그러나 정작 마음 깊은 곳에선, 이상하게 늘 외로움이 밀려왔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들은 진심으로 공감하려 애썼다.
"맞아, 나도 그래."
"그럴 때 있지."
그런 말들을 건네주면 순간은 위로받는 듯했지만
그 말들이 내 마음속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들어주는 것 같긴 했지만, 정말 내 이야기를 '들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언뜻 맞닿는 듯했지만, 어느 순간 공기처럼 사라져버리는 감정들.
나는 그들 속에 있었지만, 내 마음은 늘 바깥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누구보다도 말이 필요했지만,
동시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 속에 있었다.
내 마음을 누군가 온전히 이해해주길 바랐지만,
그 기대가 무너질까 봐 말을 아끼는 법도 빨리 배웠다.

그런 날들이 쌓이고 쌓이며
나는 점점 ‘마음의 거리’라는 것에 익숙해져갔다.
겉으로는 가까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닿지 못하는 거리.
누군가의 다정한 말에도 마음이 허전했고,
어딘지 모르게 울적했다.
친구들과 웃고 돌아온 날 밤이면 오히려 더 외롭고 공허했다.
누구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도,
그 안에서 나는 외로웠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참 예민했다.
눈빛 하나, 말투 하나에도 쉽게 흔들렸고
내가 맞은 건지 틀린 건지조차 모른 채
혼자서 수없이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다.
작은 일에도 쉽게 무너졌고,
사소한 일에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고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말하기보다
그저 끙끙 앓는 쪽을 택했다.
머릿속으로만 수십 번을 되뇌이고,
그 안에서 나 스스로를 더 조여갔다.
"이건 지나갈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스스로를 다독이며 억지로 버텼지만,
사실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무엇보다 괴로웠던 건,
걱정은 해결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생각할수록 깊어졌다는 것이다.
걱정은 어느새 내 일상의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었고,
나는 그 익숙한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붙잡고
아무 변화도 없는 현실 속에서
나 스스로만 더 무너져갔다.

알고 있었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그러나 이상하게도, 멈출 수가 없었다.
걱정은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은 나를 조용히 갉아먹었다.

그 시절의 나는,
단지 위로받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정말로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누군가를 원했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혹은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존재.

그런 존재를 만나지 못했기에,
나는 결국 말 대신 음악을 택했다.
말이 닿지 않던 마음은
결국 노래의 한 소절에 기대어
조용히 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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