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제시한 해결책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토익 750 또는 수능 3등급 이상이지만, 영어회화는 젬병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글입니다.
하나, 반드시 큰 소리로 소리 내서 연습하라.
둘,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해라.
7년 전 KBS 스페셜「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에서 내놓은 영어를 잘하기 위한 해결책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3달 동안 영어 말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영문학과 교수부터 '순수 국내파' 동시 통역사까지 국내 최고 영어 전문가 4명이 자문을 맡았다.
또한 해외 인터뷰, 실제 실험, 과학적 이론, 직관적인 비유 등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우리가 영어 말하기를 못하는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흥미롭게 보고 있다가 마지막 해결책 파트에서 "엥? 잘 나가다가 왜 갑자기 다른 길로 새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단적으로 말해서, KBS가 제시한 위 해결책은 틀렸다.
오늘 이야기
필자의 관점에서 이 프로그램을 재해석하려고 한다. 재해석 기준은 딱 2가지이다.
하나, 예상 독자인 토익 750 이상 수능 3등급 이상의 학습자의 관점에서만 평가한다. 둘, 다른 영역은 다 제끼고 오로지 스피킹 관점에서만 해석한다.
먼저, 프로그램의 핵심인 '서술적 기억'과 '절차적 기억'이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을 가지고 영어회화가 안 되는 원인을 분석하겠다.
프로그램에는 나오지 않지만 해결책 이해에 필수적 개념인 어휘(Mental Lexion)와 문장 구조(Mental Grammar)가 무엇인지도 짚고 넘어갈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KBS가 제시한 해결책이 왜 틀렸는지, 그래서 영어회화를 잘 하기 위한 올바른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밝히겠다.
기억은 하나의 개념이 아니다. 뇌 과학적으로 기억에는 2가지 종류가 있으며 각각 다른 뇌의 영역에 저장된다. 영어 회화 학습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2가지 종류가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지 이해해보자.
서술적 기억은 한 마디로 지식에 관한 기억이다. 단어, 문법, 역사적 사건, 수학 공식이 서술적 기억에 포함되며 뇌의 바깥 부분에 저장된다.
예를 들어, △ important = 중요한 △ 주어가 3인칭 일 때 동사에 s가 붙는다 △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와 같은 지식은 모두 서술적 기억이다. 수영 잘하는 법을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서술적 기억은 뒤에 설명할 절차적 기억에 비해 훨씬 빠르게 습득된다. 수영을 실제로 잘하는 것보다 잘하는 법을 책으로 학습하는 게 훨씬 쉽다.
또한 서술적 기억은 의식적 기억이다. 예를 들어 'He help's' me'를 말할 때 주어에 따라 s를 붙일지 말지 의식적으로 계산해야만 한다.
서술적 기억을 습득하기 위한 전형적인 방법은 이해와 암기이다. 영어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과목에서 우리가 택해왔던 학습 방식이다.
반면에 절자척 기억은 지식이 아닌 능력에 관한 기억이다. 운동 기억이라고도 불리며 뇌의 안쪽 영역에 저장된다. 흔히 무언가를 능숙하게 할 때 몸이 기억한다고 하는데, 이게 바로 절차적 기억이다.
예를 들어, 별다른 의식적 노력 없이 자유자재로 'He helps me', 'I help you', 'We help you'라고 빠르게 동사 변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절차적 기억에 해당한다. 또한 실제로 수영을 잘하는 능력도 절차적 기억, 운동 기억이다.
절차적 기억은 서술적 기억보다 습득하는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투자 시간이 특정한 임계값을 넘지 못하면 능력을 발전시킬 수 없다. 예컨대 하루에 5분씩 수영 연습을 한다면, 10년을 한다 한들 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절차적 기억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특정 패턴으로 연습해야만 한다. 중요한 건 몸에 체화될 때까지 충분히 반복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절차적 기억 습득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반복은 인내심을 요하고 꾸준함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술적, 절차적 기억이라는 틀을 가지고 우리가 영어 스피킹을 못 하는 원인을 분석해 보자. 그전에 우리가 한국어를 잘 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영어가 안 되는 원인을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구사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어떠한 의식적 개입도 없이 바로바로 한국어 문장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한국어를 서술적 기억이 아닌 절차적 기억으로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우리는 한국어를 지식이 아닌 능력 차원에서 발전시켜왔다. 한국어 문법에 맞게 명사, 동사, 형용사, 조사를 순식간에 머리 속에서 배열 및 변형시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한국어로 말을 잘해도 한국어에 관한 지식은 잘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절차적 기억에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서술적 기억에 까지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고 수능 언어 영역이나 KBS 한국어 능력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언젠가 교환학생 친구가 한국어 수업을 듣고 '을/를'을 어떻게 구분하냐고 물어왔다. 하지만 필자는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단지 "그냥 되던데"라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문법적으로 어떻게 구분되는지에 대한 지식적 기준을 몰랐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문법 규칙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모를 정도로 우리는 한국어를 절차적 지식의 형태로 습득하였다. 왜 소제목을 굳이 한국어가 아닌 한국어 스피킹이라고 붙인 이유이다.
