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공부를 더 잘할까?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 저자 한재우 씨는 위 질문 하나만으로 328 페이지를 집필했다. 그리고 한 문장으로 결론지었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본 글에서는 위 명제를 영어 회화에 적용해 볼 것이다.
혼자서 영어 스피킹 공부를 해야 하는 3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혼자서 영어 공부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스피킹 공부는 두 단계로 이뤄져 있다.
Step 1. 배우고 → Step 2. 익힌다. Adjust를 학습한다 치자.
ADJUST의 뜻 = 조절하다, 맞추다
1) 내가 너 스케줄에 맞출게
2) 연애는 끊임없이 서로 맞춰나가는 것이다
3) 너 페이스대로 뛰어. 너 페이스에 맞출게
1) I will adjust my schedule to you.
2) Dating is all about constantly adjusting each other for one another.
3) Just run at your pace. I will adjust to your pace.
STEP 1. 배우기
책, 인강, 유튜브, 학원, 선생님, 과외를 통해 위 내용을 '이해'한다. 여러분이 방금 위 설명을 보고 이해했듯이 말이다. Adjust 뜻이 무엇인지, 예문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배운다.
STEP 2. 익히기 (혼자 하는 공부)
배운 내용을 복습한다. 복습은 곧 반복이다. Adjust를 반복해서 소리 내어 말해보며 '조절하다, 맞추다' 뜻을 뇌에 입력한다. 예문도 반복해서 쓰고 말해봄으로써 책을 안 보고도 말할 수 있도록 체화한다.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은 'STEP 2. 익히기'이다. 저자 한재우 씨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익힘에 강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스피킹을 잘하려면 익히고 복습하는 시간을 최대화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배우기만 한다. 인강만 듣는다. 미드를 보기만 한다. 책을 이해하기만 한다. 유튜브를 시청만 한다.
그러고 나서 익히질 않는다. 앞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지 않는다. 반복해서 라이팅 해보지 않는다. 반복 스피킹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복습은 기본적으로 귀찮고 지루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는 배운 걸 익혔다고 착각한다. 위 Adjust를 이해했다고 바로 스피킹으로 쓸 수 있을까? 천만에다. 배움은 이론일 뿐이다. 트레이닝이라는 익힘이 따라와 줘야지만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혼자 하는 공부가 중요할까? 3가지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공부란 외부 정보를 뇌 속의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장기 기억을 형성하는 유일무이한 방법은 다름 아닌 반복이다. 뇌과학적으로 반복할수록 장기 기억 형성을 촉진하는 미엘린이라는 단백질이 두꺼워진다.
Just run at your pace. I will adjust to your pace.
위 문장을 강의를 통해 배우기만 하면 '너 페이스대로 뛰어. 너 페이스에 맞출게'를 영어로 말할 때 '응? 뭐였지?' 하며 버벅거린다.
왜냐하면, 반복을 1번밖에 안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엘린이 너무 얇아서 배운 내용을 회상하기 어렵다.
나아가, 시간이 지나면 망각 곡선에 따라 입력한 정보가 날아가기 시작한다. 따라서, 3번, 5번, 10번, 20번 반복을 때려줘야 한다. 이 익힘 과정은 배움과 달리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 혼자 집중해서 훈련하는 영역이다.
손흥민이 최고인 이유는? 잘 배워서가 아니다. 잘 익혔기 때문이다. 배우는 건 이론으로 편하게 앉아서 누구나 할 수 있다. 차이는 익힘, 축구로 치면 훈련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압도적으로 많이 반복 훈련했기 때문에 손흥민이 손흥민이다.
훈련은 전혀 하지 않고 관람만 하면서 축구 실력이 늘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 영어 스피킹도 똑같다. 인강만 죽어라 들으면서 혼자서 익히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스피킹 향상 속도 = 공부 시간 x 효율성]
위 공식이 보여주듯이 무조건 열심히 공부한다고 스피킹이 늘진 않는다. 노력 시간이 많더라도 학습 효율도가 떨어지면 결과는 미미하다. 그렇다면 효율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효율성 = 약한 부분 복습 시간/강한 부분 복습 시간]
복습 원칙은 잘 못하는 부분만 골라서 반복한다. 이 말은 곧, 잘하는 부분은 선별적으로 제쳐둔다는 뜻이다.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에서 이러한 선별적 행위를 '신중하게 설계된 연습'이라 부른다. 무작정 다 연습하는 무작위 학습과 반대된다.
