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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열 Jan 15. 2022

영어발음이 너무 싫어요

그렇다. 필자는 영어 발음이 너무 싫다.


정확히 말하면, 다양한 영어 요소중 유독 발음만 따지는 영어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싫다.


오래전부터 영어회화 학습법 강의를 진행해 왔지만 '발음은 생각보다 별로 중요치도 않고 오히려 영어회화 학습 효율을 떨어뜨린다'라는 견해는 여전히 변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여러 수강생을 보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이 문제가 얼마나 흔하고 실재하는지 불과 며칠 전에 받은 수강생의 질문을 소개한다.


튜터님..! 억양이나 발음을 따라 할 영상이 없을 때는 제가 말하는 영어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항상 영어로 말할 때 억양이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튜터님이 듣기에 어느 정도로 이상한지 궁금합니다! 지금처럼 유튜브 영상을 보며 쉐도잉과 블라인드를 (외워서 한글만 보고 말하는 훈련) 하면서 외우면 일상에서도 발음이 개선될 수 있을까요?


녹음 파일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 질문자의 영어 발음과 인토네이션은 수강생 평균 훨씬 위였다. 최소한 누가 들어도 발음 때문에 이해를 못 할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발음, 인토네이션을 신경 쓰시고 계셨다. 혹자는 '아니, 발음은 더 좋으면 좋을수록 좋은 거 아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질문자뿐만 아니라 비슷한 레벨대에 있는 대다수가 영어 발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영어 요소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그 당시 답변한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다.



완전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00님은 발음뿐만 아니라 인토네이션에 있어서 더 이상 신경 쓰실 레벨이 아닙니다. 수강생 평균과 비교하더라도 완전 상위권이고요.


판단 기준은? 기본적으로 저도 어느 정도 미국 & 영국 영어와 비교하는데 (이 기준 자체가 이미 저도 좀 잘못된 겁니다. 그럼 호주 영어, 싱가포르 영어, 홍콩 영어 등등 다 못하는 영어가 돼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보다 훨씬 중요한 기준은 '듣고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화상 영어뿐만 아니라 일반 대화에서도 아마 상대방이 00님 인토네이션이나 발음 때문에 못 알아듣는 경우는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00님뿐만 아니라 비슷한 레밸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겁니다. 저 또한 과거에 그랬고요. 


(이건 우연히 아닙니다. 대부분 바로 드러나는 발음을 지나치게 많이 신경 쓰고 강조하니까요)


그보다는 그냥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빨리빨리 하지 못하기 때문에, 버벅거리고 멈추고 그냥 말하다 포기해버리고 답답해하실 겁니다.


여행 많이 다니시거나 아니면 다양한 외국인들 (미국 영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프랑스 포르투갈 인도 등등) 만나다 보면 이런 고민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제각각 엑센트, 발음이 천차만별이니까요.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 발음에 집착하는 이유, 정확히 말하면 미국식 발음에만 집착하는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영어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디어를 통해 듣는 미국 영어가 거의 전부니까, 여기서 벗어나는 발음의 영어는 죄다 못 하는 영어라고 착각을 해버리는 겁니다. 


(한 발자국만 나가면 별로 다들 신경을 안 쓰는데 한국인들끼리 따지는 꼴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상대방과 영어로 대화할 때 영어의 본질은 바로 '이해할 수 있는가'이고요. (서울말을 못쓴다고 영어를 못하는 건 아니죠. 사투리도 똑같이 다른 한국어이니까요. 다만 서울말, 사투리를 떠나서 한국어로 문장 자체를 빠르게 못 만들어 내면 aka 유창성이 떨어지면 문제가 되는 거고요)


아래는 최근에 본 영상인데 21세기 자본론 쓴 유명한 경제학자 (프랑스) 토마 피케티입니다.

어려운 내용임에도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발음, 인토네이션은 우리가 많이 노출된 미국, 영국 영어와 다르죠. 


https://www.youtube.com/watch?v=JKsHhXwqDqM


맨 처음 댓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외국어 학습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고요. 아래 달아두지만 직접 가서 보시길 바랍니다.



이런 사례는 끝도 없이 많습니다. 대학교 시절 영어 수업을 듣다 보면 다들 발음, 인토네이션, 엑센트가 제각각입니다. 중국에서 온 학생, 브라질에서 온 학생, 덴마크에서 온 학생 등등이요. 저희 역시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한국어 고유의 억양이 묻어나는 한국 스타일 영어를 하는, 다른 많은 영어 스피커 가운데 한 집단일 뿐이고요. 


물론, 모두 제각각 소리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유창하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생산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여기서 발음 어쩌고 인토네이션 어쩌고 하면 다들 '응? 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할 겁니다. 


여러 국가에서 온 학생들과 이태원도 놀러 가 보고 팀플도 같이 해봤지만  '발음이 어쩌다'하는 거는 여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인들이 보기에' 발음은 나쁘지만 사실 영어는 매우 잘하는, 즉 유창성은 뛰어난 사례는 많습니다. (사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지만, 외국어로 잘 배워서 영어를 잘하는 모든 영어 스피커가 그렇다고 봅니다)


포르투갈 출신 축구 감독 무리뉴, 나이지리아 출신 WTO 총장 Ngozi Okonjo-Iweala,  포르투갈 출신 UN 사무총장 António Guterres, 며칠 전 유튜브에서 마주한 인도 수도승  Gauranga Das 그리고 뻔한 사례인 반기문. 


