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통찰 |
금요일이다.
유난히 날서게 바빴던 한주가 끝났구나.
아니, 퇴근 후 친구와의 저녁이 끝나야
진정한 휴식이 오리라.
한주가 더 분주했음은
선입견을 가진 이들과의 대화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해서였겠다.
설명하자니 언쟁이 되고,
동의치 않는 뜨거운 말을 받아삼키며 웃어보이니
속 껍질이 벗겨졌다.
상관 않으면 그만이겠으나,
내가 경험한 인생은 그렇다더라.
상관함이 인생의 전부라는것이다.
팀장이라면 당연히,
언니라면, 선배라면.
마흔이 넘었으면 일반적으로.
남자라면, 여자라면, 원래가.
유난하게 튀어나온 실밥처럼 걸리는 말들이지만
나는 뜯어버리지 않는다.
대부분 화자는 깨닫지 못하고,
나는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고 싶다.
선희는 "원래"를 말머리마다 붙여서
"원선이" 다.
"원래 그런건 남자가 해주는거 아니냐" 던가
"원래 나이들면 그런건 안좋아하지 않냐"는
말을 하다가도,
"원래 사람은 다 그런거야. 괜찮아" 하고
안아주는 원선이랑
오랫만에 회포를 풀러 식당에 갈 참이다.
사무실을 대충 정리하고 서둘러 올라탄 택시안,
운전기사는 지루한 차량용 방향제 같은
여느 중년의 아저씨였다.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라디오 채널 93.9
저녁의 스케치에서는 Casablanca 가
그윽히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A kiss is a kiss in Casablanca,
but a kiss is not a kiss without your sigh.
Please come back to me in Casablanca"
영화 카사블랑카에서의 키스도 멋지지만,
내겐 당신의 입술이 아니면 키스가 아니에요.
카사블랑카로, 내게로 돌아와요.
원선이였다면.
"원래 그 나이엔 사랑노래 안듣지 않냐"고 했을까,
"원래 기사님들 그런거 많이 듣는다"고 했을까.
막히는 퇴근길 창밖 원선이들이 쏟아져 나오자
마음이 급해졌다.
기사님 핸드폰 화면속 큰 글씨로
도착시간을 넘보려는데,
새하얀 화면 속 짙고 굵은 문자메세지가 보였다.
"배롱나무 꽃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당신을 보고싶군요. 잊지 못할거에요."
곱게 빗질한 숱 없는 그 뒤통수와
스팸같기만 한 그 화면을 번갈아 보는데
아저씨가 들뜬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오- 캇-싸블랑카~"
Bertie Higgins - Casablanca -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