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 지식 지향적으로 공부하시나요? 능력 지향적으로 공부하시나요?
토익 750, 수능 3등급 이상이지만, 영어회화는 젬병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글입니다.
연애, 사랑에 서툴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여기저기서 읽고 들은 건 많은데, 정작 실전에서는 나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서툴어진다.
오늘의 이야기
그렇다. 우리는 단어, 문법과 같은 지식적 영어에는 나름 강하다. 3인칭 단수, 가주어 it, 관계대명사 등, 예상 독자라면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지식을 활용해서 유창하게 스피킹 하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작업이다.
이번 글에서는 지식 vs 능력이라는 안경을 끼고 영어 회화가 늘지 않는 원인을 살펴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피킹은 능력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만 학습을 하고 있다. 지식과 능력은 다르다는 사실은 뻔한 얘기이다.
하지만 이 뻔한 얘기를 영어 회화에 적용하는 순간, 왜 우리의 영어 회화는 항상 제자리인지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에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스피킹 지향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추천 교재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영어회화가 안 되는 원인을 살펴보기 전에 일반적으로 지식과 능력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므로 편하게 읽자.
① 양적 개념 (Quantitative)
가장 흔한 예시인, 자전거 타기를 예로 들어보자. '자전거 잘 타는 법'에 관한 책을 읽는 방식은 지식 영역에 속한다. 그 외 체육 교과서에 나오는 '스키 잘 타는 법', '배구 서브 잘하는 법', '발레의 올바른 자세' 등 글로 읽는 모든 내용은 지식이다.
지식은 얼마나 공부했는지 셀 수 있다. 오늘은 20쪽 분량의 지식을 습득했다고 측정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식은 양적인 개념이다. 같이 쓰이는 어휘만 보더라도 '지식을 가졌다', '지식을 쌓다', '지식이 많다' 등 양적으로 측정 가능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② 학습 수단 = 암기
지식을 쌓기 위한 통상적인 방식은 암기이다. 자전거 타기에 관한 20쪽 분량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책 내용을 암기해야 한다. 여기서 나름의 규칙을 적용하면 더 빨리, 더 오래 외울 수 있다. 역사에 문외한인 필자도 태종태세문단세만은 기억하고 있다.
① 질적 개념 (Qualatitive)
반면 능력은 자전거를 실제로 얼마나 잘 타느냐이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탈 수 있는지, 두 손을 놓고 탈 수 있는지, 보조 바퀴 없이도 탈 수 있는지는 모두 능력에 관한 영역이다.
지식과 달리, 능력은 쉽게 셀 수 없는 질적 개념이다. 물론 측정 가능하긴 하지만, 몇 쪽, 몇 개 하는 식으로 쉽게 수치화할 수 없다. 같이 쓰이는 단어를 보면 '능력을 향상하다' , '능력이 뛰어나다', '~을 할 수 있다' 등 능력은 추상적 개념임을 알 수 있다.
② 학습 수단 = 반복 연습
특정 능력을 향상하려면 반복 연습이 필수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서는, 넘어지고 비틀거리면서 자전거를 많이 타보는 수밖에 없다. 즉, 능력에는 실천, 액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지식과 능력은 완전히 다르다. 누구는 자전거 타기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가졌지만, 실제로 자전거를 전혀 타지 못한다. 반대로 누구는 자전거에 관한 책을 1도 보지 않았지만, 자전거는 두 손 놓고 탈 수 있다.
자 이제 이러한 뻔한 얘기를 영어에 적용해보자. 각종 영어 학습들이 지식에 속하는지, 능력에 속하는지 살펴보자. 아마 읽다 보면 뻔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영어에서 전형적인 지식은 단어와 문법이다. 표현, 패턴회화, 슬랭도 마찬가지이다. 몇 개를 외우고, 몇 단원을 공부했는지 구체적으로 셀 수 있는 양적 개념의 지식이다.
예를 들어 '~ 할수록, ~ 한다'를 의미하는 영어 문장 'The 비교급 + 주어 + 동사, the 비교급 + 주어 + 동사'를 이해하고 외웠다면, 한 조각의 지식을 얻은 학습이다.
나아가 'The more you study, the smarter you become'이라는 예문으로 복습한다면 문법적 지식을 더 정확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정확히 우리가 여태껏 해오던 학습이고 지금도 하고 있다.
