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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Mar 24. 2019

학교 영어 교육이 문제인 5가지 이유.

우리는 고등학교까지 졸업해도 12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스피킹은 못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학교에서 죽어라 Input만 집어넣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단어와 문법을 배워도 스스로 예문 하나 만들어 보지 않는다. 만들어진 문장의 옳고 그름만 따질 뿐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 학습자 분께서 다음과 같은 반박을 하셨다. 


어쨌든 Output (라이팅&스피킹)을 내려면 Input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겹긴 했지만, 쌓아둔 Input이 있기에 성인이 돼서 그나마 수월하게 스피킹을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현재 Input 중심의 공교육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강사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두 가지 답변을 준비했다. 






● 답변 1. Input만 있다고 스피킹이 나오진 않는다. 

 동의한다. Input이 없으면 애초에 스피킹 연습을 할 수 조차 없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일은 중요하다'를 영어로 말하면 'It is important for a government to spread the awareness about gender equality. '가 된다.


여기서 단어 [important, spread, awareness, gener, equality]와 문법 [가주어 it, to 부정사, to 부정사 의미상의 주어 for, 전치사+명사(구)]와 같은 Input을 모르면 처음부터 위 문장은 영어로 말할 수 없다.


학교에서 이러한 Input을 열심히 집어넣으니 스피킹의 기틀은 마련해놓은 셈이다. 



그러나 Input은 스피킹의 필요조건이지 결코 충분조건이 아니다. 스피킹을 하려면 Input과 더불어 Input을 Output으로 빠르게 치환해주는 변환 장치, 즉 Process가 필요하다. 


여기서 Process란 배운 영단어를 실제로 머릿속 밖으로 연상하고 배운 문법을 가지고 단어들을 조합해서 완전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중앙처리 장치이다. 


도식화시키면 다음과 같다. 


∙ X: Input → Output

∙ O: Input → Process → Output

Process 관점에서 봤을 때 수능 공부는 반쪽 짜리 영어 공부다. Input만 쌓고 또 쌓지 정작 Input을 활용해 Process를 돌려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Process가 덜 발달되어 영어로 말을 할 때 "Um.... Ah.... I mean... So...."를 연발하며 버벅거린다. Input 처리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능 1등급, 2등급을 맞아도 실전 회화에서는 자신감이 바닥을 친다.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음'을 기준으로 영어 공교육을 평가하자면 1점도 아깝다.



● 답변 2. 공교육에서부터 Input을 줄이고 Output을 늘려야 한다. 

따라서, 현 100% Input 영어 공교육을 바꿔야 한다. 그 방향은 2가지이다.


① 단어, 문법 등 Input량을 줄인다. 

= 내신, 수능에서 단어, 문법 난이도를 다운시킨다.


② 그만큼 Output량을 올린다.

= 수행평가, 커리큘럼, 내신, 수능에 어떤 방식으로든 라이팅 & 스피킹 비중을 높인다. 

= 그 수단으로 영어 일기, 에세이, 서술형, 3분 스피치, 발표, 말하기 시험 등이 있다. 



외국어 학습의 본질인 의사소통 능력, 특히 말하기를 향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두 가지 방향으로 영어 공교육을 개선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니 ①,②를 실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 5가지를 살펴보자. 



1) 더 빠르게 스피킹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필자의 학습법 강의 및 브런치 글은 대부분 토익 700 이상, 수능 3등급 이상의 스피킹 학습자에게 맞춰져 있다. 이 범위 안에 드는 사람은 공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사람으로 스피킹에 필요한 충분한 Input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어 자체를 처음 학습하는 사람보다 몇 발은 앞서서 Fluency를 향상할 수 있다. 그러나 Input과 Process를 완전히 분리해서, 그것도 시간차를 두고 학습하기에 거치지 않아도 될 비효율을 경험한다.


수능, 토익 때까지 Input만 파다가 스피킹이 필요할 때 비로소 Process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불필요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a. Input을 2번 공부해야 함.

보통 수능, 토익 후 한참 뒤에 Speaking을 공부하기 때문에 많은 input양을 까먹어서 또다시 공부하고 Speakig을 학습한다. 


b. 불필요한 Input을 학습함.

