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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Dec 16. 2019

자신에게 딱 맞는 영어 듣기 자료 고르는 법

영화 라푼젤로 영어 듣기 공부하려는 데 괜찮나요?
리스닝 자료 좀 추천해주세요!


답변드릴 수 없다. 적절한 자료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라푼젤은 학습자 레벨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운동법도 개인마다 다르지 않는가? 이제 막 시작하는, 근육이라곤 1도 없는 초급자에게 데드리프트를 무조건 추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본 글에서는 스스로 자신에게 꼭 맞는 리스닝 자료 선별법에 대해 설명하겠다. 




우리가 하는 흔한 실수

리스닝 자료 고를 시 보통 흥미부터 따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어야 꾸준히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부터 고려하면 역설적으로 곧 흥미가 증발한다. 그래서 곧 그만둔다. 무슨 말일까?


우리 어머니를 예로 들어보겠다. 어머니는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 졸업 연설로 영어 공부를 했다. 여기저기 추천을 많이 하고 이왕 하는 거 교훈적 내용으로 하는 게 좋으니까. 


그러나 다음과 같은 5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https://youtu.be/1i9kcBHX2Nw


1. 지나친 구간 반복 

보면 알겠지만 스티브 잡스 졸업 연설은 스피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최소 중급 이상이다. 자막을 켜고도 잘 안 들리니 들릴 때까지 구간 반복을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새로운 문장이 나올 때마다 반복한다. 반복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반복은 지겹다. 


2. 지루하다.

그래서 지친다. 아무리 유익하고 재밌는 내용이라도 계속해서 반복하면 지루하다. 그래서 중간에 학습 의욕을 잃고 포기한다.  


3.  독해 공부

리스닝은 둘째치고 내용 자체가 어렵다. 자막을 켜고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들린다 하더라도 이해가 안 된다. 문장 구조가 어렵고 모르는 단어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듣는 시간보다 사전 찾고 독해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 순간, '응? 난 리스닝 공부하려는데 왜 또 지겨운 독해 공부를 하고 있지?' 하며 의아해한다. 리딩 학습을 하는 상관없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은 리스닝이지 않는가?


4. 단 하나의 영상

스티브 잡스 졸업 연설 영상은 14분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1달이 지나도록 같은 자료를 쥐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들리지도 않고, 들리더라도 이해가 안 되니 독해 공부를 따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영상만 붙잡고 늘어지면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없다. 1달에 1개의 영상을 파는 거보다 10개 영상을 보는 게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다양한 소리 데이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어떤 문장은 아무리 반복해도 안 들린다. 그냥 무시하고 이것저것 보고 오다 우연히 다시 보면 신기하게 다시 들릴 때가 있다. 왜냐하면, 조금씩 다른 소리 정보가 쌓이면서 뇌가 그 소리에 적응을 했기 때문이다. 


단어 공부할 때 하나의 예시만 참조하는가? 아니다. 여러 예문을 참조한다. 문맥 데이터가 쌓기 위해서다. 그래서 처음에는 분명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해석한다. 리스닝도 똑같다. 


5. 쉽게 포기한다

하나의 영상만, 그것도 특정 부분을 계속 반복한다. 또한, 지겨운 단어, 독해 공부까지 또 한다. 1주일이면 모르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1달 버티는 게 이상한 거다. 



무엇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까? 

리스닝 자료 선정 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난이도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영어 자막 켜고 80% 이상 이해가 되는 자료로 선정해야 한다. (※ 한글 자막 아님) 왜 그런지 하나씩 살펴보자. 


자막 켜고 80% 이상 들리면 더 어려운 자료로 해야 되지 않을까? 천만에다. 3가지 이유가 있다.


1. 리스닝만 파자

만약 자막을 켰는데 이해도가 50%라면? 이 말은 즉슨 리스닝을 떠나서 50%는 우선 독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듣기 이전에 사전을 뒤져가면서 지문부터 이해해야 한다. 


리스닝 측면에서는 완벽히 시간 낭비다. 30분을 죄다 리스닝에 투자해도 모자랄 판에, 15분을 독해에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막 켜고 80% 이상은 들려야지 독해, 사전 찾기가 아닌 리스닝에 집중할 수 있다.  


2. 성취감

자막 켜고 이해도가 80% 밑으로 떨어지면 전체 내용 추론이 어렵다. 따라서 들으면서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긴가민가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흥미가 떨어진다. 게다가, 이해가 안 되니 '난 영어를 못해... 리스닝은 어려워...'라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당연히 얼마 못가 지치고 만다. 하지만 이해도가 80% 이상이면 영어를 떠나서 내용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재밌다. 게다가, 영어만으로 무언가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성취감을 느낀다. 학습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영어 리스닝은 1주일 아니라 6개월, 1년 걸리는 장기전이다. 따라서, 매일매일에서 오는 흥미, 성취감 없이 의지만으로는 절대 버티기 힘들다. 


3. 메꿔야 할 간극

자막 켜고 90% 이상 이해가 된다고 치자. 만약 처음부터 자막을 끄고 들었으면? 심하면 50%도 안 들린다. 왜냐하면, 영어 화자가 자막에 있는 그대로 발음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she is going to'로 나와있어도 엄청나 빠르게 'sh's gonna'로 말한다. 


게다가, 자막이 있을 때는 화자가 말하기 전에 미리 뜬 자막을 보고 커닝을 한다. 즉, 화자가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준비하고 듣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자막 off시에는 깜빡이 없이 갑자기 정보가 훅훅 들어오기 때문에 난이도가 올라간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학습 목표는 자막 켜고도 이해가 되지 않는 20%를 잡는 게 아니다. 목표는 자막 켜고 들었을 때는 들렸으나 끄고 들었을 때 들리지 않는 부분을 채우는 일이다. 자막 끄고 50%, 자막 켜고 80% 이해가 된다면 30%를 메꾸는 게 학습 목표다.


독해상으로는 이해가 되는 데 들리지 않는 부분들 말이다. 정확히 리스닝 능력이 떨어져서 잡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자막 켜고 들리지 않는 20%는 사실상 독해의 문제기 때문에 과감히 버린다. 



난이도, 그다음에 흥미

결론적으로 난이도 조건부터 만족시킨 다음 흥미를 고려한다. 극단적으로 난이도가 최적화돼있으면 흥미는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필자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유튜브 Teachingmensfashion 채널을 즐겨 듣는다. 패션 채널이다. 그런데 패션에는 1도 관심이 없다. 그래도 재밌다. 


https://youtu.be/B7TT0pu9h7I


왜냐하면, 전체 흐름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성취감이 들만큼 잘 들리기 때문이다. 동시에, 영상마다 2~3개씩 모르는 단어가 있어서 어휘 쌓는 재미도 쏠쏠하다. 즉, 적당히 쉽고 적당히 어렵다. 


 



필자는 이미 영어 유튜브 구독 채널이 200개가 넘는다. 그래서 위 기준을 따지면서 적절한 채널을 잘 솎아 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는 애초에 이런 옵션 자체가 없어서 기준을 알아도 영상을 고르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음 글에서는 난이도별로 3~5개씩 채널 추천을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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