반면, 능력에 속하는 영어는 라이팅과 스피킹이다. 왜냐하면, 이 둘은 단순한 이해, 암기를 넘어서 실제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be able to)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라이팅과 스피킹은 얼마나 빠르게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에 관한, 수치화할 수 없는 능력의 영역이다.
스피킹을 하기 위해서는 단어, 문법 지식을 이해하는 걸 넘어서,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위 예시 'The 비교급 + 주어 + 동사 ~'라는 문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The harder you work, the faster you get promoted'라고 문장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스피킹이다.
전 글의 설명 틀을 적용한다면, 스피킹은 특정 단어를 빠르게 '연상'하고 여러 단어들을 빠르게 '조합'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스피킹은 영어 정보를 단순히 이해하고 수용하는 수동적 영어 (Passive English)가 아니라 문장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능동적 영어 (Active English)이다.
① 거꾸로 하고 있는 영어 회화
회화는 능력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는 영어책을 읽고 듣고 외우는 대신에 (지식 지향적 학습) 직접 문장을 많이 만들어 보아야 한다. (능력 지향적 학습) 하지만 우리가 주로 하는 공부는?
그렇다. 대부분 지식 쪽에 치우쳐져 있다. 'Have a crunsh on someone'이 어떤 뜻인지 설명하는 책을, 영상을 가만히 앉아서 읽고, 듣고 이해하고 그리고 밥 먹으러 간다. '오늘도 하나 배웠어!'라는 만족감과 함께.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지식량은 늘릴 수 있을지언정 문장을 빠르게 만들어 내는 능력, 즉 스피킹은 결코 향상할 수 없다. 지식과 능력은 독립적인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 (= 능력, 스피킹)를 목표로 하면서도 바보같이 자전거 잘 타는 법에 관한 책만 (=지식, 단어, 표현, 문법) 만 계속 파고 있는 꼴이다.
② 지식은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단어, 표현, 문법적 지식 습득은 자동적으로 이를 활용해서 문장을 만들어 내는 능력, 즉 스피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 할수록 ~ 한다'를 다시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이미 'The 비교급 + 주어 + 동사~'의 지식을 습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문장을 영어로 말해보자.
- 더 열심히 공부할수록, 더 똑똑 해진다.
- 더 많은 문장을 만들어 볼수록, 더 빨리 말할 수 있다.
- The harder you study, the smarter you become.
- The more sentences you make, the faster you can speak
우린 위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문장을 직접 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말했다 치더라도 버벅거리면서 말했을 확률이 높다.
우리는 여태껏 지식만 파고, 위의 과정처럼 능력 향상을 위한 문장 만들기 연습은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지식 지향적 학습은 모두 피하자. 단어, 표현, 슬랭, 패턴회화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문제는 이 학습 자료를 '어떻게' 접근하는가이다.
종류가 뭐가 됐건 단순히 읽고, 듣고 끝내는 건 능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단순히 미드 보기, 테드 보기, 영자 신문 보기 등은 스피킹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한다.
① 능력 향상
실제로 자전거를 많이 타보자. 영어로 문장을 가능하면 많이 만들어 보아야 한다. 그래야 문장 만드는 속도, 즉 Fluency가 향상돼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
단어 단순히 보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떠올려 보아야 한다. 문법을 단순히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 규칙에 맞추어 여러 단어를 조합해 보아야 한다.
영어 정보를 단순히 수용하기보다는 (Passive English) 직접 문장을 생산해보아야 (Activ English) 한다. 학습 시간 30분 중에 영어를 스스로 만들어 보는 시간이 25분 이상은 되어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② 두 가지 방식
문장을 빠르게 만들어 내는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A. 문장 만들기
'The 비교급 + 주어 + 동사...'를 배웠다면 이 문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문장을 10개 정도 만들어 본다.
- The more you eat, the fatter you become.
- The more you have, the more you want.
- The more you know me, the more attractive you find me.
- The more time I spend with my family, the happier I feel.
...
B. 한 → 영
두 번째로 한글만 보고 영어로 말해보는 방식이 있다. 위 예시에 해당되는 한글 번역만 보고 다시 영어로 말해보는 방식이다. 한 번씩 도전해보길 바란다.
- 더 많이 먹을수록, 더 뚱뚱해진다.