 말 그대로 평생 말할 일이 없는 어려운 단어, 문법을 학습한다. 직접 써보고 말해보질 않으니 어디까지가 진짜 실용적인 영어인지 알 도리가 없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시험을 위한 공부일 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Input과 Output을 동시에 공부한다면 a, b 둘 다 피할 수 있다. 배우자 마자 바로 써먹기 때문에 2번 공부할 일이 없다. 예를 들어 too~ to 용법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보고 바로 라이팅 및 스피킹을 해보면 한 큐에 Input과 Oupt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아울러, Output도 함께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Input 분량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Output도 같이 하면서 스피킹 & 라이팅은 완전히 다른 분야라는 걸 인지하고 많은 시간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쓸데없는, 수능 난이도를 위한 지나치게 어려운 영단어, 영문법을 배울 시간이 없어진다.


현 Input 100%이 있기 때문에 스피킹 공부가 수월한 건 맞다. 하지만 왜 베스트를 두고 굳이 Input과 Output을 따로 공부하는 비효율을 거치려 하는가?


2) Input 학습 관성

 필자가 타겟팅하는 예상 학습자라면 하루 2시간, 3개월이면 Fluency 80% 이상은 도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80%를 완전히 정확하진 않지만 속도감 있게 매끄럽게 영어로 말할 수 있다. 충분한 Input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시간 3개월의 전제는 '스피킹 지향적으로' 학습했을 때 이야기이다. 문제는 필자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3개월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거나 최악의 경우 공부를 해도 어떠한 실력 향상도 보지 못한다. 


필자는 3개월 만에 현재 수준의 스피킹 실력에 도달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공부한지는 3년이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진짜 3개월 전까지는 비효율적 또는 아예 스피킹에 효과가 없는 방식으로 공부해서 시간 낭비만 했다.


왜냐하면, 정작 12년 동안 익혀온 Only Input 학습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료가 무엇이 되었건, 누구한테 배우던, 새로운 단어, 해석되지 않는 독해, 문법적 정확성에 집착했다. 정작 중요한 많이 써보고 말하는 일을 등한시했다.



과연 필자만 그럴까? 학습법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어학원, 영어 스터디가 끝도 없이 늘어나는 걸 보면 모두가 그렇다. 튜터링 경험상 학습자의 Input 지향적 학습 관성은 본인이 인지를 해도 못 고칠 만큼 뿌리 깊다.


필자가 거친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남들은 겪게 만들지 않기 위해 브런치 글도 연재하고 학습법 강의도 하고 있지만 몇 장의 글로 12년 동안의 학습 습관을 고칠 순 없다. 더더욱 학습법 자체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열심히 하더라도 3개월은커녕 3년을 해도 안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부터 Input과 더불어 Output 학습을 병행하면 Output 학습 습관도 갖게 된다. 현재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Input 학습으로 치우치는 것과 똑같이 Output을 동시에 내면 Output 학습 방향도 체화할 것이다.


그 결과로, 공교육 기간 내에 기본적인 스피킹 & 라이팅 능력을 갖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더 높은 레벨의 스피킹 필요할 때 더 수월하게 학습할 수 있다. 그냥 학교에서 배운 대로 똑같이 학습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불어 등 다른 외국어를 학습할 때에도 거의 읽기만 하는 자격증 시험에 몰두하지 않고 실제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되는 스피킹도 같이 학습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말이다. 12년 동안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3) ★ 공교육의 의무 ★

 가장 중요한 이유다. 질문자님 말씀대로 학교 때 Input을 쌓아놓으면 그렇지 않을 때 보다 Speaking 학습이 더 쉽다. 그런데 현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Speaking 학습은 오로지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학교에서는 Process는 전혀 건들지 않고 Input만 넣기 때문이다.


문제는 2) Input 학습 관성 때문에 개인 스스로가 스피킹을 학습하는 데는 한계점이 있다. 그래서 결국 모두 사교육으로 빠지게 된다. 결코 바람직한 학습 프로세스가 아니다.


