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먹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태국 요리는 인기있는 외식 메뉴이기도 한데요, 동남아 요리를 파는 유명한 퓨전 레스토랑 등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꼭 맞도록 향과 맛이 약간 변형된 요리를 팔고 있습니다. 다만 비싼 가격 때문에 자주 먹을 수 없는 요리였다면 방콕 여행에선 싸고 맛있는 태국 요리를 삼시세끼 맛 볼 수 있어요. 또 동네 슈퍼마켓에만 가도 망고나 망고스틴, 리치, 코코넛과 같은 열대 과일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달고 고소한 걸 좋아하는 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딱 맞는 방콕의 먹거리를 소개합니다.
1. 망고 스티키 라이스
"Mango sticky rice"라는 다소 희한한 이름의 디저트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요리인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었는데 태국 레스토랑에서도 디저트로 추천하는 메뉴고 푸드코트의 평범한 식당에서도 따로 홍보용 이미지를 붙여둘 만큼 방콕에서 인기다. 밥을 다 먹고 난 후 만나는 게 디저트인지라 배 부른 뒤에 나오는 음식은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아무리 배가 불러도 달고 부드러운 태국산 망고와 코코넛 워터로 간을 한 달고 짭짤하며 일부 바삭하고 일부 끈쩍한 텍스처가 환상적인 밥의 조화는 그 어떤 요리보다 훌륭하다. 크고 신선하며 부드러운 망고와 코코넛 맛이 나는 끈끈한 밥의 조화는 배가 언제 불렀나 싶게 계속 손이 가는, 방콕 최고의 요리로 추천한다.
2. 모닝글로리 채소 볶음
방콕은 싸고 맛있기로 소문난 해산물 레스토랑이 많다. 잘 알려진 태국 요리인 꽃게를 넣어 만든 커리나 새우 구이, 볶음밥, 볶음면, 쏨땀 등을 즐겨먹게 되는데, 평소에 잘 접해보지 못했던 음식 중 놀라운 감동의 맛을 안겨준 건 고기도, 해산물도 아닌 모닝글로리라고 불리는 채소 볶음이었다. 태국어로는 "팍풍"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공심채"라고 부른다는데 사실 방콕 여행 이전에 먹어본 기억이 없다. 보통 태국 요리라고 하면 워낙 화려하고 맛있는 아이템이 많아 메뉴판 어딘가에 쓰여 있었다고 해도 쉽게 눈이 가지 않았으리라. 방콕에서 먹어보기 전에도 채소가 맛있어야 얼마나 맛있으랴 하고 손을 대지 않았었는데, 한입 먹어본 후에는 자꾸만 손이 가서 멈출 수 없었던 요리였다. 현지 유학생에게 들어보니 모낭글로리 채소 볶음은 한국 여행객에게 가장 인기있는 요리 중 하나라고 한다.
3. 왕궁에서 파는 우유
방콕의 왓푸라께우와 왕국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관광객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 곳인데, 여행지에서 재미있었던 건 왕궁 한복판 매점에서 딱 두 가지 아이템, 우유와 우롱차를 판다는 것이다. 우롱차는 흔히 볼 수 있는 녹차 음료처럼 평범한 패트병에 들어 있고 달달한 맛이 나는데, 우유는 입구가 잘 밀봉되어 있는 플라스틱 병에 담아 판매한다. 우유를 주문하면 구멍을 뚫어줄 건지 물어보는데, 빨대를 바로 꼽아서 마실 수 있도록 친철하게 뚜껑에 구멍을 뽕 뚫어준다. 유독 먹거리 많은 태국의 최고 관광지에서 우유를 파는 건 강렬한 태양빛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넓은 왕궁을 걸어다닐 관광객의 건강을 염려해서가 아닐까란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며 고소하고 시원한 우유를 쭉쭉 마셔보았다. 과연 담백하고 시원한 우유 맛이 일품. 다만 평소에 우유를 즐기지 않는다면 양은 조금 많을 수 있다.
4. 똠양꿍 & 똠양꿍 라면
사실 호불호가 있는 태국 음식이 똠양꿍이다. 일명 "세탁 세제 맛"으로 불리는 강한 고수향 때문인데 방콕의 웬만한 식당에선 주문할 때 취향에 따라 고수를 넣거나 빼서 요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태국 등 동남아에서 키우는 고수는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고수에 비해 향과 맛이 훨씬 강하다고 하니 거부감이 있는 경우에는 안전한 선택을 위해 고수는 빼고 주문한다. 고수향을 빼더라도 토마토 베이스에 신선한 새우가 듬뿍 들어간 시원한 똠양꿍 국물은 시큼하고 달콤, 매콤한 맛이 일품인 최고의 해장 요리다. 술 마신 다음 날 꼭 한 번 먹어보길. 슈퍼마켓 등에서는 집에서 똠양꿍을 만들 수 있는 베이스 양념뿐만 아니라 쉽게 끓여 먹을 수 있는 똠양꿍 라면 등도 다양하게 판매한다.
5. 코코넛 워터 음료
태국에 가기 전부터도 워낙 코코넛 음료에 꽂혀 있던 지라 슈퍼마켓과 편의점의 코코넛 음료를 모두 마셔보았다. 코코넛이 풍부한 현지에서 마셔본 코코넛 워터 음료는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맛도 훨씬 더 달콤했다. 특히 오가닉 제품으로 코코넛 과육과 코코넛 워터가 한 병에 어우러진 "레디 투 드링크 코코넛"은 비싼 가격만큼 만족스러운 맛을 자랑한다. 사실 익스프레스 보트를 타는 요금이 14바트니까 59바트면 태국에서 절대 싼 가격은 아닌 셈인데, 그래도 코코넛 워터 음료를 좋아한다면 한번쯤 마셔볼 만한 추천 음료다.
하나 더. 태국의 열대 과일!
망고, 리치, 망고스틴, 사과, 두리안 등 다양한 과일을 맛볼 수 있는 곳이 태국이다. 개인적으로는 망고스틴을 정말 좋아하는데, 방콕의 슈퍼마켓에서 산 과일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신선하게 보관해서인지 잘 익지 않았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시간 여유가 되다면 길거리 노점상이나 시장에 꼭 들러보길 권한다. 방콕 여행 때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현지 시장까지는 방문하지 못했는데, 푸켓 등에서의 경험을 되돌려보면 상당히 볼 만했단 기억이다. 맛있는 과일을 맛보고 구경할 수 있는 건 슈퍼마켓 등에서 얻을 수 없는 또다른 즐거움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