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가는 거 누릴 거 다 누리고 오자!
교환학생 한 학기 다녀왔는데
영어를 못해서 오히려 콤플렉스예요.
학습자로부터 많이 듣는 고민 아닌 고민 중 하나이다.
실제로 1년 동안 교환 학생 또는 어학연수를 다녀왔는데 그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스피킹 Fluency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니, 대부분 교환학생 갔다 온 거 치고 누가 봐도 실망스러운 정도로 영어로 말을 잘 못한다.
교환학생이 영어 실력 키우기에 둘도 없이 좋은 기회인 건 맞다. 그렇다고 교환학생 갔다고 무조건 자동적으로 영어 실력이 느는 건 결코 아니다.
영어, 특히 스피킹 실력 향상을 위해 교환학생 3가지 활용법을 소개하겠다.
참고로 필자는 교환 학생을 포함해서 해외 경험이 없다.
하지만 21학점 중 19학점을 영어전용 수업으로 채웠고, 외국 학생 멘토링 프로그램 참여, 영어 디베이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말 그대로 국내에서 어학연수를 했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만약 필자가 교환학생을 나간다면 어떤 식으로 영어로 말할 기회를 활용할지 생각해보았다.
영어권으로 교환학생을 가면 당연히 영어로 수업을 듣는다. 그런데 영어 수업이라도 다 같은 영어 수업이 아니다. 어떤 수업은 전형적인 강의형으로 듣기 및 읽기만 하는 반면, 어떤 수업은 참여형으로 매일매일 질문하고, 토론하고, 발표한다.
스피킹을 높이고 싶으면 당연히 후자와 같이 스피킹 기회가 많은 수업을 선택적으로 들어야 한다. 수강 신청 전에 수업 커리큘럼을 미리 읽어보자. 그리고 발표, 토론, 팀플이 포함돼있는 수업만 일부로 골라 듣자. 중간고사, 기말고사 비율이 높은 수업은 피하자.
팀 발표 한 번만 하더라도 전화영어 1년 치 분량보다 더 많이 스피킹을 연습한다. 한 번의 발표를 위해서 최소 3번의 팀플은 한다. 핸드폰, 인터넷 상에서 끊임없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한다. 발표 연습을 한다. 발표를 한다. 끝나고 뒤풀이도 한다. 친해지면 같이 놀러도 다닌다.
필자는 19학점 영전 수업을 모두 주제 상관없이 발표 수업이 있는 것만 골라 들었다. 매주 발표 및 팀플이 있었다. 그러니 분명 한국에 살고 있는데 여기가 미국인지 영국인지 헷갈렸다. 카톡도, 의사소통도 싹 다 영어로 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있는 동아리를 2개, 3개까지 가입하자. 취미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들어가자. 교환학생에서 동아리는 놀면서, 배우기도 하고, 친구도 만들고, 추억도 쌓고 공짜인 최고의 어학원으로 생각하면 된다.
누구는 교환학생 가서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반대로 누구는 항상 밖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다닌다.
교환학생 가면 영어 쓸 기회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자신이 그 기회를 잡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동아리를 비롯하여 각 종 소모임, 파티, 봉사활동, 놀러 가기 등 자신이 적극적으로 먼저 참여하겠다고 노력하자.
필자의 경우 역으로 모교에서 한국으로 교환학생 온 외국인 친구들을 직접 모아서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하는데 교환학생 가서는 더더욱 외국인 친구들과 만날 기회를 스스로 찾아다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교환학생 활용팁이다. 위 두 가지 팁을 읽으면서 영어를 못 하는데 어떻게 영어 발표 수업을 듣고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냐고 물을 수 있다.
우선, 마음가짐 자체가 잘못되었다. 못 하더라도 어떻게든 적응하고 조금이라도 말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고 가는 게 교환학생 아닌가?
그리고 교환학생 갈 정도면 괜찮은 공인 어학점수를 받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준비만 한다면 얼마든지 꽤 만족스러울 정도로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두 가지 단계로 나눠서 설명하겠다.