교육 철학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공교육의 의무 중 하나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지식&능력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리고 영어 교육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다름 아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고 그 중심에는 스피킹에 있다. 현 공교육이 완전히 등 돌리고 있는 스피킹 말이다.



정리하자면, 현 Input 100% 영어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스피킹 학습은 오로지 학습자에게 전가된다. 그리고 이 부담은 현실적으로 곧장 사교육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책임 회피이며 의무 불이행이다.


따라서 공교육은 당연히 스피킹 & 라이팅 비중을 높여서 졸업 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학생들을 배출해내야 한다. 현재 영어 교육은 그냥 입시를 위한 시험을 위한 시험일뿐이다. 


4) 불필요한 스펙 

취업 시 필수 스펙은 토익이다. 점점 토익이 실질적인 영어 실력, 즉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전혀 보장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나면서 스피킹 시험인 토스와 오픽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다. 그만큼 사회에서 영어 말하기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필자는 영어 공인 어학 점수가 모두 불필요한, 낭비적인 스펙이라고 생각한다. 왜 영어 스펙을 요구할까? 첫째, 영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둘째, 이를 바탕으로 가능한 영어 잘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 그래서 돈으로 환산하면 얼만지도 가늠이 안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인 어학 점수에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두가 업무 하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스피킹을 잘한다면? 영어 독해 능력이 업무에 거의 지장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면 개개인들은 진짜 스펙, 즉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연관된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회사도 더 구체적이고 경험을 토대로 한 직무 스펙을 원할 것이다.


공교육이 어휘, 문법, 독해 비중을 줄이고 스피킹 & 라이팅 비중을 높인다면 절대 비현실적인, 지나치게 이상적인 꿈이 아니라고 본다. 설령, 불가능할지라도 3) 공교육의 의무에 비추어 봤을 때 어떻게든 되게 만들어야 한다. 


5) 다른 과목으로의 파급 효과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Input 지향적 학습이 영어에만 해당될까? 아니다. 모든 과목 전반에 걸쳐 그렇다. 예를 들어, 수능 비문학에서 글은 많이 읽어 보지만 정작 글은 단 한 번도 써보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교육을 다름 아닌 주입식 교육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영어 교육에서 Process, Output 위주의 교육을 추가한다는 뜻은 구체적으로 영어로 글을 써보고, 영어로 스피치를 해보고, 영어로 발표를 해보고, 서술형 영어 시험을 풀고 나아가 영어로 토론을 해본다는 뜻이다. 


모두 단순히 받아들이는 수동적 학습이 아닌 배운걸 실제로 써보는 적극적 학습이다. 일단, 한 과목에서 이러한 적극적 학습이 도입되기 시작하면 다른 과목도 점차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는 창발식 교육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덕 시간에 경험주의를 단순히 이해하는 걸 넘어서 이에 대해 에세이를 써본다고 치자. 기본적으로 스스로 글을 써본다는 점에서 주입식 교육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설령, 모범 답안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어쨌든 자신이 무언가를 쏟아내야 하기 때문에 지식만 쌓는 수동적 교육보다 100배 낫다.


Input 중심의 주입식 교유에서는 결코 창의성, 비판력, 독창성 등이 길러질 수 없다. 이해만 하면 될 뿐 자신이 생각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과목에서,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 스스로 글이던, 말이던, 작품이던 형태가 무엇이 되었던 무언가 만들게 하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독일에서 교환학생 온 친구와 둘이서 팀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나 보다 모든 면에서 한참 앞서 있었다. 


검색 출처도 많이 알았다. 발표 기획도 딱딱 순서대로 잘 잡았다. PPT도 능숙하게 다뤘다. 서로 파트 분담도 잘해주었고 약속도 척척 잘 잡았다. 발표도 물론 이 친구가 훨씬 잘했다.


이런 걸 다 언제 배냐고 물어보니 이미 중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팀 발표를 했단다. 그러니 위에 나열한 기획력, 스케줄 관리 능력, 업무 분담 능력, 팀원과의 협력에 나보다 훨씬 월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능력들이 우리 사회가 곧장 원하는 요소들 아닌가? 현재 내신, 수능으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필수적인 경험치이자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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