우리는 한국어를 100% 알지 못한다. 지식 차원에서 모르는 게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어 능력을 100% 습득했다고 말할 수는 있다. 누구보다 완벽하게 한국어 말하기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제 직관적으로 영어 스피킹을 못 하는 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어와 정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영어를 서술적 기억으로만 저장했지, 절차적 기억에는 매우 약하다. 영어를 글로만 배워와서 지식은 뛰어나지만 스피킹이 속해있는 영역인 능력은 매우 떨어진다.
우리는 영어 문법 규칙을 잘 이해하고, 무엇이 맞는 건지 잘 구분할 수 있다. 의문문, 조동사, 관계대명사, 동명사 등 수능 영어나 토익에서 요구하는 문법 지식을 학습해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는 'The blue jeans which is expensive '이 틀렸다는 걸 안다.(jeans는 복수로 are이 맞다.)
심지어 우리는 서술적 기억을 과하게 늘려왔다. 특히 공교육에서 학습했던 영어는 매우 지식 지향적이다. 하지만 절차적 기억에는 가히 최악이다. 문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싼 청바지'를 관계 대명사를 활용해 바로 뱉어내지 못한다. 의식적으로 문법 규칙들을 일일이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영에 대한 이론은 빠삭하게 배웠는데, 정작 수영은 자유형도 못하는 꼴이다.
우리의 한국어, 영어 양상을 분석했을 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예상 독자 수준에서 서술적 기억과 절차적 기억은 관련성이 제로라고 생각해도 좋을 만큼 서로 독립돼 있다.
한국말을 잘 한다고 한국어 시험까지 잘 치는 건 아니며, 영어 시험을 잘 친다고 영어 스피킹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인 영어 스피킹을 향상하려면? 서술적 기억이 아닌 절차적 기억을 발달시켜야 한다. 예상 독자의 경우, 이미 습득한 서술적 기억을 절차적 기억으로 전환시킨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자명한 방향과는 정반대로 영어회화를 학습하고 있다. 절차적 기억은 등한시하고 계속해서 서술적 기억만 쌓고 또 쌓으려고 한다.
새로운 단어, 그럴듯한 표현, 왠지 있어 보이는 원어민 슬랭을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한다. 미드를 통해서, 영자 신문을 통해서, 회화책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에 집착하고 있다. 절차적 기억은? 제자리걸음이다.
본 메거진에서 벌써 몇 번째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스피킹을 위한 우리의 서술적 기억은 이미 충분하다. 즉, 스피킹에 필요한 어휘와 문법 지식량은 포화상태이다. 가끔 지식 자체를 모를 때도 있지만, 그 보다 알고 있는 지식을 능력으로 빠르게 전환시키기지 못해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훨씬 빈번하다.
KBS 프로그램에 따르면, 핀란드는 공교육만으로 전 국민의 70%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나라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그들은 몇 개의 어휘를 가지고 영어를 할까?
연구 결과 85.5%가 1,000 단어 이내, 93.4%가 2,000 단어 이내였다.
토익 750 이상, 수능 3등급 이상 받기 위해 알아야 할 영단어 수는? 어림잡아도 1,000 단어는 가뿐히 넘어갈 거다. 그런데 여기서 단어를 더 외우겠다고? 그것도 때로는 거의 들을 일도, 쓸 일도 없는 원어민 슬랭까지?
