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를 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길 많이 듣게 되는데, 대부분은 매우 만족이라며 별 ★★★★★를 너끈히 주었다. 대체 마카오의 매력은 뭘까? 사람들은 왜 마카오에 가는 걸까? 초특가로 홍콩행 티켓을 끊은 순간부터 내 관심은 홍콩보단 마카오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직접 느낀 마카오의 매력을 정리해봤다.
1. 인기 여행지인 홍콩과 가깝다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흔히 떠올리는 여행지는 "홍콩"이다. 핸드폰에 앱 하나만 깔아두면 수시로 특가 항공권 알림이 울린다. 우리나라와 가깝고 저가항공사가 노선을 운영하는 지역 중에서는 아마 단연 최고의 인기 코스일 거다. 쇼핑의 천국이란 말처럼 물건에 세금이 붙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 등이 입점되어 있어 원하는 건 뭐든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경이 멋지고 먹거리가 비싸지 않다는 것도 홍콩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마카오는 보통 "홍콩 여행 중 하루 정도 들리는 코스"로 많이 소개되었는데, 최근 들어 "마카오 꼭 가봐라"는 이야길 많이 듣게 되었다. 어릴 때 유행했던 홍콩 영화에서 주윤발이 호화 유람선 위에서 카드 도박을 하다 악당과 싸우는 곳의 배경이 마카오였고, 최근 본 영화 <도둑들>에서 마카오가 나온 것 같다 정도를 빼면 마카오에 대해 아는 지식은 거의 전무했다. 하지만 홍콩에서 페리로 한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각종 럭셔리 호텔과 세계 8대 카지노가 모두 모여 있는 곳이 마카오다. 홍콩이나 마카오는 저가항공사의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2인 30만원 정도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고 비행 시간도 길지 않다.
2. 홍콩 공항에서 바로 페리를 타고 마카오로 입국할 수 있다
여행을 준비하며 알게 된 건 홍콩 공항에서 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카오로 바로 갈 수 있다는 것. 보통은 홍콩에서 페리를 타고 하루 코스로 마카오로 들렀다 관광을 하고 다시 나온다고 하는데,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빼면 마카오 자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을 듯해 비행기를 내리자마자 마카오로 입국하기로 했다. 과연 홍콩 공항에서 "Mainland/Macau Ferries"라는 표지판을 따라가니 마카오행 페리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창구가 나타났다. 티켓을 발권할 때는 여권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티켓에 이름이 쓰인 채 발행된다. 홍콩 공항을 거쳐 마카오 이미그레이션으로 바로 입국하기 때문인 듯. 이코노미 클래스의 경우 254 홍콩달러(1홍콩달러는 150원 정도). 비즈니스격인 슈퍼 클래스는 가격이 좀더 비쌌는데, 공항에서 마카오 페리를 바로 이용하는 승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탑승 시간도 길지 않아 무난하게 이코노미를 선택했다. 보딩을 하러 들어간 후에는 대기실에서 페리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홍콩과 마카오를 잇는 터보젯(Turbojet) 페리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물살을 가르면 마카오다. 마카오에는 두 개의 페리 터미널이 있는데, 마카오 공항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게 타이파 페리 터미널이고 마카오 중심가와 가까운 곳은 홍콩 마카오 페리 터미널이다. 재미있게도 입국 심사대에서는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 티켓 같은 것을 발행하는데 입국 날짜와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명시된 허가서다. 여권 외에는 따로 제출해야 할 입국 관련 서류가 없다.
