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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국 Sep 22. 2020

욕망의 거세

 스마트워치가 사고 싶다. 몇 달 전부터 갖고 싶었다. 지금도 사야 하나 고민한다. 왜 사고 싶은지 냉정하게 생각해봤다. 시계가 필요해서? 아내가 선물해준 손목시계를 지금도 잘 차고 다닌다. 스마트워치가 주는 편리함 때문에? 휴대폰을 항상 소지하고 다니기 때문에 알림을 놓치는 일은 거의 없다. 일상에서 꾸준하게 하는 운동이 없어서 운동을 위한 보조기구의 역할은 애당초 내게는 없다. 그 외 자잘한 기능은 잘 활용하면 편리하겠지만 없어도 생활에 불편함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이 물건을 왜 사고 싶은 걸까?






 길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인다. 각자의 개성을 뽐내듯 시계 줄과 화면을 꾸미고 다닌다. 예쁘고 멋있어 보여서 나도 가지고 싶다. 답을 찾았다. 내가 스마트워치를 사고 싶은 이유. 예쁘고 멋있어서. 즉, 자기만족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까지 쉽게 도달했다. 나의 만족을 위해 임의로 부여한 가격과 제조사가 제시한 가격이 일치한다면 기분 좋게 구매하면 된다. 맙소사, 가격이 일치할 리 없다. 결코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건 아니다. 아내는 얼마 전부터 내게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사라는 말을 해주었다. 출산 후 지출되는 금액들을 고려했을 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지금 원하는 게 있으면 사라는 아내의 배려다. 마음이 많이 흔들린다.  






 그토록 가지고 싶은 스마트워치가 있다면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까 생각해 봤다.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이용해 조금 더 편리한 생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대로 이 물건이 없어도 나의 일상생활은 전혀 불편함이 없다. 결국 소유에서 오는 만족감이 전부다. 다른 고민을 해본다. 그렇게 열망하는 생산자로서의 삶을 위해 스마트워치를 제조하는 제조사의 주식을 보유하면 어떨까. 당장 나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없을 것이다. 주식은 물건이 아니기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만족감은 더욱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비용을 지불한다면, 당장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재화를 사는 게 맞는 선택이다.






 내가 사는 이곳은 자본주의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수단의 소유가 어떤 의미인지 이미 충분히 공부해서 잘 알고 있다. 내 손목에 차인 스마트워치는 내게 찰나의 만족감은 줄 수 있다. 하지만 영원한 재화는 없고 만족은 순간일 것이다. 반면, 내가 선택한 기업과 함께 성장과 이익을 공유하는 행위는 시간을 먹고 자라 물질적 재화가 줄 수 없는 만족감을 지속해서 줄 것이다. 스마트워치의 구입은 과거의 나를 가둬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행위다. 나는 과거의 나로 돌아가기 싫다.



 사는 게 쉽지 않다. 일상의 작은 흔적들 속에서 양극화의 신호가 조금씩 느껴진다. 언젠가 다가올 인플레이션에 대비하지 못하면 생활수준은 점차 낮아질 것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이탈된 궤도는 점차 수정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은 소중한 내 가족과 어렵게 모은 자산을 지키기 위해 정신 차리고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소비를 통해 얻는 만족감은 당분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소비는 나중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전은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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