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데도 많고, 가볼 곳도 많은 곳이 방콕입니다. 여행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방콕에서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볼거리를 추려봤습니다. 관광지 자체보다는 별 거 아니지만 소소하게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곳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근거로 네 가지 방콕 여행 베스트를 추천해봤습니다.
1. 왓푸라깨우의 애메랄드 불상을 봐라. 인간이 만든 최고의 예술 작품 앞에서 절로 경건해진다.
방콕 최고의 관광지는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으로 불리는 왓프라깨우다. 반경 8km 안에 산이 없다는 방콕의 넓은 평지 위에 세워진 왕궁과 사원은 그 규모부터가 엄청나다. 입장권은 500바트로, 왕궁과 왓프라깨우, 위만맥 궁전을 함께 볼 수 있다고 해도 일반 사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의 높은 가격이다. 그러나 어디서도 접하기 어려운 왓프라깨우의 화려함과 웅장함,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면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수준. 사원의 내부는 물론이고, 벽면이나 지붕에까지 화려한 황금으로 치장한 건축물을 보고 있자면 인간의 위대함에 절로 경건함이 느껴질 정도다.
왓프라깨우의 하이라이트는 대웅전의 에메랄드 불상이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에메랄드 불상이 위치한 대웅전 내부는 각종 크고 작은 불상과 조각품, 그림 등으로 치장되어 있다. 좁은 대웅전 내부에 들어서면 빽빽하게 장식된 각종 예술 작품들로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다. 이제까지 봤던 그 어떤 사원의 불상보다 화려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공들인 흔적이 역력해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던 당시의 기술과 예술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에메랄드 불상뿐 아니라 왓푸라깨우의 모든 건물과 조각상이 하나같이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한번쯤은 꼭 가볼 만하단 생각이다. 다만 온통 황금빛으로 치장한 덕분인지 건물과 건물 사이, 왕궁까지의 거리는 건물이 방출하는 복사열로 인해 매우 덥다. 찌는 듯한 방콕 날씨는 유명하니 준비 단단히 하고 위대한 예술품을 감상하자.
2. 차이나타운에서 아이스 그린티를 마셔라. 친절한 서비스와 시원한 음료에 여행의 피로가 절로 풀린다.
방콕에는 유명한 차이나타운이 있는데, 지하철인 MRT 후아람퐁역에서부터 익스프레스 보트 선착장이 있는 타싸판풋(N6)까지 꽤 넓은 지역을 아우른다. 한자로 된 간판이 많고 특유의 붉은 색이 많이 사용된 거리 풍경은 한눈에도 이곳이 차이나타운이란 걸 실감하게 한다. 후아람퐁역 근처에는 앉아 있는 "황금 불상"으로 유명한 왓트라이밋 사원이 있는데, 차이나타운을 가는 길에 위치하므로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다.
황금 불상 사원인 왓트라이밋의 입장료는 40바트다. 사원 입구에서 표를 사서 계단을 통해 황금 불상이 모셔진 본전으로 올라가면 된다.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하며 기도하는 분들이 많으므로 조용히 살펴본다. 왓푸라깨우처럼 관광객이 대규모로 입장하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고, 불상 앞에서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왓트라이밋을 지나 본격적인 차이나타운에 도착하면 교차로에 차이나타운임을 알려주는 구조물이 서 있다. 주변에는 관광 버스를 비롯해 차가 많이 다니고 따로 건널목이 없으므로 조심해서 로터리를 건넌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차이나타운이다. 관광객이 심심찮게 많은 지역으로,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큰 길가나 작은 골목길까지도 방콕 시내와도 확연히 다른 거리 풍경이 펼쳐진다. 각종 중국식 약재와 먹거리를 팔고 있으며, 골목 시장 특유의 활기까지 접할 수 있다.
이미 왓트라이밋부터 더위에 지쳤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쯤에서 중국식 차를 한 잔 정도 마셔주면 좋다. 번잡한 길가 한가운데 위치한 찻집인 "더블독티룸(Double dogs tea room)"에서는 시원한 중국식 냉차와 말차, 간단한 쿠키, 말린 찻잎 등을 판매한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실내에서 즐기는 달달한 쿠키와 시원한 차의 조합은 그야말로 최고. 영어 메뉴도 준비되어 있으며 특히 직원들이 매우 친절해 편안히 땀을 식히고 나올 수 있는 곳이다.
차이나타운을 돌아보고 가까운 타랏차웡이나 타싸판풋 선착장으로 가면 익스프레스 보트를 타고 왕궁이나 BTS 환승역인 사판탁신역까지 한번에 갈 수 있다. 다음 이동 코스를 짤 때 참고한다.
3. 짜오프라야강에서 익스프레스 보트를 타라. 비용 대비 최고의 관광 코스다.
방콕 여행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지하철, 지상철인 BTS를 비롯해 짜오프라야강을 통째로 이어주는 익스프레스 보트까지 탈 거리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정류장의 거리에 따라 요금이 올라가는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선착장과 선착장을 연결해주는 익스프레스 보트는 누적 요금이 없다. 14바트면 강의 어디든 갈 수 있고, 악명 높은 방콕 시내의 차 막힘도 피해갈 수 있다.
익스프레스 보트 표는 선착장 입구에서 살 수 있는데, 단방향으로 선착장과 선착장을 연결해주는 익스프레스 보트 외에 추가로 관광지를 연결해주는 관광 보트 매표소와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관광지를 연결하는 보트의 경우 요금도, 노선도, 도착 시간도 모두 다르다. 보통 표를 보여주면 선착장 관리자분께서 타라, 마라를 알려주므로 반드시 방향과 보트의 종류를 확인한 후 탑승한다. 보트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흔들림 등은 적지만 타는 시간대에 따라 엄청난 탑승객과 마주할 수 있으므로 눈치껏 시야가 확 트인 곳을 찾아 앉도록 한다.
특별히 보트 관광을 여행 코스에 넣지 않을 예정이라면 왕궁을 보고 난 후 근처 선착장에서 익스프레스 보트를 타고 종점인 사톤까지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강바람을 쐬면서 강가에 펼쳐지는 다양한 유적지와 방콕 시내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사톤 선착장에 내리면 BTS 사판탁신역과 바로 연결되므로 이동에도 편리하다.
4. 싸얌(씨암)의 키노쿠니아 서점에 가라. 서점의 규모와 구비된 책 종류에 두 번 놀란다.
방콕에서 가장 큰 싸얌의 키노쿠니아 서점은 BTS 싸얌역에서 쉽게 갈 수 있다. 키노쿠니아 서점이 위치한 럭셔리 쇼핑센터인 싸얌 파라곤은 싸얌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찾아가기 매우 편리하다.
여행지에 가면 그곳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곳에서는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엿보는 기분이 들어 재미있다. 방콕에서도 가장 큰 편에 속한다는 싸얌의 키노쿠니아 서점의 첫인상은 깔끔함과 놀라움이다. 태국어뿐 아니라 영어나 중국어 등으로 출간된 다양한 외국어 도서의 비중이 전체 매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각국의 언어로 출판된 책을 보고 있자니 방콕이 아시아의 허브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실제로 방콕은 지리적인 특성상 해외 각지의 주요 기업에서 주재원을 파견하는 비율이 높고 방콕 내 거주하는 외국인의 비율 역시 매우 큰 도시라고 한다.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책을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꼬불꼬불한 태국 글씨를 들여다보면서 무슨 의미일까를 추측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방콕의 문화 수준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서점에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