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라는 이름의 그늘

끝없이 자라나는 불안의 씨앗

by 애나 강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조금만 어긋나도, 조금만 다르게 흘러가도
마음이 불안에 휩싸인다.

누군가에게는 지나가는 바람일 일도
내게는 큰 태풍처럼 느껴진다.
단 한 마디의 말, 사소한 눈빛,
어디선가 들린 한숨 같은 것에도
나는 멈춰 서서 오랫동안 마음을 붙잡고 만다.

걱정은 언제나 불쑥 찾아온다.
아무런 예고 없이, 조용히 다가와
내 생각 한 켠을 조용히 점령한다.
‘혹시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
‘저 말은 혹시 나를 향한 것이었을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어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십 가지의 최악이 시뮬레이션된다.

그렇게 걱정은 상상 속에서 덩치를 키운다.
작았던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져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 걱정 속에 나를 가둬버린다.

밤이면 더 심해진다.
하루를 정리해야 할 시간이 되면,
마음속 생각들은 점점 더 시끄러워지고
침대에 누운 몸은 피곤해도
생각은 밤하늘 별들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나는 나를 끝없이 되돌아본다.
머릿속을 뒤엎는 자책과 반성, 그리고 또 다른 걱정.
그 사이에서 새벽이 온다.

나는 안다.
이게 나쁜 습관이라는 것을.
아무도 나를 그렇게 몰아세우지 않았는데
오직 나 혼자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알면서도 고치기 어려운 것이,
마음의 버릇이다.
오랜 시간 쌓인 습관은
단순한 의지로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불안을 알아차리는 속도가 빨라졌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도 배웠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면
그 고리를 끊어보려고 애쓰기도 한다.
‘지금 이 걱정이 정말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일단 오늘을 살아보자.’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며,
걱정의 중심에서 한 발짝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안다.
걱정을 없앨 수는 없지만,
그 속에 머물지 않는 연습은 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미리 상상한 불안은 현실 앞에서 힘을 잃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음악도 큰 힘이 되었다.
가끔은 말 대신 한 곡의 멜로디가
나의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주었다.
어떤 날은 그냥 반복되는 피아노 소리 하나에
눈물이 날 만큼 위로받기도 했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곳에서,
혼자 이어폰을 낀 채 세상과 거리를 두고 앉아
음악 속으로 숨어드는 시간.
그 조용한 도피가 나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으려 애쓰는 요즘이다.
조금 실수해도,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이 말을 내 안에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

걱정은 여전히 나와 함께 살아간다.
완전히 떠나지는 않았지만,
이젠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걱정이라는 그늘 아래서도
햇살이 스며들 수 있다는 걸,
내가 조금은 밝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조금씩, 조금씩 배우고 있다.

오늘도 걱정은 내 마음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겠지만
그것을 토닥이며,
나는 여전히 하루를 살아간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꾸준히
나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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