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무지에서 나온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인간은 확률에 의지하지만, 그 확률도 믿을만한 것은 못 된다. 100퍼센트는 없으니까. 불안은 실제 하는 위험이나 위협에 대한 것이 아니다. 눈앞에 있는 맹수가 아니라 맹수를 만날지도 모른다, 맹수를 만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다.
물론 맹수가 나타날만한 곳은 안 가는 게 좋다. 무모하게 위험한 짓을 하지 않는 겁 많은 인간들이 생존해서 그들의 유전자가 우리에게 남아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어쩌다 보니 맹수가 나타날 수도 있는 길로 가게 되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비는 해야 한다. 하지만 나타나지도 않은 맹수 걱정에 미리 겁먹고 스트레스 받아서 죽지 않게 더 조심해야 한다. 이 불안이 맹수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안 만날 맹수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