Step 1. 미리 써가기
첫 동아리 모임, 파티, 팀플 등 상황이 뭐가 되었건 미리 할 말을 영어로 라이팅 해 간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 건지, 자기는 어떻게 소개할 건지, 어떤 질문을 할 건지, 어색한 상황에 어떤 재밌는 이야기를 할 건지,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어떻게 어필할 건지 싹 다 미리 써간다.
라이팅 과정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한 번씩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 본다. 한 번 써보았기 때문에 설령 버벅거리더라도 어떻게든 의사 표현은 할 수 있다.
만약 아무 준비 없이 가면 할 말은 없고, 자신감은 떨어지고, 영어는 못하니 그냥 듣기만 하다 온다. 이런 식으로라면 아무리 많은 모임을 참여해도 리스닝만 늘 뿐 스피킹은 제자리걸음이다.
프리토킹에서 효과를 보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자신의 의사표현을 느리지만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반복해서 말하다 보면 말하는 속도가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스피킹 공부 경력이 없으면 느리게라도 의사표현을 잘 못한다. 그냥 단어만 던지거나 말하다 자기가 답답해서 그냥 중간에 포기해버린다.
그러므로 라이팅을 반드시 써가야 한다. 만나서 스피킹 연습할 준비를 미리 해놓는 것이다. 안 그러면, 연습 자체를 못한다.
Step 2. 미리 말하기 연습해 가기
라이팅만 써도 안 쓰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영어 말하기 상황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써보고 그치면 준비한 라이팅을 유창하게 말할 수 없다. 따로 다시 말하기 연습이 필요하다.
발표 시 스크립트를 쓰고 반복해서 연습해보지 않는가? 스피킹도 마찬가지다. 라이팅은 말하기 연습을 위한 자료에 불과하다. 쓰고 나서 체화될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하자.
발표뿐만 아니라 모든 스피킹 상황을 발표라고 생각하고 연습해가자. 신나는 파티에서 버벅거리면서 자기소개를 할 수 없지 않은가?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스크립트를 크게 소리 내어 읽어본다. 그래서 입에 익힌다. 그다음에 발표하듯이 키워드만 뽑아내서 그것만 보고 말하는 연습을 한다. 실제 대화에서 대본을 보고 읽을 순 없기 때문이다.
Step 1, 2를 거쳐 충실히 미리미리 준비하면 그 상황에서 만큼은 꽤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반복해서 쓰는 문장은 준비 없이도 바로바로 말할 수 있게 된다.
특정 그룹에서 쓰이는 단어 및 구문이 제한돼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5~6번만 힘들게 준비해 가면 그 후로는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다.
미리 준비해 가니 자신감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유비무환이다. 준비하면 걱정이 없다.
교환학생을 가면 다방면에서 영어 학습하기가 유리하다.
그러나 바로 이 생각 때문에 되려 수동적으로 공부한다. 나태해진다. '외국 왔으니까 뭐 어떻게든 영어가 늘겠지'라는 자기기만, 함정에 빠진다.
주변을 보면 알겠지만 절대로 교환학생 자체가 영어 실력 향상을 보장하지 않는다. 교환 학생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별생각 없이, 별 목적 없이 교환학생을 떠나면 정말로 별 다른 결과물 없이 돌아오게 된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영어로 말할 기회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주어진다 하더라도 자신이 잡지 않으면 그냥 지나간다.
적극적으로 영어 사용 환경을 찾아다니고 참여하자. 교환학생은 분명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혜다. 인생의 한 번뿐인 절호의 찬스를 100% 200% 300% 효율로 활용하자.
Chance favors only the prepared mind.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만약 여러분이 해외 경험이 있다면 인사팀은 상당 수준의 어학 실력을 기대할 거라는 점을 잊지 말자.
옆자리 외국인 친구에게 한 번이라도 말을 더 걸자. 교수님께 한 번이라도 더 질문하자. 한 문장이라도 더 영어로 말을 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자.
결과물은 여러분 손안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