- 더 가질수록, 더 원한다.
- 나를 더 알 수록, 너는 나를 더 매력적으로 느낄 것이다.
-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낼수록, 더 행복하다.
두 번째 방식의 장점은 문장 '내용'을 생각하는데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단순히 할 말이 없어서 스피킹 연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한 → 영] 스피킹의 경우, 한글 분량만 많다면 학습 시간 내내 스피킹 능력 향상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료는? 서점에 가면 어렵지 않게 영어와 한글이 분리되어 있는 영어책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의 난이도에 맞게 골라서, [한 → 영] 순으로 스피킹을 연습해 보자.
「영작문 핵심패턴 233」이라는 책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2단계 순서로 공부할 수 있다.
Step 1. 영어 문장 만들기 연습
자료: 한글 스크립트 + 영어 스크립트
한글, 영어를 보고 문장을 이해한다. 예상 독자라면 모든 예시를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 (지식적 접근), 영어 문장을 스스로 배열해서 만들어 보아야 한다 (능력적 접근).
어떻게? 한 가지 방식으로는, 한 문장을 이해한 후, 눈을 감고 다시 한번 그 문장을 말해본다. 영어 문장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문장을 만드는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
Step2. 시험
자료: 한글 스크립트
한 문장씩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 보았다면, 시험을 처 본다. 이때 영어 부분은 완전히 가리고, 한글만 보고 영어로 말해본다. 영어로 문장을 만드는 능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속도가 매우 느리거나, 아예 만들지 못한다면 Step 1에서 공부를 더 하고 와야 한다. 왜냐하면 아직 문장을 만드는 능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습을 덜 한 거다.
③ 기대 결과
위처럼 학습한다면 한 가지 확실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so that' 구조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말할 수 있다. 당연한 결과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다른 문법을 공부한다면 점점 편해지는 문장 구조가 증가할 것이다. 결과는? 머지않아 대부분의 문장을 빠르게, 즉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
보통의 문법책은 끽해봐야 15 챕터를 넘기지 못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실제 스피킹에 쓰이는 문법은 절반 정도이다.
머지않아라는 말을 괜히 한 게 아니다. 수동태, 가주어, 관계 대명사, to 부정사 정도만 자유롭게 구사해도 스피킹 실력 향상을 체감할 수 있다.
④ 적용
전화 영어로 공부하고 있다고 치자. 지식 vs 능력 프레임을 가지고 본다면, 듣는 시간은 가능한 짧아야 한다. 다시 말해, 30분 중에 25분 이상은 학습자가 떠들어야 한다. 25분 동안 영어 문장을 끊임없이 만들어 보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튜터가 25분 떠든다고 본다. 튜터가 3~4 문장으로 질문을 하는데 학습자는 영어를 잘 못하니 1 문장 또는 단답으로 대답한다. 그리고 또 튜터가 3~4 문장으로 질문하고... 이러면 튜터가 되려 스피킹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리 할 얘기에 대해서 Writing 및 Speaking 연습을 해야 한다. 미리 할 말을 많이 써놓고, 연습한다면, 실제 통화 시에도 한 질문에 10 문장 이상으로 답할 수 있다.
양도 중요하지만 질도 중요하다. 자신이 친숙하지 않은 문장을 가능하면 많이 녹여야 한다. 예컨대 오늘 전화 영어에서는 관계 대명사 5번, to 부정사 5번을 반드시 사용하기라는 미션을 세울 수 있다. 물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Writing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능력 지향적으로 학습한다면, 같은 돈 주고, 같은 전화 영어를 해도 누구는 계속 제자리걸음이지만, 누구는 1달 만에 눈에 띌만한 스피킹 발전을 누릴 수 있다.
위 영상의 스피커가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분명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실천하지 않고 있다. 영어회화 학습 환경이 그만큼 지식 쪽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이다.
명심하자. 능력 향상은 여러 이유로 지식 습득보다 어렵고, 불편하고, 귀찮고,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그만큼 일단 능숙해지면 쉽게 까먹지 않고 그 활용도 역시 높다.
영어 표현 1,000개를 외우는 것보다 10개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음이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훨씬 효율이 좋지 않은가?
자신의 학습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여러분은 회화 학습을 능력 중심으로 하고 있는가
지식 중심으로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