이미 잘하는 건 복습할 필요가 없다. 그 시간을 낯선 내용에 반복 투자해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해야 학습 효율성이 올라간다. 예컨대 위 3가지 예문 중에 1), 3) 번은 이미 말을 잘한다면 2) 번에 올인한다.
Dating is all about constantly adjusting each other for one another
x 20번 반복
그런데 남들로부터 배울 때는 이 효율성을 조절할 수 없다. 선생님은 평균 학생을 가정하고 가르친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강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다 똑같은 비중으로 전달한다. 그 결과 우리는 아는 걸 또 배운다. 더 심각하게는 5번 반복해야 하는 부분을 그냥 2번만 하고 넘어가게 된다.
반면, 혼자서 복습할 때는 자신이 정확히 어떤 부분을 잘하고 못 하는지를 인식한다. 스스로 문장을 외울 때 어떤 문장은 잘 외워지는 반면 어떤 문장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잘하는 건 생략하고 못 하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다.
자기가 모르는 건 자기가 가장 잘 안다. 불변의 학습 원칙이다. 혼자 학습하면 학습 효율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같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남들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학습에는 수동적 학습과 능동적 학습 두 종류가 있다.
남들로부터 배울 때 우리는 수동적 태도를 취한다. 별 다른 생각 없이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한다.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굳이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다.
반면, 혼자서 익힐 때는 능동적으로 학습한다. 능동적 학습의 두 가지 예시와 그에 따른 효과를 살펴보자.
1) 적극적 이해
외부 설명이 없기 때문에 같은 문장을 읽더라도 더 집중해서 읽는다. adjust 다음에 전치사 to가 따라옴을 스스로 발견하면서 이해한다. 나아가, adjust가 또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증을 가진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 다른 예문도 살펴본다.
If the chair is too high or low you can adjust it to suit you.
의자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너한테 맞게 조절할 수 있어.
적극적 이해가 투여될수록 장기 기억을 형성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이 노력하고 고생한 만큼 무엇이든 더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별생각 없이 편하게 인강을 들으면 이해하면 금방 잊어버린다. 편리함의 역설이다.
2) 재구축 & 회상
배우기는 Input 학습이다. 외부 자극을 끊임없이 받아들인다. 반면, 익히기는 Output 학습이다. 배운 걸 다시 한번 스스로 떠올려야 한다.
예컨대, 복습 시에는 '의자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너한테 맞게 조절할 수 있어'가 영어로 뭐였는지 회상해야 한다. 배운 내용을 복귀하지 못하면 다시 정답지를 보고 스스로 배운다. 그리고 다시 안 보고 온전히 재구성해 본다.
주의할 점은 회상은 단순 이해와 구분된다는 사실이다. 배울 때는 예문과 선생님 설명이 있기 때문에 굳이 떠올릴 필요가 없다. 답지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익힐 때는 안 보고 외우려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운 내용을 끄집어내야 한다.
그리고 읽기만 할 때 보다 회상할 때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이를 시험 효과 (Testing Effect)라 한다. 교과서를 반복 회독하는 일 보다 시험 치듯이 책을 덮고 회상할 때 학습 효율이 올라간다. 일명 책 덮고 공부하기다.
학이시습지
그렇다 학습은 모쪼록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기만 한다.
배움은 익히기 위한 자료 준비에 불과하다. '배움 → 익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스피킹 학습을 돌아보자. 각 비율이 어떻게 되는가? 미드 시청, 어학원 설명 듣는 시간 빼고 실제로 혼자서 반복해 보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공부라고 다 같은 공부가 아니다. 노력이라고 다 같은 노력이 아니다.
혼자서 익히는 시간이야말로 실력 향상에 직결되는 진짜 공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