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기 계속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
"그건 정신 승리지."
이사를 논의하면서 남편과 오간 말이다. 아이를 위해 더 나은 학군과 상급지로 이동하기를 원하는 남편에게서 들은 '정신 승리'라는 단어. 내 말이 마치 루저의 변명이라는 식이다.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그 말에 기분이 나빠서 이사를 결정한 건 아니었다. 7년동안 잘 살던 집을 팔고 이사를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정적 계기는 층간소음이었다. 정말 조용하던 집에 언제부턴가 들려오던 와다다다다, 쿵쿵쿵쿵쿵. 윗집에 손자가 왔다. 딸이 가까이 이사와서 손주를 봐주게 되었다는 윗집 할머니. 처음엔 조금 미안한 기색이었지만 소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항의하니 이제는 어른이 새벽부터 종일 쿵쿵대고 다닌다. 이 소음 때문에 아침 기도를 시작했다. 결국 내가 이사하는 것이 주님 뜻이면 더 좋은 곳으로 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우리는 소위 말하는 조금 더 상급인 곳으로 왔다. 조용한 탑층을 찾아서. 그런데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 것이, 몇년 후에는 더 상급지로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버뜩 정신이 들었다. 남편이 계속 대출을 받아서 이사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란 것을. 이곳에서 최대한 대출금을 줄이고 퇴직을 대비한 노후 준비도 해야한다는 것을.
윗집이 없으니 층간소음이 전혀 없다. 아랫집도 조용하다. 탑층에, 탁 트인 아름다운 전망과 환기가 잘 되는 구조, 편리한 교통 때문에 북서향임에도 불구하고 이 집을 선택했다. 이전의 남동향 집에 비해 춥다. 하지만 층간소음 없는 조용한 삶이 모든 단점을 커버했다.
이제 더이상은 상급지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층간소음만 없었다면 예전 동네도 살기 좋았단 생각을 한다. 부동산이네, 주식이네, 계속 타인과 경쟁하며 살고 싶지 않다. 현재 주신 것에 감사하고, 가진 범위에서 누리는 삶. 이제는 그냥 정신 승리를 하련다. 행복은 정신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