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반복이 아니라 구간 반복
토익 700 또는 수능 3등급 이상이지만, 스피킹은 젬병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글입니다.
영어회화는 운동 능력과 마찬가지로 반복이 필요한 건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반복에도 여러 양상이 있다.
핵심은 그래서 과연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복할 것인가이다. 아무 설명 없이 무작정 “반복하세요!”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소리다.
스피킹 현 레벨, 배우고 있는 튜터, 참여하는 스터디, 투자하고 있는 시간과 상관없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지켜야 할 영어회화 5원칙을 제시하겠다.
거시적 접근이 아닌 학습 과정 자체에 대한 미시적 접근이므로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에서는 영어회화 학습 5원칙 첫 번째, ‘한 문장을 하더라도 제대로 마스터 하기’를 설명하겠다.
필자가 운영 중인 회화 스터디를 예로 들겠다. 아래와 같이 수업 전 미리 과제를 준다.
◎ 과제: 한글만 보고 영어로 유창하게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해 오기.
Sacrifice. If you don’t sacrifice for what you want, what you want will become the sacrifice. And you will have to settle for a life you do not want.
희생. 만약 네가 원하는 것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면, / 네가 원하는 것이 희생될 거야. 그리고 너는 네가 원치 않는 삶에 어쩔 수 없이 만족할 거야.
*settle for 어쩔 수 없이 만족하다
그리고 시험을 치면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이 스피킹을 한다.
Sacrifice. If you... don’t sacrifice... for... what you want, ...what you want ...will... become the sacrifice. And you will have to... settle for... a life... you do not want.
문제점을 정리하자면 과제를 다 해오긴 해오는데 ‘완벽하게’ 해오지 않는다. 어떻게든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말하긴 하지만 중간중간 버벅거리면서 스피킹 한다. 물 흐르듯이, 유창하게 스피킹 하지 못한다.
이와 같이 드문드문하는 식으로 대충 연습을 해오면 하루만 지나도 배운 걸 거의 모두 잃어버린다. 1주 지나면 99.99% 까먹는다.
위 과제의 목적은 최소한 연습한 문장은 실제 스피킹에서도 막힘없이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 당장 통제된 환경인 시험에서도 버벅거리는데 실전에서, 그것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잘 말할 리 없다.
스피킹을 체화하기 위해서는 끓는 물이 100도가 넘어서 비로소 끊듯이 임계값이란 걸 돌파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임계값은 스터디 시험 시 아무런 막힘없이 술술 나올 수 있는 지점이다.
사실, 완벽하게 해와도 실전 스피킹에서는 배운 것의 70%밖에 말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실전 스피킹이 여러모로 어렵고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면 100% 학습할지라도 일부는 또 까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100% 해와도 모자랄 판이다. 완성도 몇 % 이던 간에 100% 밑으로 떨어지면, 얻는 결과는 0이다. 조금이라도 버벅거린다면, 그 부분은 결과론적으로 공부를 안 한 거나 똑같다.
따라서 얼마나 공부하든, 어떻게 공부하든, 배운 건 바로바로 자동발사될 수 있어야 한다. 양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완성도가 100%여야 한다. 중간에 ... 와 같은 버퍼링 없이 스피디하게 탕 탕 탕 스피킹 할 수 있어야 한다. 도달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두 가지 케이스를 비교해보자.
CASE 1. 분량 100% / 퀄리티 50%
위 첫 예시처럼 과제 분량을 모두 해오긴 하는데 질적인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 이 경우, 일주일만 지나면 거의 모든 걸 까먹는다. 얻는 결과는 제로에 수렴한다.
CASE 2. 분량 20% / 퀄리티 100%
“Sacrifice. If you don’t sacrifice for what you want, what you want will become the sacrifice. 나머진 못 했어요!”
첫 문장만 공부하고 나머지는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첫 문장만큼은 정말 완벽하게 스피킹 할 수 있다. 두 번째 경우, 다른 건 놓쳐도 첫 문장만큼은 나중에도 유창하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 적긴 하지만 가시적인 결과를 얻었다.
CASE 1보다 CASE 2가 더 똑똑하게 스피킹을 공부하고 있다. 어쨌든 간에 하나씩 하나씩 유의미한 스피킹 문장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CASE 1이 시간 투자를 더 했을지라도 말이다.
스피킹 학습 시 도달 목표를 현실적으로 세팅하자면 다음과 같다.
학습 한 건 나중에도 술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100% 체화한다.
=다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배운 거만큼은 마스터한다.
=절대 분량이 적더라도 완성도는 퍼펙트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반복해야 배운 거만큼은 입과 머리에 완전히 체화시켜서 실제로 써먹을 수 있을까? 해결책은 전체 반복이 아니라 구간 반복 형태로 학습하는 것이다.
전체 반복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연습하고, 또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하는 식으로 전체 단위로 반복하는 형태이다. 반면에, 구간 반복은 한 문장 단위로 반복하면서 한 문장씩 마스터해 나가는 방법이다.
예컨대, ‘Sacrifice. If you don’t sacrifice for what you want, what you want will become the sacrifice‘를 학습한다면 이 문장을 100% 유창하게 말할 수 있기 전까지는 절대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왜 전체 반복보다 구간 반복이 완성도 100%를 달성하는 데 적합할까? 바로 집중 효과 때문이다. 집중 효과란 여러 개가 아닌 하나의 테스크에 집중할 때 학습 효과가 올라감을 의미한다.
전체 반복을 하게 되면 동시에 여러 문장을 학습하는 꼴이다. 끝까지 한 번 연습하고 처음으로 돌아가면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첫 문장을 또 까먹었다.
그러나 작은 하나의 목표인 하나의 문장에만 집중하면 시간 차가 전혀 없기 때문에 더 빨리 문장을 체화할 수 있다. 한 패러그래프가 아니라 한 권의 책으로 생각하면 집중 효과는 더 두드러진다.
수영을 비유로 들어보자. 수영을 배울 때 자유영을 어느 정도 배우고 나서야 배영으로 비로소 넘어간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평영, 접영으로 넘어간다.
결코 4가지 영법을 동시에 배우지 않는다. 집중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번에 다 배우면 재미는 있을지언정 결국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
구간 반복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학습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왜 애초에 스터디원들은 100% 완성도로 학습해오지 못했을까? 공부를 하긴 했는데 하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50%에서 60%로 올리다가 끝났었을 것이다.
시간이 부족했을 지라도 구간 반복 형태로 학습했다면, 전체 분량을 끝내진 못했겠지만 공부한 것만큼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분량 100%, 퀄리티 100% 목표를 도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에 최소한 본 것만큼은 마스터하는 방향으로 학습해야 한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 웃기지 마! 하나도 제대로 못 하면서!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께 자주 듣던 소리다.
그렇다. 덧셈도 못 하는 데 뺄셈, 나눗셈, 곱셈으로 나아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겉으로 보기에만 진도가 나갈 뿐 실질적으로 얻는 건 제로이다.
오늘 글의 결론이다. 하나를 배우면 제발 하나라도 정확히 알고 넘어가자.
작가 심규열 소개
100% 국내파 영어 스피커.
제대로만 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영어 회화되더랍니다.
3년 동안 다녀본 회화 스터디만 얼추 50개.
열심히는 했지만, 대부분은 시간 낭비.
긴 길을 빙빙 돌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소중한 자원 낭비 없이, Fluency 80% 이상 도달할 수 있도록,
최고 효율의 영어회화 학습법을 연재합니다.
1. 매주 토요일 영어 스피킹에 관한 글을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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