모두 제각각의 영어 소리를 가졌지만 공통적으로 어떤 주제라도 막힘없이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높은 유창성을 가졌다는 가졌습니다. 그들의 전문 분야에서 영어로 말하는 영상을 찾았으니 모두 잠깐이라도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포르투갈 무리뉴 https://www.youtube.com/watch?v=QB8KHoR-kNY


포르투갈 출신 UN 사무총장 https://www.youtube.com/watch?v=x9kce_ciwNI


인도 출신 수도승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k6al_FWqErk


나이지리아 출신 WTO 총장

https://www.youtube.com/watch?v=CPVjktgYKo4





자, 그렇다면 발음 말고 무엇이 중요할까? (이미 스포가 돼있지만) 추가 질문에 대한 답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제 작문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영어 작문을 할 때마다 단순한 문법이나 익숙한 문장 구조만을 사용하게 되어 내용이 늘 한정적이라 느껴집니다.



이어서 답변드리겠습니다. 결론은, 00님은 발음 & 인토네이션은 지금 당장 개선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판단합니다. 만에 하나 본인이 '그래도 저는 100% 완벽한 영국식 특정 어디 지방 발음을 구사하고 싶어요'라고 하더라도 이건 차후의 일입니다. 


본인이 영어로 하고 싶은 말을 100% 자유롭게, 정확하게 할 수 있을 때 (그러니까 위 토마 피케티처럼, 여러 교환학생들처럼, 인도 스님처럼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영어로 말할 수 있을 때) 그다음에 도전하셔야 할 영역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목표는? 유창성, 즉 자신의 생각을 '한국어만큼' (최종 목표) 1) 빠르고 2) 정확하게 구사하는 게 목표입니다. 라이팅 첨삭 결과만 보셔도 알겠지만 고칠 부분이 꽤 많습니다. (만약 발음 & 인토네이션을 이렇게 표시해서 피드백드렸다면 아마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글에서는 보이지 않는 거요. 바로 영어로 글을 쓰는 '속도'입니다. 즉, 스피킹 시 1) 빠르게에 관한 문제입니다.


아마 짧은 글임에도 한국어처럼 다다다 쓰지 못하고 지웠다가 썼다가 하고, 특정 단어를 떠올리는데 시간이 걸리고, 문장 구조를 머리로 생각해보고서야 쓰는 등 오래 걸렸을 겁니다.



이게 스피킹으로 가면 '버벅거림' '어버버'로 이어지고, 이게 바로 '내가 스피킹이 잘 안 되는구나' '의사소통이 어렵구나' 하는 핵심 문제일 거고요.


지금 당장 회사에서 영어로 업무를 하거나 등 영어를 쓰시는 분들은 이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들리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막히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유창성이라는 것을요. 같은 이유에서 유창성을 등한시하고 (아니면 아예 인지조차 못하고) 발음만 따지는 사람일 경우 현실 영어를 접해보지 않아서이고요. 


결론적으로 영어 학습 방향에 있어서 1) 발음 & 인토네이션 무시 2) 정확도도 크게 신경 X



그렇다면?


"많이 많이 길게 쓰는데" 집중해주시면 좋습니다. 즉, 영어로 문장을 많이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aka 영어적 사고) 많이 만들어 볼수록 영어를 끄집어내는 속도가 올라갈 것이며 이게 바로 높은 유창성의 정의입니다. 


3시간을 주고 특정 주제에 대해 글을 쓰라고 하면, 00님 (뿐만 아니라 다른 전형적인 한국 학습자들)과 피케티, 인도 스님의 분량은 몇 배 이상 차이 날것입니다.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우선 제가 내드린 과제 해주시고! 하루에 하나 혹은 이틀에 하나식으로 저번처럼 라이팅을 자체적으로 써주시면 좋습니다. 습관 들이도록 도와드릴 테니 얼마에 한 번씩 쓰겠다! 는 걸 딱 말씀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주제는 저도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일일이 제가 첨삭드리긴 어렵지만 (첨삭이 가장 오래 걸립니다ㅠㅠ) 쓱 읽어보고 전체적인 방향에 대한 피드백을 드리겠습니다 (설령 피드백이 없어도, 저는 쓰는 거 자체가 무조건 개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및 정리

1. 영어회화 실력은 발음과 유창성 두 가지의 독립된 요소로 생각할 수 있다.

2.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선 이상부터는 '맞는' 발음이란 없다. 다른 발음이 있을 뿐이다.

3. 대부분 의사소통 하기에 발음은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유창성은 매우 떨어진다 (스피킹 시 매우 버벅거림. 라이팅 못씀)

4. 따라서 외국어 학습의 목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 유창성에 올인하는 게 좋다.

5. 그 수단 중 하나는 길게 영어로 글을 써보는 학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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