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은 냉장고 청소와도 같다(1)

1회 차 상담일지

by 소연
상담 한 번 받아보는 게 어때?

평소에 신뢰하는 언니의 한 마디에 주저하지 않고 집 근처에 있는 심리 상담소에 상담을 예약했다. 물론 동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올해 5월 평생 다니고 싶던 회사에서 내 발로 나오게 되었고 쉬는 동안, 아니 앞으로 쉬게 될 시간을 생각하니 불안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던 중 언니도 심리 상담을 가끔 받고 있다고 했고 꽤 도움이 된다는 한 마디가 높게 느껴진 상담소 문턱을 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막상 상담을 예약하고 나니, 내가 상담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건 아닌데... 나 같은 사람도 상담을 받아도 괜찮을지 질문이 떠올랐다. 상담 후기를 보니 다양한 고민으로 방문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상담소는 내가 자주 가는 카페 위층에 있었다. 눈이 크고 미소가 햇살 같은 선생님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병원에서 초진을 보는 것처럼 나와 나의 가족 정보에 관해 간략히 묻는 질문지를 작성해야 했다. 가족 정보에 관해서 적어야 했을 땐 조금 당황했다. 별로 적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간략하게 작성했다. 나에 관해서만 얘기하고 싶었으니까.


상담의 시작과 끝 모두 내가 시작하고 내가 끝맺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왜 오게 되었는지 최근 회사에서 퇴사한 이유, 평소에 불안하게 느끼는 감정들을 하나 둘 풀어놓기 시작했다. 심리학 전공했던 것은 최대한 숨기려고 했다. 관련해서는 상담 심리학과 정신분석 심리학만 배웠지만, 상담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순간 선생님이 눈치를 채서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상담이란 상담자가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상황에 대해서 복기하고 문제의 원인을 함께 찾아가 준다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받아보니 알쏭달쏭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나에 관해 알아가야 하는 것이 많다고 느꼈기에 5회기를 결제하고 나왔다.


KakaoTalk_20250625_173103004.jpg 알쏭달쏭했지만 따뜻했던 첫 상담의 느낌


50분의 시간이 생각보다 짧았다. 긴장했던 탓인지 상담이 끝나고 나니 등이 땀으로 푹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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