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는 자리에서 달리는 중>

“움직이지 않아도, 나는 달린다”

by 애나 강



창밖엔 비가 오고
나는 거실 한켠, 실내 자전거 위에 앉는다

어딘가로 달리는 것 같지만
실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나

페달을 밟을수록
머릿속엔 쓸모없는 생각들이 따라붙는다
어제 하지 못한 말
내일 해야 할 일
다시 떠오르는 오래된 장면 하나

이상하다
몸은 분명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데
생각은 저만치 앞서 달리고 있다

그래도,
서서히 따뜻해지는 숨결
맺히는 이마의 땀방울이
내가 멈춰 있지 않다는 걸
조용히 말해준다

속도를 올릴수록
불필요한 감정들이 벗겨지고
괜찮지 않던 마음도
조금씩 평평해진다

어딘가 도착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충분히 달리고 있으니까

가만히,
조용히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이 시간

실내 자전거 위에서
나는 또 하루를
살아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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