해결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적용하려면, 기억의 종류뿐만 아니라 기억의 대상도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서술적 기억과 절차적 기억이 기억의 두 가지 종류라면, 기억의 대상에는 어휘(Mental Lexicon)와 문장 구조(Mental Grammar)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어휘와 문장 구조는 학자,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정의된다. 후반부 내용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기존 정의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필자가 어휘와 문장 구조를 재정의하겠다.
어휘란 개별적인 단어, 표현, 문장 하나하나를 뜻한다. 예컨대, school (단어), a piece of cake (표현), What do you like? (문장) 은 모두 어휘이다. 각각의 레고 조각들에 비유할 수 있다.
어휘는 손에 잡히는, 측정 가능한 기억 대상이다. 단어, 표현, 문장은 몇 개 외웠는지 명확하게 셀 수 있다. 나아가 3~4 문장으로 이뤄진 한 패러그래프까지도 외울 수 있다.
이처럼 어휘는 양적 개념이라는 측면에서 서술적 기억, 지식과 연관성이 크다. 어휘라는 표현이 다른 단어와 혼동될 여지가 있어 지금부터 어휘를 개별 문장 혹은 문장량이라고 부르겠다.
이에 반해 문장 구조는 추상적 개념으로, 문법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각각의 레고 조각들을 특정 규칙에 맞게 조립할 수 있는 능력에 비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문문 = 의문사 + 조동사 + 명사 + 동사] 문법 규칙을 능숙하게 적용하여 what do you like? 뿐만 아니라 where do you go?, when can you come? 등의 비슷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문장 구조 혹은 문법 규칙은 어휘처럼 몇 개 외웠다는 식으로 셀 수 없다. '전보다 얼마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어휘를 생산해 낼 수 있느냐'와 같이 비교를 통해서만 어림잡아 측정할 수 있다. 이처럼 문장 구조는 질적 개념이며 절차적 기억, 운동 기억,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역시 명확한 구분을 위해 문장 구조는 문법 규칙이라고 명명하겠다.
개별 문장과 문장 규칙의 관계는 개별적인 함숫값과 함수 자체로 비유할 수 있다. f(x)=2x+1이 문장 규칙이라면, 각각의 함숫값 f(1)=3, f(5)=11 은 문장량이다.
구체적으로, 영어의 문법 규칙 [ 의문문 = 의문사 + 조동사 + 명사 + 동사 ]이 f(x)=2x+1이라면, where do you like?, where do you go? 는 f(1)=3, f(5)=11에 해당한다. 나아가 다른 문법 규칙을 배우는 것은 새로운 함수 g(x), h(x)를 기억하게 된다는 뜻이다.
영어 스피킹이 향상된다는 말은 위 비유에서 f(x) 계산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g(x), h(x)에 해당하는 다른 영어 문법 규칙들을 적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한국어의 모든 함수들을 마스터했으며, 영어 스피킹 향상을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영어의 문법 규칙 적용 능력을 마스터하면 된다.
이미 글의 결론은 나왔다. 스피킹 향상을 위해서는 문법 규칙 자체가 기억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문법 규칙은 개별적인 문장들을 생산해내는 생산 기반 시설이다. 문법 규칙은 자동차 생산 기반 시설이며 개별 문장은 하나하나의 자동차라고 비유할 수 있다.
문법 규칙이 뛰어나면 문장은 무한대로 따라 나온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유창함의 본질이다. 하지만 통상적인 스피킹 학습은 개별적 결과인 문장 암기 중심이다. 새로운 표현 암기가 대표적 예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f(1), f(2), g(1000), h(-8593) 값을 일일이 외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만 이 불가능에 도전하려고 한다.
KBS가 제시한 해결책은 문장 규칙이 아닌 문장량을 반복의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목표이다. 함숫값을 모두 외우는 방향으로 솔루션을 제시했다.
< KBS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 > 재해석 下편에서는 오늘 내용을 바탕으로 남은 목차를 마저 설명하겠다. 오늘 글은 해결책을 이해하기 위한 몸풀기이다. 다음 편에서는 KBS 해결책이 왜 틀렸는지,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학습해야 하는지 본격적으로 파헤쳐보자.
< KBS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 > 재해석 下편
4. KBS 해결책은 왜 틀렸는가?
5. 스피킹 효율 100% 해결책
6. 사소한 차이가 차이를 만든다.
영어 리스닝 358일 매일 들어본 결과
https://www.youtube.com/watch?v=f4lGg5gC9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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