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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Aug 07. 2020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돌고 돌아 다시 나 다운 삶으로 돌아온다. (feat. 명상)

 지금도 티비광이지만 중고등학생 시절 그야말로 드라마에 미쳐 있었다. 하지만 여러 대사들 중 이해가 가지 않는 대사 때문에 집중력을 잃곤 했다.


“너 답지 않게 왜 그래?”
“나다운 게 뭔데?”


사춘기 시절 나는 속으로

‘나 답다? 나면 나지 나다운 건 뭐지?’ 생각하며 혼란스러웠다.


 시간은 흘러 대학교 졸업 후 첫 직장에 들어갔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이 파듯 나는 처음으로 ‘나다움’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첫 직장은 지금까지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곳이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곳에서야 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렇다. 절실함이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첫 직장을 퇴사한 후 대학원에 입학했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첫 직장에서 늘 혼이 나고 단점이었던 부분들이 연구실에서 빛을 발하게 되었다. 그제야 숨통이 트였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또 4년이 흘렀고 어렵고 힘들게 깨달았던 ‘나다움’에 대한 소중함도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 갔다. 동시에 점점 이직의 욕구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 있는 그레고리우스 닌 동상. 그의 왼발은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속설로 반짝인다. 그리고 내 소원도 들어주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던 시간들에 지쳐갔다.


 브런치와 유튜브에선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으로 추천해준 ‘퇴사’ 관련 콘텐츠가 빼곡히 메인 화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2% 부족한 회사 생활의 갈증을 풀어줄 어떤 이상향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재 직장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곳이라 판단되면 면접을 봤다. 그렇게 여러 달이 흘러갔다. 그리고 드디어 제법 이름이 알려진 스타트 업에서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다. 직장에 퇴사를 알렸고 팀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 그 회사 정말 괜찮아? 잘 맞을 것 같아? 혹시… 여기가 싫어서 옮기는 건 아니지?”

처음엔 인지하지 못했지만 정곡을 찌른 질문이었다.

“아니에요, 팀장님. 인하우스 기획자로 꼭 일하고 싶었어요.”

그 당시엔 진심이었다. 현재 직장이 싫어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잘 다닐 수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직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우습게도 나의 이상향이라고 생각했던 그 회사에서 한 달 만에 나오게 되었다. 한 달 동안 안 좋은 징후들이 곳곳에 보였지만 부정했던 것 같다. 분명 회사 분위기는 자유로워 보였고 환경도 월급도 훨씬 좋아졌지만 뭔가 위협적인 압력이 느껴졌다. 그 느낌은 첫 직장에서 느꼈던 것과 매우 닮아 있었다. 표면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 다움을 버리라는, 바꾸라는 무언의 압력’

‘우리’ 집단과 다르다니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 하는 그 무언의 압박감


god '길'을 부를 때 오열했던 크러쉬의 마음을 백 번 이해할 수 있다. (출처 : JTBC 비긴 어게인 코리아)


역시 기분 나쁜 직감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결국 난 그 압력을 견디다 못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사하게 되었다. 누군가 중요한 가치를 잊고 살던 나에게 벌을 주는 것 같았다.

그때는 정답을 찾았다고 생각했고 변하지 않은 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변하고, 내 주변 환경도 변하고 그에 따라 나 다움도 변하더라.
마치 유기체처럼.


평소에도 나 답게 살려고 노력을 해야 하지만 욕심이 뭔지... 그렇게 살기 쉽지 않다. 결국 벼랑 끝에서야 그 소중함을 느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렇게 지금 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내 두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자, ‘나 다움을 해치지 않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부딪혀 보며 알아가는 중이다. 요즘엔 무언가 배우는 것으로 일상의 80%를 할애하고 있다. 여러 배움 중 가장 도움이 된 건 '명상'이다. 


명상은 일일체험으로 시작해서 선생님을 소개받아 유튜브로 배우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명상은 호흡 명상으로 집중 명상이다. 숨을 들이쉴 때 코 끝에 집중, 내 쉴 때 다시 코 끝에 집중. 딴생각에 빠졌다면 그렇구나 하고 다시 코 끝에 집중.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현재에 살려고 노력 중이다. 멀리 내다보지 않고 내가 현재 하고 있는 행위에 집중하려 한다. 그러니 마음이 편안해졌고 남과 비교하려는 행위도 줄어들었다. 명상을 할 때마다 '반성'과 '깨달음'의 반복이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분기 별이나 연 단위로 내가 어떻게 살고 있구나 '거칠게' 생각했다. 지금은 하루 단위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요즘 나는 내 뒤에 지그재그로 난 발자국을 보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가늠해 본다. 시간이 지나서 나 다움을 비껴가 다시 헤매며 살더라도 두 번 넘어져 일어난 경험이 있으니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명상 일일체험 중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제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린 살아가야 하잖아요. 나아가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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