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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Sep 15. 2019

고생해서 영어 공부해야 하는 이유

영어 자동 반복 어플? 완벽하게 정리된 단어장? A부터 Z까지 설명해주는 유튜브 영상?해설본이 달린 미드 스크립트?


버리자!


영어는 불편하게 공부해야 한다. 일일이 종이 사전을 찾듯이 온갖 수고로움을 거치면서 배워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고생하며 학습해야 한다.





● 불편함의 역설

16개 언어를 구사하는 통역사 롬브 커토는 「언어 공부, How I Learn Languages」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는 일은 별 값어치가 없다. 중요한 단어라면 뒤에 다시 나올 테고, 문맥에서 의미가 명확해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함으로써 습득하는 단어는 기계적으로 사전을 찾아서 낱말 뜻을 멍하니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남는다. "


보통 영어 공부를 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그때마다 인터넷 검색을 한다. 빠르고 편하다고? 그 순간이다. 금방 까먹는다. 왜냐하면, 1초 만에 별다른 노력 없이 결과물을 얻었기 때문이다. 앞뒤 문맥을 통해 애써 단어 뜻을 추론해보지 않았다. 모든 학습에 불변의 진리가 있다. 쉽게 배운 건 쉽게 간다.


"(단어 뜻을 스스로 알아낸 것에 대해) 잠재의식 속에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남몰래 자축해도 좋다. 노력의 보상을 받았으니 당장 또 다른 활동을 하겠다는 동기가 생긴다."


추론은 언어 능력 자체이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는 추론에 따른 결과물은 우리 두뇌에 기쁨, 성취감, 뿌듯함을 가져다준다. 지식에 감정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무미건조하게 사전을 띡하고 찾았을 때보다 더 강렬히 기억할 수 있다.  



● 수고로움의 기쁨

"아마도 언어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어떤 단어가 다른 단어보다 쉽게 기억에 남는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더 잘 기억하는 단어는? 불편하게 고생해서 배운 단어다. 두 가지 단어 공부법을 살펴보자.


영어로 '나 길 잃었어'를 모른다 치자. 그럼 바로 한→영 사전으로 달려가서 '길 잃다'를 검색하면 '아! I lose my way!'라고 깨닫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또 잊어버린다.


이와 반대로 옅은 기억을 끄집어내며 반대 방향 사전, 영→한 사전에 'no way? lose direction? lose street?'를 검색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한다면? 시간은 비록 오래 걸릴지언정 그 말을 딱 찾아냈을 때 기쁨의 불꽃이 탁탁 튀어, 그 단어가 머릿속에서 나갈 일이 없을 것이다. 시간은 두 배로 들지만 효과는 열 배 더 좋다.

 

"안타깝지만 사람은 생각을 하는 대신에 사전을 찾는 경향이 있다. 사용하기 쉽다는 점 덕분에 게을러지기 쉽다. 단어의 뜻을 알아내려고 머리를 쥐어짜는 것보다 얼마나 간단한가!


가벼운 두뇌 활동이 없다면 배움도 없다. 더 많은 노력을 들일수록 효과가 좋다는 원칙이 특히 여기에 적용된다."


사전 사용을 남발하면 안 되는 이유다. 문맥 속에서 어떻게든 추론해본다. 찾더라도 먼저 영→한 사전에 알고 있는 후보군을 넣어본다. 그래도 정 안되면 한→영 사전을 검색한다. 여기까지 오면, 이미 시행착오를 거치고 그에 따라 성취감도 배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 찾더라도 오래 기억한다.



● 내가 학습자이고 곧 선생님이다

필자(심규열)는 무조건 원자료로 공부하길 권장한다. 미드 매 장면을 설명해주는 유튜브, 숙제 없이 모든 문법을 설명해주는 인강, 책 옆에 모든 단어를 정리해 놓은 영화 대본은 버리자. 편해서 되려 빨리 잊어버린다. 편하니 성취감이 없고 학습 동기가 떨어진다.


편리함은 게으름의 다른 말이고 친절한 설명은 컨텐츠 크리에이터의 호객 행위에 불과하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스스로 추론해보거나 스스로 구글링해서 찾아본다. 영영 사전, 한영 사전, 예문도 스스로 찾아서 읽어본다.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어서 정리해나간다. 자주 쓰일 거 같으면 자기 상황에 맞춰서 나만의 영어 문장을 만들어 본다.


들리지 않는 구간은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되감아 듣는다. 어플 반복 횟수가 5번이라고 해서 5번이 충분한 건 아니다. 안 들린다면 10번이고 20번이고 되감아 듣는다. 반대로, 한 번에 들리면 그냥 넘어간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만 골라서 학습할 수 있다.


그 효과는 롬브 커토의 말로 대신하겠다.


스스로 머리를 써서 알게 된 것이
남이 만든 지식을 받아먹는 것보다 한층 더 확실하게 내 것이 된다


기술 발전 탓인지 우리는 자꾸 학습을 외부 도움에 기대려 한다. 좋은 책, 좋은 어학원, 좋은 코치, 좋은 동기부여 강의 등등.


그러나 우리는 내 두뇌라는 최고의 선생님을 가지고 있다. 다만, 게을러서 불러내지 않을 뿐이다. 게다가, 인터넷이라는 훌륭한 보조 교사도 두고 있다. 나아가, 스스로 익힐 때 느끼는 즐거움과 희열이라는 동기부여도 가지고 있다. 그 어떤 동기부여 스피치도 스스로 가르치고 깨우칠 때의 기쁨을 이길 순 없다.




롬브 커토는 헝가리인으로 1909년에 태어나서 2003년에 아흔넷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저자의 외국어 학습 과정을 보면 원초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열악하다.


러시아를 배우는 데 헝가리어-러시아어 사전과 러시아 원서 2권으로 시작한다. 이 책마저도 겨우겨우 구했다. 그리고 세계 대전, 융단 폭격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피소에서 책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읽는다. 해석본, 문법책, 선생님 따위가 있을 리 없다. 동사 변화, 어순, 패턴을 '발견'하면서 언어를 체득했다.


처음에는 '이 사람, 지금 태어났다면 16개가 아니라 160개 언어를 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덮을 때는 반대로 생각했다. '지금 태어났다면 16개는 고사하고 6개도 못했겠네...'


왜냐하면, 발전된 기술과 풍요로운 정보가 가져다주는 이 편리함 '덕분에'


스스로 알아 내려는 도전정신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외국어 법칙을 알아내는 분석력을 키울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나에 맞는 학습법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깨달을 때의 지적 희열과 성취감을 맛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글 제목을 '고생해서 영어 공부해야 하는 이유'라고 지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그 반대다. 처음에는 귀찮겠지만, 바로 그 귀찮음 때문에 그 배로 즐거움이 뒤따라 온다. 이와 관련해 롬브 커토의 말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차가운 호수에 몸을 담갔을 때 가벼운 오한이 들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1~2분이 지나서 차가운 물에 익숙해진 뒤의 행복감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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