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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국 May 14. 2020

꽈배기 가게에서 배운 인플레이션

 취업 후 가장 먼저 했던 고민은 재테크였다. 학교에서는 돈에 관한 공부를 하지 않는다. 매월 받는 급여를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하고 생각했다. 부모님과 상의 끝에 내린 결론은 안정적인 적금이었다.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며 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새로운 적금에 가입했다. 그렇게 8년 동안 적금 상품을 이용했다.






 어디선가 들은 적은 있지만, 실생활에서 사용되지 않는 단어가 있다. 인플레이션. 통화량이 증가하여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고 물가는 꾸준히 상승하는 경제 현상. 일상에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조금 다르게 표현한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최근 재테크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이 표현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았다. 


화폐의 가치가 또 떨어졌다





 집 근처에 자주 가는 꽈배기 가게가 있다. 나와 아내는 그곳에서 1,000원에 판매하는 치즈 볼을 특히 좋아했다. 몇 달 전, 그날도 아내와 함께 치즈 볼을 사기 위해 가게를 방문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날 치즈 볼을 사기 망설였다. 치즈 볼의 가격이 1,500원으로 인상한 것이다. 50%의 인상이었다. 곰곰이 생각했다. 원재료인 밀가루와 치즈의 값이 상승한 것일까? 튀기는 기름값이 상승한 것일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화폐 가치의 하락이었다. 이렇듯 인플레이션은 생각보다 밀접하게 우리의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직접 체감하며 입사 초 선택한 적금과 상품을 생각해봤다. 원금보장과 약속된 이자 지급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은행은 결코 내가 맡긴 금액을 가만히 보관만 하지 않는다.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는 동안, 내가 은행에 맡긴 금액은 기업 또는 개인에 융자되어 은행에 이익을 가져다준다. 은행이 내게 지급하는 약속된 이자는 수익의 극히 일부를 지급하는 셈이다. 자산가치의 하락과 투자의 수익률 관점에서 8년 동안 이용한 적금 상품은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었다.






 적금 자체가 결코 나쁜 상품은 아니다. 누군가 내게 사회 초년생에게 단기간 권할만한 금융상품을 물어본다면 적금을 추천한다. 아울러 적금의 운용 기간과 목적에 대해서는 반드시 고민해보라고 덧붙여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이다. 개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하는 화폐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가치가 보존되는 외화, 금, 부동산, 주식 등으로 교환하는 대비가 필요하다. 비록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치즈 볼의 가격은 50% 인상되어 이전보다 자주 살 수는 없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경제 개념을 꽈배기 가게에서 몸소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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