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론 논문 탐구하기
우리는 합리적인 선택만 한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비합리적인 선택도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특히 비즈니스 환경에서.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어떤 환경, 즉 어떤 선택지가 내 앞에 있는지 혹은 몇 개의 선택지가 내 앞에 있는지에 따라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자, 그렇다면 사용자는 선택지가 많은 것을 선호할까? 더 만족스러워할까?
1970년대 심리학 & 경제학 이론에서는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이 선택을 많이 하고, 선택 만족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심리학 연구에서는 점차 이 이론을 뒤집는 결과들이 늘어갔다. 선택지가 복잡해지면, 다른 대안을 찾으려고 하고, 아예 선택하기를 포기한다는 결과였다. 그중에서도 70년 대의 고전 이론을 뒤집은 유명한 연구를 소개하겠다. (아래 내용은 제가 직접 원문을 읽고 해석한 내용입니다)
바로 아이엔가Iyengar 교수의 잼실험이다.
이 논문에 실린 실험은 총 3가지이다. 잼 실험 외에도 에세이 작성 실험과 초콜릿 실험이 있다. 소재가 가볍다고 해서 이 논문이 가진 본질과 가치가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참고로 이 논문이 실린 JPSP 저널은 미국 심리학 학회APA에서 탑에 랭킹된 저널이다.
소제목을 보면 감이 좀 올 것이다. 24가지 잼이 진열된 상황과 6가지 잼이 진열된 상황에서 시식한 잼 가지 수와 시식한 비율, 구매율을 비교했다. 참고로 이 실험은 참가자들의 지원을 받아서 한 것이 아니라, Fake test처럼 연구자가 판매자 복장을 하고 매장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시식을 하라고 권유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딸기잼이나 라즈베리잼은 제외하고 이국적인 맛의 잼으로 진열했다. 잼이 24가지나 있는 사실이 더 신기했다.
편의상 앞에 있는 수치를 24가지 조건의 결과 값이고, 뒤에 있는 수치를 6가지 조건의 결과 값으로 정리했다.
시식한 비율 : 60% (145명) vs. 40% (104명)
시식한 잼 개수 : 평균 1.5개 vs. 평균 1.38개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결과이다. 하지만 구매 비율을 보면???
구매 비율 : 3% (4명) vs. 30% (31명)
이 결과를 받은 아이엔가 교수팀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전 동기 이론과 합리적 선택에 관한 경제 이론을 반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존 이론을 뒤집으려면 더 파워풀한 설명이 필요하기에 새로운 결과를 발견한 기쁨보다 도전적인 상황에 대한 고난과 역경이 먼저 그려지지 않았을까. 숫자와 반대되는 정성 리서치를 제안할 때마다 늘 받았던 도전처럼.
1번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제약 사항을 없애고, 교육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사회심리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에세이를 작성하면 중간고사 때 2크레딧을 지급한다고 전달했다. 에세이 작성 수준에 상관없이 제출만 하면 2크레딧을 지급했다. 30가지 에세이 주제에서 고르게 한 조건과 6가지 주제에서 고르게 한 조건의 작성 비율과 에세이 점수를 비교했다. 에세이 수준은 대학원생 2명이 10점 척도로 평가했다.
편의상 앞에 있는 수치를 30가지 조건의 결과 값이고, 뒤에 있는 수치를 6가지 조건의 결과 값으로 정리했다.
작성률 : 60% vs. 74%
에세이 점수 : 평균 7.69점 vs. 평균 8.09점, p < 0.2
모두 선택 개수가 적은 조건에서 높은 결과를 보였다. 조건 간 그룹의 중간고사 점수 차이도 없었고, 에세이 작성에 자원한 그룹과 자원하지 않은 그룹 간의 중간고사 점수 차이도 없었다.
그러니까, 선택지 개수에 따라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에세이 수준Performance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번 실험에서는 각 조건의 개수가 많다고 느꼈는지, 적다고 느꼈는지 알아보고, 만족도에도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살짝 복잡하다.
1) 마케팅 리서치라고 소개하며 초콜릿을 보여준 후 사고 싶은 초콜릿을 하나 선택하게 했다.
2) 참가자들은 초콜릿을 선택했다. 이때 선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3) 선택에 관한 7점 척도 설문을 진행했다. 문항은 enjoyment, difficulty, frustration, satisfaction으로 설문을 구성했다.
4) 초콜릿을 시식하게 했다. 이때 한 그룹은 실제 고른 초콜릿을 시식하게 했고, 다른 그룹은 선택한 초콜릿이 아닌, 다른 초콜릿으로 시식하게 했다.
5) 시식에 관한 7점 척도 설문을 진행했다. 문항은 Satisfaction, enjoyable, tastiness, regret, 다른 초콜릿이 더 맛있을 것 같은지로 설문을 구성했다.
6) 실험 참가 보상을 진행했다. 5달러 현금 vs. 5달러짜리 고디바 초콜릿 4개가 들어있는 초콜릿 박스를 선택하게 했다.
선택에 관한 결과 : 선택 시간과 선택에 관한 즐거운 경험, 어려운 경험 항목에서 모두 30가지 초콜릿 조건에서 높은 결과가 나왔다. 선택에 있어서 좌절감(피로도) 점수도 높았다. 만족도 점수는 두 가지 조건에서 모두 높았다.
시식 이후 결과 : 만족도 점수는 6가지 초콜릿 조건에서 높은 결과가 나왔다.
초콜릿을 보상으로 선택한 비율 : 12% vs. 48% -> 6가지 조건에서 선택한 비율이 높았다.
중요한 사실을 정리하면,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선택하는데 피로도를 높게 느껴 선택을 포기하기도 한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기분이 좋은 동시에 선택을 버거워한다.
6가지 조건에서 초콜릿 보상을 선택한 비율이 높은 것을 봤을 때, 선택과 시식 모두에서 만족도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결과를 비즈니스 환경에서 적용해 보자. 그렇다면 무조건 선택지를 적게 주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아니다.
우리 서비스의 사용자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정의 내려야 한다. 예를 들어, 쿠팡 사용자가 쿠팡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물건이든 살 수 있다. 내일 받을 수 있다. 싸게 살 수 있다.
여기서 선택지와 관련된 키워드는 '어떤 물건'이다. 즉, 수많은 선택지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한 종류 내에서 몇 개의 선택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사용자들은 the more, the better라고 답할 수는 있지만, 실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행동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번엔 오늘의집 사용자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생각해 보자.
다양한 인테리어 용품을 탐색할 수 있다. 인테리어 용품을 살 수 있다. 인테리어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여기서 선택지와 관련된 키워드는 '다양한 인테리어 용품'이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인테리어와 연관된 다양한 상품 선택지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플랫폼이 알아서 선택해 주길 바라는 서비스라면? 쿠팡과 오늘의집 사용자와는 다른 기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서비스 사용자는 어떤 기대를 갖고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그들이 선택하는데 도움되는 선택지 개수는 많은 것인지, 적은 것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겠다.
출처 : Iyengar, S. S., & Lepper, M. R. (2000). When choice is demotivating: Can one desire too much of a good th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6), 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