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걷는 길

그림자는 늘 나보다 먼저 걷는다

by 애나 강





햇살이 좋았던 어느 봄날, 나는 조용한 길 위에 섰다.
내 그림자가 먼저 걸어가고 있었다.

잔돌이 깔린 흙길은 평범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왼쪽에는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초록 잎사귀들,
오른쪽에는 아직은 앙상하지만 봄바람을 맞으며 견디는 가지들.

나는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몰랐다.
그렇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림자는 묻는다.
“요즘 너는 잘 걷고 있니?”

사실 잘 모르겠다.
가끔은 길을 잃은 것 같고,
어디쯤 와 있는지도 헷갈릴 때가 많다.
누군가 정해준 목표도 없고,
도착지가 어디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걷는다.
흙먼지가 묻고, 신발에 조약돌이 들어와도
다시 일어나서 걷는다.

가끔은 길 위에서 나 자신을 만난다.
조용히 묻고, 묵묵히 듣고,
대답이 없어도 기다려주는 그런 나.

누군가는 이 길을 “아무도 없는 길”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길 위에는 나와 내 그림자가 함께 있고,
그것만으로도 외롭지 않다는 걸.

언젠가 길 끝에 다다랐을 때
“참 잘 걸어왔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내 그림자와 함께
묵묵히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