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규열 Aug 30. 2019

영어 강의 완강률 몇%나 될까?

지하철에서 유명 연예인이 광고하는 영어 회화 강의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실제로 결제하고 강의를 듣는다. 그런데 과연 몇%나 돈 낸 만큼 끝까지 완강할까?


5%다. 나머지 95%는? 뭐 그냥 기부하고 있는 거다.




● 5%의 진실

어떻게 아냐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업체 직원으로부터 필자가 직접 들었다. 그것도 다른 3 군데서. '영어 회화 완강률'로 검색해보니 첫 페이지에 7%라고 나온다.


직접 경험으로도 알고 있다. 필자는 현재까지 1년  반 동안 500명 이상 영어 튜터링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단 한 번도 완강률이 30%를 넘은 적이 없다.



소규모에 1:1 관리임에도 절반을 못 넘긴다. 카톡으로 "바쁘시겠지만, 30분이라도 학습해주세요^^"라고 독촉해서 얻은 결과가 30%를 못 미친다. 대규모 업체는 오죽할까.


● 영어 교육 업체는 마케팅 회사다

며칠 전 대형 온라인 영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말했다.


"9할이 마케팅이야. 컨텐츠 질, 관리, 가격을 떠나서 결국 마케팅이야"


교육 사업이니 당연히 컨텐츠가 최우선시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내막을 들어보면 충분히 마케팅 위주로 가는 비교육적 전략이 이해가 된다.


커리큘럼을 아무리 신경 써봤자 반응하는 사람은 100명 중 결국 5명밖에 안된다. 어차피 나머지 95명은 준비한 강의를 듣지도 않고 떨어져 나간다.



그러니까 차라리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어 95명을 낚는 게 사업적으로 이익이다. 열심히 하는 5명은 어떻게 하던 잘 따라오는 사람들이다.


사실상 95명은 버리고 5명만 끌고 간다.


● 지독한 학습 양극화

다시 한번, 필자가 운영하는 영어 회화를 예로 들어보자. 하는 사람은 정말 열심히 하고 안 하는 사람은 죽어도 안 한다.


안 하는 사람을 하게 만드는 게 튜터의 의무 아니냐고? 맞다. 그래서 독려 카톡도 보내고, 경쟁 시스템도 도입하고, 매주 위클리 피드백도 보내준다.


오죽했으면 동기부여를 위해 필자도 학습자와 똑같이 매일매일 학습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다. 최근에는 자료도 가급적 재밌는 거로, 과제량도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차이를 느끼진 못하겠다. 관리로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아니, 거의 영향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저번 달에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여전히 열심히 한다. 더 이상 피드백 줄 것도 없다. 알아서 잘한다. 반면, 2주일째 흐지부지되는 사람은 뭘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 어쩔 수 없는 유혹

서비스 초창기에는 학습 컨텐츠에 100% 집중했다. 컨텐츠 질이 좋으면 저절로 잘 따라올 줄 알았다.


저조한 참여율을 확인하면서 컨텐츠 자체보다는 매일 따라오게 만드는 관리에 치중하게 되었다. '열심히 준비하면 뭐하나. 어차피 끝까지 안 하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러다 최근 마케팅 쪽으로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필자가 그렇게 싫어하던 마케팅으로 벌어먹는 업체처럼 말이다.


컨텐츠가 좋아도, 관리를 잘해도 대다수가 따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빠에 그냥, 마케팅으로 아싸리 모수를 늘리는 게 낫다.


돈도 더 벌고, 어쨌든 열심히 하는 사람 수도 더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 수가 훨씬 더 많아지겠지만.


● 결국 우리 스스로가 답이다

필자는 튜터이니 당연히 수강생이 아니라 내 탓을 해야 한다. 어떻게든 완강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수 정예든, 1:1이든 튜터가 관리해주는 데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관리가 없어도 될 만큼 별 의미가 없다.


감히 학습자를 탓하려 한다. 마케팅 회사나 다름없는 영어 교육 업체를 키운 건 우리다. 그들이라고 처음부터 돈만 보고 뛰어들었을까? 처음부터 95명은 버리는 전략으로 갔을까?



그들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소수가 아닌 모든 학습자를 끌고 가려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자원은 한정돼있고 수익은 내야 하니 현실적으로 "95% 기부, 5% 진짜 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교육 업체 입장에서나, 학습자 입장에서나 가장 쉬운 방법은 자기 스스로 열심히 하는 거다. 어쩌면 이거 말고는 답이 없다. 아무리 획기적인 앱이 나오고 관리 시스템이 좋아지더라도 자기가 안 하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이 와중에 치열하게 학습하는 5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소규모로 운영하는 오프라인 스터디가 있다. 대부분 20~30대 여자다.


그런데 필자 아버지뻘 되는 남자 스터디원이 계신다. 나이차에 부담감도 들고, 회사일도 바쁘실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 동안 휴가 주 한 번 제외하고 단 한 번도 결석하신 적이 없다. 과제도 꼬박꼬박 해오신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기부자 95%인가요, 아니면 '진짜' 학습자 5%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 몇 문장이나 외워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