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나쁜사람들만 만나왔다는 좋은사람

와라 세차장 스토리 2

by 로제타


--이곳 세차장으로 오늘 하루도 수십대의 차들이 들어오고, 각자 다른 인생사를 가진 수십 명의 손님들과 만난다.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말에서 손님들과의 첫 만남이 시작된다--



묵직해 보이는 SUV 차량이 들어온다. 흙먼지가 이곳저곳 덕지덕지 붙어 있는 걸로 봐서, 대략 토목 공사판을 다니는 분의 차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덩치 좋고 무뚝뚝해서 조금 무서워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 한분이 내린다.


아직 한마디도 섞어보지 않았지만 그분에게 말을 걸었다가는 대꾸도 하지 않거나 귀찮게 하지 말라며 쏘아붙일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이다. 그렇지만 임시 오픈 기간의 세차비 할인에 대한 설명은 해 드려야 했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세차 할인 이벤트에 대해 안내해 드렸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다는 뜻이며, 그만 저리 가라는 의미이다.

"그럼 수고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홀로 세차하는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봤다. 보통의 경우, 손님 들은 재빠르게 세차의 과정을 진행한다. 그런데 이분은 천천히 물을 뿌리고, 또 천천히 거품 솔질을 하고, 마지막으로 또 천천히 고압수 세척을 한다.


다른 손님들과는 달리 세차에 큰 의욕이 없어 보였다. 무슨 걱정이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세차를 정말로 하기 싫은데 꼭 해야만 하는 불편한 상황에 처한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수건으로 차의 물기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게 셀프세차 과정 중에 제일 성가신 일 중의 하나이다. 저토록 세차하는 게 고역처럼 보이는데, 내가 나가서 좀 도와줘야 되겠다 싶어 그 아저씨가 닦는 반대쪽 부분의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말이 없으시다. 이쯤 되면 좀 불편하다. 그치만 이왕 도와주기로 한 거 끝까지 물기를 닦아내 주기로 한다.


물기 제거가 끝난 뒤

"아이고~차가 반짝반짝해졌네요!"라고 다소 어색하게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


"사장님은 참 좋으신 분이네요!"

한마디 말도 없던, 무섭게 생긴 분이 갑자기 혼잣말처럼 툭 던진다.


"예! 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님을 바라봤다.


"난 지금껏 대체로 나쁜 사람들만 상대해 왔는데, 사장님은 좋은 사람들만 상대해 온 것 같아 보이네요."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적잖이 놀라서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그분의 얘기는 이러했다. 자신은 주로 건설 막노동 일을 해왔는데 자기가 잘 대해준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많이 당했다는 거였다. 그래서 사람을 잘 안 믿는 경향이 있는데, 나에게서는 왠지 선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몰라서 그냥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만약 제가 좋은 사람들만 상대해온 게 사실이라면, 우리 손님도 틀림없이 좋은 분이실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손님은 카드만 받는 요즘 세차장은 너무 복잡해서 못 가니까 동전 사용이 되는 여기로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세차장을 떠났다. 그 손님 덕분에 나는 갑자기 좋은 사람이 되어버린 듯 기분이 좀 우쭐해졌다.


무뚝뚝하고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그분의 태도가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세차장 주인의 본분을 잊지 않고 최대한 서비스를 해드린 결과 나는 또 다른 좋은 사람을 한 명 알게 된 기분이다.


사람 사는 게 이렇지 않나 생각해 본다. 상대의 태도에 따라 진심을 보였다 숨겼다 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면 좋지 않을까?


진심은 늘 가까이 있기 마련이고 우리는 모두 상대의 진심 정도는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어떨 때는 진심이 전달되기도 하고 때로는 무시당하기도 하겠지만, 내가 보여주는 호의는 결국 나를 선하게 하고 나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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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장 일상의 글을 올렸더니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시간 내어 또 하나의 이야기를 주변 이웃들과 공유해 봅니다. 어느덧 세차장의 하루는 저물어 가고 정평동에도 서서히 밤이 찾아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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