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가방에 들어 가신다

영어 명사의 단/복수는 왜 중요할까? a/an과 -s를 붙여야 하는 이유

by 라운

문법 무시하고 '대충 외워서라도 말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에는 반대입니다. 이왕 공부하고 시간을 투자할 거라면 '잘' 하고 싶습니다. 그 언어를 듣는 사람들이 자연스럽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하는 게 목표인 셈이지요. 그러자면 유창함에 정확함도 가미해야 합니다.


He am students.

이와 같은 문장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뭔가 어색하다는 것을 번에 알 수 있을 겁니다. 한 사람의 남자를 나타내는 대명사 He가 나왔고, 학생이라는 뜻의 student라는 단어도 보입니다. 아마도 하고자 했던 표현은 '그는 학생이다'였을 겁니다. 정확한 문장으로 다시 써보겠습니다.


He is a student.

이제 첫 문장의 틀린 부분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He와 함께 쓸 수 있는 Be 동사는 is, 혹은 was입니다. '-이다'는 뜻으로, 현재 학생이므로 is가 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학생이라는 걸 표현할 때도 한 명이라는 것을 꼭 표시해주어야 합니다. 여기에 영어와 한국어의 결정적인 차이가 나타납니다. 우리말은 하나일 때와 여러 개일 때를 냉정하게 구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과 같이 수량을 나타내는 말이 앞에 나왔을 때 '책들'처럼 복수 형태가 붙는 것을 거북해합니다. '많은 책'이면 충분하다는 거죠. 같은 표현을 영어로 쓰면 Many books입니다. 이때 명사의 뒤에는 복수를 나타내는 -s가 반드시 붙어야 합니다. 안 쓰면 무조건 틀린 문장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하나의 명사임을 알려주는 a/an이라는 관사도 안 쓰면 무조건 틀립니다. 영어 공부할 때 10명 중 7, 8명은 이 부분이 거의 연습이 되지 않습니다. 배울 때 이런 차이에 대해서 강조해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영어 문장을 만들 때 주어, 동사 생각하느라고 여기에는 경보음이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I am a boy."는 주구장창 외웠지만 문장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의 의미는 신경 쓰지 못한 겁니다.


다시 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는 한 명이고, 그 한 사람이 학생이라는 것을 나타내야 하므로 '학생'을 쓸 때는 'a student'라고 니다.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가수라면 'a singer', 선생님이라면 'a teacher'가 되어야 합니다.


영어에서 단수를 나타내는 a/an과 복수를 나타내는 명사 뒤의 -s를 얼마나 예민하게 여기는가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말 띄어쓰기 공부할 때 꼭 나오는 표현이 '아버지가 방에 들어 가신다'와 '아버지 가방에 들어 가신다'입니다. 두 문장은 같은 글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디를 띄어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고, 심지어 한 문장은 매우 어색하기까지 합니다. 영어 단수, 복수의 표현이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귀에는 '아버지 가방에 들어 가신다'와 같이 들린다고 생각해보세요. a, an, -s 한 글자로 이런 오류가 나타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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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한 글자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 좀더 이해하기 쉽도록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당시, 한참 영어가 재미있던 때 같은 반 학생들과 외국인 선생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레스토랑 사장님은 그곳에 이민 온 유럽인이었는데, 유창한 영어로 주문을 받고 메뉴를 설명했습니다. 아직 영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저에게는 마치 네이티브 스피커 같았습니다. 주문을 받은 사장님이 자리에서 멀어지자 영어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장님이 영어를 잘 못하는 분이네요. 4 cups of coffee라고 해야 하는데, s는 빼먹고 4 cup이라고 하는군요."


사장님이 굉장히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한다고 생각했던 저는 의아해져 선생님께 물어보았습니다. -s를 붙이고 안 붙이는 차이가 그렇게 큰 건지, 영어를 못한다고 할 정도로 어색하게 들리는 건지를요. 선생님의 대답은 '그렇다'였습니다. 영어 사용자들의 귀에서는 단수인지, 복수인지에 대한 구분이 매우 정확하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우리 귀에서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가신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어색하다고 여겨지는 것처럼요.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20년만에 어릴 적 친한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해봅시다. 여러 가지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겁니다. 어디 사니? 무슨 일 해? 결혼은 했니? 아이는 있어? 등등. 예문 중 '아이는 있니?'라는 질문을 영어로 해보겠습니다. "Do you have any child?" 이렇게 물어보면 네이티브 선생님은 당장 질문을 고쳐줄 겁니다.


Do you have any children?

Child의 복수 형태는 Children입니다. Any는 수량을 나타내기 때문에 뒤에 오는 명사는 복수로 씁니다. 따라서 '아이'라는 단수 명사 child가 오면 어색하다는 것입니다. 명사를 문장에서 소개할 때 하나인지, 두 개인지, 혹은 여러 개인지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우리말과 확연히 다른 부분입니다. 당연히 영어로 문장을 만들 때 이 부분은 실수하기 쉽습니다.


Do you love dogs? I love cats.

'너는 개를 좋아해? 나는 고양일 좋아해'와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만 좋아해서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개, 고양이라고 부르는 동물들을 좋아하는 거니까 이때도 명사는 Dogs, Cats처럼 복수 형태를 써야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귀에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I have a dog and I like dogs." 내가 키우는 개는 한 마리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개라는 동물이겠지요? 이것이 바로 앞 문장에 쓴 a dog과 뒤 문장에 쓴 dogs의 차이입니다.


기껏 열심히 영어 공부하고 연습했는데, 내가 하는 말이 '아버지 가방에 들어 가신다'와 같이 들린다면 굉장히 속상할 겁니다. 듣는 사람의 귀에도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말할 수 있도록 영어의 단수와 복수 형태가 얼마나 중요한지 꼭 기억해두고 정확한 문장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