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통찰
누구의 사랑은 한세상 영원했고, 누구의 분노는 떨어지지 않을 주차위반 스티커 처럼 더럽게 끈적인다.
강의를 하러 여의도에서 대치로, 양재로, 광화문에서 서초로 분신술을 쓰던 시절이다.
주차한 문을 닫으며 잰 걸음으로 걷고,
핸드폰을 가방에서 꺼내려 고개를 돌리는 찰나에
강의실까지 가는 길에 연락해야 할 사람들과
보낼 메세지들을 떠올려 정리하고,
그러나 이내 꺼내든 핸드폰에 도착한 각종 할인 알람들을 보며, 주말에 시부모님께 올릴 제철음식을 주문하고는 스스로 대견해하는 나의 어이없는 교만함에 얕은 한숨이 새어나올때나 숨이라는걸 쉬던 시절.
헐레벌떡 돌아서는 영초의 순간에, 인생이 내게 말을걸어 묵직하게 가슴을 후려칠 때가 있었다.
그날 대치동의 햇볕은 쓰라렸다.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해 급한 내맘을 알리없는 차들은 따닥따닥 좁게 주차했다. 주차 후 내릴때 차 문을 젖 먹던 힘까지 대차게 열어제껴 눈치없는 옆차의 옆구리를 후벼파버리고 싶었다.
내리며 보니 이미 그 눈치없는 차는 눈치없이 무단주차를 한 모양이다. 전면유리에 넓적하게 붙은 경고장은 빨판처럼 찰싹 붙어있었다. 빨간 매직으로 제법 정성껏 눌러쓴 "불법주차-족쇄채운다"는 그 말에 실린 증오가 내 몸에 묻을까 봐 어깨를 털고 돌아서는데
주름진 뼈마디를 맞잡은 노부부가 영원속을 걷듯 느릿느릿 내 앞을 지나갔다.
덕분에 기다려 멈춰서야만 했던 내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앞으로 고꾸라질 뻔 했다.
....
'너는 어떤 세상에 살고있느냐?'
영원한 사랑의 한세상과, 주차스티커 처럼 더럽게 끈적이는 분노의 한세상.
멍하니 서자, 귓속에 맴돌았다.
'나의 세상은 무엇인가.'
당신의 세상은 안녕한가.
순간마다 기록했던 일상의 통찰을, 함께 기록해둔 사진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