3. 럭셔리 호텔의 무료 호텔 셔틀 버스를 활용하면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페리 터미널 밖으로 나오면 불야성 같은 굉장한 전경을 마주하게 된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온갖 치장을 다 한 거대한 호텔 건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눈 돌리는 곳마다 바다의 풍경과 어우러진, 말 그대로 몇 블럭에 걸쳐 세워진 듯한 거대한 건물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호텔 위주의 쇼핑 센터와 카지노 등이 유명한 마카오이기에 가능한 첫인상이다. 화려한 호텔 장식과 규모에 일단 한번 놀라고 시작하는 마카오 여행. 두 번째 놀라운 건 페리 터미널 밖으로 쭉 이어져 있는 무료 호텔 셔틀 버스다. 십여 개에 이르는 마카오의 유명한 호텔에서는 저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페리 터미널, 공항과 주요 호텔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 버스를 운영한다. 여권이나 호텔 예약 확인서를 요구하지도 않으니 당당히 타면 된다. 배차 간격도 5~15분 사이라 주요 호텔을 거점으로 삼아 관광을 다닐 심산이라면 교통비도 거의 들 일이 없다. 여행 비용 중 숙소와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걸 생각해보면 굉장한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마카오 페리 터미널에서 건너편 섬인 타이파 지역의 호텔이나 페리 터미널, 공항까지 모두 무료 셔틀로 다닐 수 있다. 관광객들이 주요하게 다니는 지역은 마카오 전체에 그리 넓게 퍼져 있지 않으므로 교통 체증만 피하면 셔틀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페리 터미널에서 타이파 섬의 주요 관광지인 베네시안 호텔까지는 셔틀 버스로 대략 15분 정도. 호텔마다 다르지만 셔틀 버스는 거의 밤 11시에서 12시까지는 운행한다.
참고로 마카오에서 손꼽히는 관광지인 베네시안 호텔은 쇼핑몰 안에 베네치아 거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거리 사이의 운하까지 그대로 모방해 만들었다. 한밤 중에도 초저녁 고즈넉한 베네치아 거리를 연상케하는 쇼핑몰 구조는 한번쯤 돌아볼 만하다. 밖은 굉장히 어두워졌지만 실내는 조명을 이용해 저녁 나절의 해지는 풍경을 연출했다.
저녁 시간에 저녁 먹으며 살짝 둘러본 정도라 곤돌라를 타보진 못했는데, 베네치아에서처럼 실제로 곤돌라에서 뱃사공이 노래를 틀어주거나 관광객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유도한다. 수로를 연출한 강바닥에는 관광객들이 던진 지폐와 동전이 가득하다. 여행책 등에서 본 적은 없지만 베네시안 호텔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소원을 빌며 던져둔게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호텔 셔틀 버스는 자기 호텔에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셔틀 버스를 운영하는 거라 다른 호텔을 거의 경유하지 않는다. 다만 베네시안 호텔의 경우에는 호텔 자체가 워낙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이다 보니 다른 호텔의 무료 셔틀 버스 중에서도 노선을 만들어 베네시안까지 운행가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베네시안 호텔보다 갤럭시나 윈(Wynn) 호텔 등이 더 세련되어 보였다. 한번쯤 머물고 싶은 럭셔리한 호텔이라는데, 다음 번에 기회가 된다면 5성급 호텔의 럭셔리함을 제대로 즐겨보리라.
이번 여행에서는 소박하게(?) 베네시안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뱀부(Bambu)만 방문했다. 비슷한 가격대의 우리나라 뷔페 레스토랑과 비교하면 음식 종류도 많고, 맛도 나쁘지 않은 편. 중화 요리 외에 포르투갈 레스토랑에서 맛본 돼지 다리 구이 요리 등도 맛볼 수 있다.
4. 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포르투갈의 이국적인 거리 풍경 및 음식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카오의 세나도 광장을 중심으로 세인트 폴 성당에 이르는 길 곳곳에서 포르투갈의 이국적인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마카오에서는 포르투갈 레스토랑이나 포르투갈식 조리법으로 만든 요리들도 인기다. 중화권 특유의 느낌에 포르투갈의 향기가 더해져 만들어지는 느낌이 신선하다. 예를 들어 세인트 폴 성당은 앞부분만 남아 있는 17세기 성당 유적으로 유럽스러운 감성이 물씬 풍기는데, 세나도 광장에서 올라가는 시장 길에는 육포와 단 과자를 만들어 파는 가게들이 성행이다. 정면에는 유럽풍의 세인트 폴 성당이, 양 옆으로 펼쳐진 길에는 중국식 육포를 파는 광경이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다. 마카오에서 찾은 포르투갈의 향기는 다음 글에서 좀더 자세히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