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장에 귀신이 산다

와라세차장 스토리 7

by 로제타


세차장을 운영하기 전 여가시간에 주로 테니스를 쳤었다. 며칠전에는 같이 운동하던 형님이 전화가 왔었다. “네가 안보이니까 수성구민운동장 테니스장에서는 온통 네 얘기데. 너 인생 잘 산 거 표시 나데."


어제는 신암 테니스장에서 같이 운동하는 형님이 세차하러 오셨다. 몇 개월 전 블랙 그레이 색상의 GV80을 뽑았고, 집에서 아침마다 물 뿌리고 수건으로 열심히 닦으셨단다. 아직 한 번도 손세차 맡기거나 셀프세차장을 가본 적이 없는데, 마침 내가 세차장을 한다니까 이곳 경산까지 오셨다.

평소 관리가 잘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는 물을 뿌려보면 안다. 형님차는 물이 유리창과 철판 도장면에 덕지~덕지~ 척!! 척!!! 달라붙는다. “형님! 이 좋은 차를 어찌 이리 관리를 안 하셨어요?”

이 형님은 내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 “아이다. 내가 집에서 얼마나 자주 호스로 물 뿌리고 닦았는데..”

“형님, 잘 보이소. 내가 요 쪽에 광택제 발라서 살살 문질렀지요?”

형님이 보기에도 광택제 바르고 문지른 쪽이 훨씬 반짝반짝하고 동그란 물방울이 되어 쪼르르 흘러내린다.

“우와~~~ 신기하네!” 시골 출신이라 목소리가 엄청 크다. 주변에서 세차하던 사람들이 “뭔 일 있나?” 하면서 이쪽을 쳐다본다. 이 형님.. 셀프세차장에서 결국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해버리고 만다.


“돈 줄 테니 내차 광택 좀 내봐라!”


형님이 던진 이 한마디는 실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고야 말았다.

조금 무서운 얘기일 수도 있지만, 예전에 여고괴담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한 여고에는 귀신이 산다. 졸업을 하지 않고 매년 3학년 학생으로 학교를 다니는 자살한 귀신이다. 매 학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으로 바뀌고 아무도 자기 반에 귀신이 있는 줄 모른다. 심지어 누가 귀신인지도 영화의 후반부까지도 알 수 없다.


저쪽 한구석에서 조용히 세차를 하던 한 남자가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차 사이사이로, 다리가 보이지 않아 마치 미끄러지듯이 가까워진다.

마침내 우리 앞에 섰다. 나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이 좋은 차를 이렇게 관리하면 안 되지요!” 약간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자기 차로 돌아갔다. 화가 난 듯해 보이기도 했기에 형님과 나는 영문을 몰라 얼떨떨해졌다. 그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미끄러지듯이 10미터, 8미터, 5미터, 1 미터.. 그가 다시 우리 앞에 섰다. 얼핏 보니 그는 무언가를 들고 왔다.


그것은...


그의 손에는 광택제와 수건이 들려 있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이 차 외부만 좀 닦아드릴까요?” 극구 사양했지만, 그 남자는 돈 받고 그러지 않으니 한번 맡겨보라고 했다. 결국 그러라고 하자, 그는 자신이 들고 온 광택제를 차에 뿌린 뒤 극세사 수건으로 차의 표면을 능숙하게 닦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자리마다 고급차 GV80은 감추어 두었던 웅장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대략 25분 정도가 흐른 뒤 그가 작업을 끝냈고 형님에게 물었다. “어떤가요?” 형님의 얼굴엔 감탄의 표정과 자기 차에 대한 애정이 흘러넘쳤다. “아이고, 이클 반짝반짝 빛나는 차를 여태 내가 엉망으로 타고 다녔네!” 자신의 차를 너무 소홀히 대한 것에 대한 후회가 역력하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세차장으로 와서 차를 닦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고마운 마음에 형님은 큰길 건너 파리바게뜨에 커피를 사러 갔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진짜로 고맙긴 한데 힘들게 왜 남의 차를 닦아주셨죠?”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장님은 내가 누군지 모르죠?” 헉!! 이건 무슨 말인가? 이 잘생기고 멋진 남자는 나를 안단 말인가? 다시 한번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소개를 했다. 세차를 무척 좋아하며, 지금은 그렇지는 않지만 한때는 일주일에 여러 번 세차를 몇 시간씩 열심히 했다고 했다. “세차는 자기만족이지요!” 빛이 번쩍번쩍하는 차를 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또한 남의 차도 가끔 닦아주면서 세차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도 보람 있다고 했다.

세차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가 마침내 놀라운 얘기를 한다. “제가 여기 5일 연속으로 온 사실을 모르시죠?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여기가 제일 마음이 편해요. 사장님의 세차장 이야기 첫 편부터 다 봤어요. 그래서, 여기에 눌러앉으려고요. 그리고, 세차 초보분들이나 잘 모르고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도 주고 싶어요!”


--------

혹시 앞으로 이 정평역 셀프세차장에 오셨을 때 어떤 멋있게 생긴 남자가 “차 좀 닦아 드릴까요?”라고 묻거든 무서워하지 마시고,


“부탁드려요!”라고 답하세요~~^^

사진: 처음 만난 손님의 차를 닦아 주고 있는 낯선 정체의 손님

이전 06화하얀 독수리 힘차게 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