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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Sep 24. 2019

16개 언어 구사자의 5가지 외국어 학습법

「언어 공부-How I Learn languages」 저자 롬브 커토는 무려 16개 외국어를 구사한다.


더 놀라운 건 다음 2가지 사실이다.


1. 어학연수 경험이 없다.

2. 1909년 헝가리에서 태어나 2003년 아흔넷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세계 대전 중, 융단 폭격 아래 공습 대피소에서 종이 사전을 뒤져가며 러시아어를 공부했다.


「언어 공부」에서 그녀가 말한 5가지 외국어 학습팁을 정리해봤다.  




1. 완벽하게 배우려 '하지 말자'

롬브 커토는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엉성하게 배워도 알아두면 좋을 만한 것이 언어밖에 없다. 오직 언어 세계에서만 아마추어가 가치를 발휘한다"


화학, 공학은 어정쩡하게 알아서는 쓸모가 없다. 하지만 LA 한복 판에서 "어떤 버스를 타야 해요?"를 영어로 엉망으로 말하더라도 결코 쓸데없지 않다. 의사소통만 된다면 입도 뻥끗안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거보다 백만 배 낫다.


필자(심규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한다. 완벽하게 배우려 하지 말자. 우리는 지나치게 정확한 단어, 문법, 발음에 집착한다. 그런데 이러한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되려 외국어 학습에 브레이크를 건다.


틀릴까 봐 입도 뻥긋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는다. 말을 안 하니 스피킹 실력이 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진다.


따라서 틀려도 좋으니 발화량 증가에 집중하자. 틀려도 일단 내뱉고 보자. "Which bus I get for go to the museum?"처럼 틀리더라도 말한다. 완벽한 단어, 문법은 그다음에 걱정할 일이다. 언어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의사소통이다.



2. 얼마나 학습해야 하는가?

"날마다, 한 주도 안 거르고 집중적인 노력을 해야만 언어 학습에 쏟은 시간이 날아가 버리지 않는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노력을 3개월 이상 지속하는 사람은 드물다. 시험, 야근 이유로 2주 열심히 하다 접는다. 그리고 한 달 있다가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또 여타 이유로 그만두길 반복한다.


이러한 간헐적 학습자는 완벽하게 효율적으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얻는 게 0이다. 왜? 지속성이 없으니 2주간 열심히 배운 게 모두 증발한다. 물을 한 번에 100도 넘게 확 끓여야 하는데 50도 지점에서 맴도는 어리석음과 같다.


"일주일에 최소한 12시간 학습이 필요하다. 만약 이만큼의 시간을 투자할 수 없거나 투자하기가 싫다면 언어 학습 계획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하루에 약 1시간 30분이다. 하나의 외국어를 공부하는데, 그것도 국내에서 한다면 이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 해외파는 24시간 영어에 노출돼있다. 그럼에도 늘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다 떠나서, 16개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데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3.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패턴을 배우고 (Step 1) 이 패턴이 자동으로 나올 때까지 익힌다 (Step 2)"


'배움'은 이해다. '박물관 가려면 어떤 버스 타야 해요?=Which bus should I take to go to the museum?'를 이해한다. '익힘'은 반복 연습이다. 예시 문장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때까지 반복 또 반복한다.


'익힘'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을 받은지라 배우기만 하고 익히 지를 않는다. 선생님 설명을 듣고, 인강을 보고, 책을 이해한다. 그러나 배운 걸 응용, 활용해보질 않는다.


예컨대, '계획대로 = as planned'을 배웠으면 다음과 같이 여러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 봐서 '익혀야' 실제로 말할 수 있다.


Not everything goes as planned

The festival is now going ahead as planned.

The project will go forward as planned.

×10번 반복 스피킹


4.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성실함은 훌륭한 덕목이지만 언어 학습 시작 단계에서는 엔진이라기보다는 브레이크다. 모든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는 일은 별 값어치가 없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사전 찾지 말란 얘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3가지 단계를 거친다.


○ Step 1. 몰라도 그냥 넘어간다. 중요한 단어라면 뒤에 계속 나오기 마련이다. 쌓인 문맥을 토대로 의미를 추론한다.


Step 2. 그러고도 모르겠으면 사전을 찾아본다. 이때, 한→영 사전보다는 영→한 사전을 사용한다. 예컨대, '칭찬하다'를 'compli...? comple...?'로 영어로 찾아본다.


Step 3. 그러고도 모르겠으면 한글로 검색한다.


그렇다면 왜 바로 사전을 찾으면 안 되는가?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읽기 흐름이 끊긴다. 사전 찾는 건 어휘 공부지 읽기 측면에서는 방해 요소다. 최소 10분 동안은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몰입해서 읽어야 독해 실력이 는다.


둘째,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롬브 커토는 '단어를 공부하는 법' 장에서 말했다.


"스스로 머리를 써서 알게 된 것이 남이 만든 지식을 받아먹는 보다 한층 더 확실하게 내 것이 된다. 더 많은 노력을 들일수록 효과가 좋다"


즉각 사전을 찾으면 노력 없이 쉽게 결과물을 얻기 때문에 금방 까먹는다. 그러나 추론해보고, 영한사전에서 이것저것 검색해보는 수고로움을 거치면 힘들고 오래 걸린 만큼 더 오래 기억한다.


셋째,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 사전은 내가 아니라 컴퓨터가 결과물을 떡하니 던져준다. 그러나 추론하거나 영어 검색을 하면 나 스스로가 에너지를 투입해서 결과를 얻는다. 그에 따라 '아~ 이런 뜻이구나!' 하는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5. 언어적 재능은 타고나는 것인가?

"언어를 배우려면 소질 따위는 필요 없다. 순수 예술 분야 외에 무언가를 배울 때, 성공은 순전히 흥미와 거기에 쏟아붓는 에너지가 만들어낸 결과다."


외국어 학습법 책을 보고 강의를 들으면서 단 한 번도 "언어는 재능입니다!"라고 말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반대로, "노력하면 누구든 됩니다"라고 말하지 않은 사람도 보지 못했다.


필자(심) 역시 언어는 최소한 90% 이상은 노력이라고 본다. 과거 영어를 못하던 시절 재능을 탓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지속적으로 학습하지 않은 과오에 대한 변명이었다. 비효율적으로 학습한 멍청함에 대한 자기 합리화였다.




"실체가 없고 정의 내리기 힘든 '언어 재능'보다는 '학습법'이 외국어를 습득할 때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렇다. 재능, 재능 하는데 도대체 그 재능이라는 게 뭔모르겠다. 있다 하더라도 외국어는 어떤 예술이 아니다. 후천적 노력으로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학습 영역 중 하나일 뿐이다.


무엇보다, 재능의 비중이 얼마나 크던간에 어쨌든 간에 해야 하지 않는가? 재능론은 동기부여를 깎아먹을 뿐이다. '나는 재능이 타고났어. 거기다 노력까지 하면 최고겠지?'와 같은 생산적 마인드셋이 정신 건강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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