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빠를 아는가?[발리의사색.1]

일상의 통찰

by JJ

나의 아빠 이상춘의 이생은

2009년에 끝났고,

그가 가진 모든 기억은 종료되었다.


나는 아직 살아서

삶의 기억이 지속되고 있으며,

아빠가 모르는 남자를 남편이라 부르며

발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낮의 습기 속 짙푸른 녹음,

새파란 하늘아래 진동하는 과일단내.

목따가운 차가운 맥주와

꼬릿한 안주거리와

그가 사랑하던 담배.


아빠가 좋아하는 모든것이 있는,

발리에 그는 와봤을까.



돌봐야할 자녀도 없이 홀가분해

일하다가 지치면

남편과 손잡고 떠나는 여유.


그는 이런 삶을 살아보지 못했겠다.



아니,

돌아가시기 6개월전 밝혀진

5년은 족히 된것같다던 내연녀처럼


발리도, 자유도,

그리고 내가 모르는 수많은 기쁨이

오히려 충분히 있는 삶이었을는지도.



내게 특별한 이 순간이

그는 보지 못한, 영원히 보지 못할

경험일수 있다는것이

전화기 충전선이라도 잘린 듯한

외로움과 막막함이다.


아빠가 이 장면을 봤다면

무슨생각을 했을까?


아니, 이런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을지도.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알고 모르는것이 무엇인지

알길이 없다.


털어놓아봐야

그 누구도 뭐라 대답할 수 없는,

센치함이나 우울감도 아닌,

그저 아빠를 떠올리는것.



이것이 그냥

죽은 아빠를 추억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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