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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사 Sep 25. 2020

기술사 취득기 #3 학원을 꼭 다녀야 할까

기술사 따려면 학원을 꼭 다녀야 하나요? 독학도 가능한가요? 인터넷 강의만 들어도 되나요? 등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건이 된다면 학원에 가길 추천한다.


나 역시 공부를 시작하기 전, 기술사를 딴 회사 선배 두 명에게 학원을 다녔는지 물었다. 공교롭게도 시기는 다르지만 두 선배 모두 같은 학원에서 공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한 선배는 종합반에 꼭 등록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 학원의 커리큘럼을 찾아보니 서술반과 용어반이 나뉘어 있었고, 이 외에도 특강반, 모의고사반 등이 있었다. 종합반이라는 것은 이 모두를 포괄하는 것이었는데, 1년 동안 계속해서 들을 수 있는 혜택이 있었다. 수강료는 180만 원. 큰 비용이긴 했으나 '기술사를 따기만 하면 매달 30만 원씩 더 버니까 6개월이면 본전 뽑는다' 하는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결제를 했다. (당시 다니던 건설회사에서 기술사를 취득하면 자격증 수당으로 매달 30만 원을 주었다. 최대 50만 원을 주는 회사도 보았다.)     


학원을 추천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로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집에서 공부를 할 수 있음에도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빼곡히 앉아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다들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경각심과 함께 일종의 전우애도 갖게 된다.     

학원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분들의 나이대는 굉장히 다양하다. 2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분포되어 있는데, 가끔 나이 지긋하신 우리 아버지 나이대의 학생을 볼 때면 '저 나이에도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하며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곤 했다.


학원에는 매주 같은 자리에 앉곤 하는데, 그래선지 옆자리에 앉는 사람도 거의 비슷하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진도를 체크해주기도 하고, 서로의 공부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어떠한 목표를 이루어감에 있어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효과는 매우 커진다.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게을러질 때 서로를 다잡아주고, 가끔은 경쟁도 되면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둘째는 ‘정보의 습득’이다. 돌이켜보면 학원에서 들었던 강의 내용은 크게 생각나지 않는다. 또한 강의하는 교수님이 철골 공법을 아무리 잘 설명해주어도, 10년 동안 철골 현장에서 일한 학생에게는 별로 배울 것이 없는 내용이 되기도 한다.

그보다 도움이 되었던 건 학원 교수님들에 의해 가공된 정보들이다. 그간 쌓인 시험 데이터를 통해서 나온 예상문제, 서브노트 작성방법, 답안지 특화법 등. 이런 정보는 혼자 공부해서는 얻기 힘든 내용들이다. 물론 본인이 지난 10년 동안의 기출문제를 분석하여 어떤 분야에서 문제가 많이 나왔고 어떤 신유형이 있는지, 시사적인 사항은 어떤 걸 봐야 하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술사 취득은 단기간에 몰입해서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이미 누군가가 만든 정보를 비용을 들여 빠르게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그래서 학원의 정보가 중요하다.     


세 번째는 공부에 강제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공부를 시작하고 처음에는 누구나 열심히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체력적으로 지치고 정신도 해이해진다. 공부가 즐거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것이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공부와는 담쌓고 살다가 갑자기 고시생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학원이 그걸 적극 도와준다.

학원에서는 매주 과제 체크를 하고 시험을 본다. 심지어 과제를 안 해오거나 매주 보는 시험에서 낙제를 하면 벌금까지 걷어간다. 벌금이라고 해봐야 천 원짜리 몇 장이지만, 현찰이 없어 곤란한 경우도 생기고 약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많은 학생들이 테스트 시간에는 밖에 나가 어슬렁 거리다가 들어오기도 한다)

물론 학원 수강생이 워낙 많다 보니 교수님들이 한 명, 한 명 코치를 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부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관리를 해준다. 이런 면에선 규모가 작은 학원이 좀 더 유리할 것이다.     


이번엔 학원 수강의 단점을 두 가지 정도만 고르자면,

첫째로 학원의 공부 스타일을 고집하고 강요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방법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빠르게 합격해왔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고, 본인의 공부 스타일이 확고히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초반엔 학원 과제만 하는 것만으로 한주가 다 흘러가 버린다. 뭔가 머리에 들어오는 것은 없고 그냥 받아쓰기만 하는 느낌도 든다.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과 함께 ‘차라리 내 방식대로 공부를 해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학원에서는 끊임없이 이 방법이 최선이며, 우리만 믿고 따라올 것을 주장한다. 결과적으로는 나에게도 그 방법이 도움이 되었으나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둘째는 학원비다. 처음 180만 원의 금액을 결제한 후 ‘이제 돈 나갈 일은 별로 없겠지’ 싶었으나 이게 웬걸. 교재비(매우 다양함), 답안지 양식, 숙제용 노트, 펜, 모양자, 소책자, 특강비 등 돈 나갈 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학원에서 뭘 하려면 다 돈이었다. 나중엔 학원의 돈 벌어가는 능력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학생들의 ‘기술사를 따기만 하면 이 정도쯤이야...’하는 심리를 잘 이용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강의로는 공부해보지 않아서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위에서 말한 장점들이 충족되기 쉽지 않은 듯하다. 지방에도 학원이 있으니 가길 추천하고, 주말에 근무가 많아 도저히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스터디 모임 등에는 나가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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