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을 가본적은 없지만 마카오를 여행하다 보면 계속해서 만나게 되는 이름이 "포르투갈"이다. 본격적으로 마카오 관광을 시작하려면 마카오 관광의 출발지로 불리는 세나도 광장으로 가야 한다. 중심가에 위치한 랜드마크인 리스보아 호텔 근방에서 걷기 시작하면 세나도 광장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마카오에 가는 이유"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유명 호텔은 페리 터미널이나 공항에서부터 무료 셔틀 버스를 운행한다. 리스보아 호텔은 마카오 역사지구에서 가깝고 무료 셔틀 버스까지 운행하므로 여행을 시작하기 좋은 장소다. 참고로 리스보아 호텔의 셔틀 버스는 타는 사람이 많으므로 근처의 윈(Wynn) 호텔이나 갤럭시(타이파의 갤럭시가 아니라 마카오 중심가에 있는 갤럭시다) 호텔의 셔틀 버스 타는 걸 추천한다.
윈 호텔이 운영하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셔틀 버스를 타고 호텔 앞까지 이동한 후 리스보아 호텔 앞으로 걸어갔다. 건물이 크고 도로가 넓긴 하지만 가는 길은 멀지 않다. 윈 호텔 오른편에 트로피 모양으로 지어진 리스보아 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이 호텔 앞까지만 가면 워낙 관광객이 많아 방향만 찾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가면 세나도 광장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다.
마카오의 세나도 광장을 중심으로 성당의 앞면만 남아 있는 것으로 유명한 세인트 폴 성당까지 가는 길 곳곳마다 포르투갈의 이국적인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거리에 세워진 건물도 그렇고, 길마다 세워진 성당 등의 문화재가 중국보다는 유럽의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방문했던 당시는 겨울이라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가 한참이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거리에 크리스마스 느낌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외국에 나와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주말이라 사람이 매우 많았는데, 오후가 될수록 사람은 점점 더 많아졌다. 중국 인구를 생각해보면 중화권의 유명 관광지에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하겠지만 가능하면 사람이 덜할 때 다니는 걸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리를 걷는 내내 연말에 보신각 갔을 때 인파에 밀려밀려 돌아다니는 것과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세나도 역사지구의 첫 번째 관광지는 성 도미니크 성당으로, 세나도 광장에서 세인트 폴 대성당까지 가는 길의 초입에 위치해 있다. 사실 성당까지 가는 길엔 지도도 필요없는 것이 사람들을 따라 길을 걸어가다 보면 멀리서부터 노란색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성당 내부도 매우 아름답다. 곳곳에 예수님이나 마리아상이 서 있고, 차분한 조명과 더불어 경건한 느낌을 전해준다. 관람은 무료.
노란색을 띄는 또 다른 성당은 마카오 대성당이다. 분수가 유명한 대성당 광장의 맞은 편에 위치해 있는데, 마침 방문한 날은 대성당에서 결혼식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핑크빛 드레스의 신부들러리들과 한쌍의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이조차도 한국식 결혼 문화에 익숙한 내게는 매우 이국적이었다.
대성당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골목길에서는 마카오 특유의 오밀조밀하고 번화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이 좁은 골목을 따라 내려가 조금만 더 걸으면 유명한 육포 거리다. 골목 중간중간에는 작은 음식점들이 많은데, 특유의 향신료 향기와 맛있는 국물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점심시간에는 굳이 음식점 안에 들어가지 않고 음식을 테이크 아웃해 구석 벤치 등에 앉거나 주변에 서서 식사를 해결하는 풍경도 심심찮게 살펴볼 수 있다.
육포 거리 곳곳의 상점에서는 손님들을 유혹하기 위해 육포를 팍팍 잘라서 시식할 수 있도록 나눠준다. 우리나라 육포에 비해 양념의 단맛이 더 많이 느껴지고 부드럽다. 달짝지근한 맛이 특징인 쿠키를 맛보게 해주는 가게도 많은데, 이 거리는 "육포 거리"라는 이름과 더불어 "쿠키 거리"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주말이라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에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지만 인파로 붐비는 육포 가게는 너무 신기해 찍어봤다. 100여 미터에 이르는 육포 거리를 올라오는 것도, 이후 세인트 폴 대성당까지 오르는 길도 대부분 이 많은 관광객의 인파 속에 묻혀 있었다고 보면 된다.
멀리서 보이는 세인트 폴 대성당의 전면부. 안쪽으로 들어가면 성당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안내판이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하나의 완벽한 성당 건물이었던 것이 불 때문에 나머지 부분은 소실되었다고 한다. 17세기에 지어진 마카오의 대표적인 포르투갈 건축물이다.
계단을 올라 가까이 가보면 성당 전면부가 매우 세심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곳곳에 잃어버린 성당 건물의 유적이 남아 있긴 하지만 뒷면을 돌아보면 어쩐지 황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아름답게, 공을 들여 지은 건물도 재해 앞에서는 몇 백 년을 버티지 못한다. 다행히 앞부분이라도 남아 태초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세인트 폴 대성당 건너 편에는 공원처럼 꾸며진 몬테 요새(Mount Fortress)가 있다. 마카오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소이기도 한데,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마카오 시내 전망을 내려다 보기도 좋다. 17세기 포르투갈이 지은 요새로 네덜란드와 전쟁 때 승리를 이끈 장소라고 한다. 과연 요새처럼 성벽이 둘러쳐져 있고 대포 등이 아직까지 놓여 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지대가 높기 때문에 멀리 리스보아 호텔과 타이파로 건너는 지점에 위치한 마카오 타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전망 때문에 이 장소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몬테 요새를 내려와 다시 세나도 광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돌아본 것은 세인트 폴 성당 앞의 예수회 광장에 서 있는 소년, 소녀의 동상이다. 소년이 소녀에게 연꽃을 건내주는 모습이다. 의미를 가진 동상일텐데 주변 거리나 상점에 묻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마카오 제일의 광관지니 주변이 상업화되는 건 어쩔 수 없을 듯.
거리 곳곳의 건물의 생김새, 광장의 모양과 안내판, 지도 등에서부터 아시아나 중국보다는 포르투갈의 향기를 강하게 느낄 수 있고, 세나도 광장만 한 번 둘러봐도 왜 마카오가 아시에 속 작은 유럽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