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욕심내는 순간, 불가능한 미션이 된다
본 글의 결론부터 말하겠다.
영어를 효과적이면서 지속적으로 훈련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영어만 얌체처럼 골라서 학습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실제 학습에서는, 그놈의 욕심 때문에 이와 정반대로 모~든 영어를 공부하려고 한다.
본 글에서는 실제 학습 사례를 바탕으로
1. 선별적 영어 학습을 해야 하는 4가지 이유
2. 그래서 중요한 영어를 어떻게 판별하는지
에 대해 설명하겠다.
더 와닿게 설명하기 위해서, 어쩌면 본인도 그러고 있을지 모르는, 모~든 영어를 다 공부하려고 하면 어떠한 한계점에 부딪히는 지로 대신해서 설명하겠다. 4가지 한계가 있다.
자료에 100 문장이 있다고 해서 100 문장 모두 같은 중요도로 외우려고 한다? 그 어느 것도 외우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다. 야망은 훌륭하나, 한정된 기억력과 시간을 무시한 욕심에 불과하다.
특히, 스피킹 관점에서 보자면, 차라리 90 문장은 버리고, 10 문장만 선택적으로, 그러나 더 밀도 있게 반복하는 편이 낫다. 그런데 보통은, 100개를 모두 같은 중요도로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애매하게 공부하니, 스피킹으로 돌릴 수 있는 문장은 결국 0이 된다. (말 그대로 0이다)
사실, 100 문장 중에 1 문장만 스피킹으로 돌려도 필자는 성공이라고 본다. 그만큼 배운 영어를 실제 영어회화에서 써먹기가 까다롭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아래는 최근 필자가 즐겨 공부하고 있는 미드 <하우스오브카드>이다.
여기서 pass out (기절하다), on purpose (의도적으로)를 새로 배웠다고 치자. 이제 다음번에 pass out, on purpose가 나오면 자막 없이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실전 스피킹에서 pass out, on purpose를 써먹을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단순히 pass out, on purpose가 어떤 뜻인지 이해하고 있는 것과, 이거를 필요할 때 내 머리에서 불러오는 거는 완전히 다른 작업이기 때문이다.
전자가 지식, input, 수동적 이해라면, 후자는 능력, output, 적극적 인출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상당한 반복과 복습이 필요하다. 오늘 2~3번의 반복이 아니라 며 칠, 몇 달에 걸친 지속적 노출의 강도가 요구된다.
중요한 영어만 선별적으로 골라서 강도 높게 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지 않고, 무지성으로 나오는 영어 족족 모두 똑같은 중요도로 뜨드미지근하게 공부하고 간다? 스피킹으로 말할 수 있기는커녕, 애초에 무슨 뜻인지 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래는 필자가 메모해 놓은 우선순위에 관한 명언인데, 영어 학습에도 적용이 되는 거 같아 붙이고 간다.
영어를 왜 공부하는가? 결국, 써먹으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써먹지 않는 영어는?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 반드시 필요함에도 모르는 영어, 특히, 뜻은 알아도 스피킹으로 돌리지 못하는 영어도 공부하기에 바쁘다.
이와 관련해서 해외 유튜브 <How I Learned English Vocabulary>에서는 high impact vocabulary라는 개념으로 훌륭하게 설명했다.
These are words that are frequent, are flexible, are functional to you, are commonly used in English or are professionally or emotionally useful to you.
자주 쓰이고, 활용 범위가 넓고, 당신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며, 영어에서 흔히 쓰이거나 직업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유용한 단어들이다
그래서 뭐가 자주 쓰이고 중요한 high impact vocabulary인가? 이걸 어떻게 파악하는가? 조금 아래에서 계속 설명을 이어가겠다.
영어는 경험치 싸움이다. 미드 10개 본 사람보다 100개 본 사람이 당연히 영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구체적으로 왜 그런지 예를 보여주겠다.
아까 미드 <하우스오브카드에서> pass out (기절하다)를 배웠다. 그렇다고 pass out을 100% 이해하는가? 아니다. 정확히 어떤 문맥에서 쓰이는지, (기절하는 것도 여러 종류가 있으므로), 어떤 다른 단어들과 같이 쓰이는지, 기절하다 말고 또 다른 뜻은 없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왜? 경험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pass out에 대한 문맥적 데이터가 부족하다. pass out이 다른 미드, 다른 화자, 다른 문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다양하게 경험해 봐야 그만큼 pass out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갈 것이다.
그러려면? 진도를 빠르게 쭉쭉 빼야 한다. 다음 장면, 다음 회차, 다른 미드로 쭉쭉 나가야 한다. 이번 회차만 보더라도 조금 뒤에 아래와 같이 pass out이 또 나온다.
그리고 좀 있다 black out도 나온다. 직관적으로 pass out과 black out은 이런 상황에 안 해서 (이 상황이 뭔지는 필자는 알고 있다, 내용을 봤으므로 (한국어 설명 따위로는 치환할 수 없는)) 비슷하게 쓰일 수 있다는 걸 배운다.
자, 다시 무지성 100 문장 vs 선별적 10 문장을 비교해 보자. 둘 다 똑같이 2시간 공부한다고 치자. 모든 영어를 다 공부하고 따라 하면? 2시간 동안 위 미드 30분도 나가기 어렵다. 반대로 중요치 않은 거는 슥슥 그냥 대충 넘어가고 중요한 것만 공부한 사람은? 한 개 에피소드를 이미 다 끝냈다!
진도를 많이 나간 만큼 다양한 영어와 문맥적 데이터를 습득했다. 하루 차이가 이런데, 이게 1달 2달 1년 2년으로 가면? 절대량 차이는 어마무시하게 벌어진다.
이번 글에서 가장 현실적인 요소이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실수이기도 할 것이다. 바로 작심삼일이다.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나오는 영어마다 족족 모두 100% 공부하려고 가면? 지친다. 이렇게 하면 필자도 1주도 못 버티고 떼려 칠 거 같다. 아무리 재밌게 본 영화나 미드라도 모~든 문장을 다 짚고 넘어가려 하면 재미없어진다.
중요한 부분에서 잠깐 팍! 집중해 주고, 나머지 때는 좀 쉬면서 가볍게 가주는 리듬이 있어야 길게 영어를 공부하기 쉽다. 그날 하루 당장 공부할 때도 그렇고 주, 월, 년 단위로 봐도 그렇다.
둘째, 미드, 유튜브, 팟캐스트 모두 영어 공부이기 이전에 하나의 콘텐츠이다. 즐거움이 1차적 목적이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고, 한 장면이 웃기고, 특정 문장이 마음을 울린다.
그런데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매번 멈추고 찾아보고 하면? 흐름이 끊긴다. 진도 나가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콘텐츠가 순식간에 하나의 시험공부 자료 정도로 전락해 버린다.
이렇듯 작심삼일은 본인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모두가 의지박약일린 없다) 영어 공부에 대한 무거운 접근에서 기인한다. 외국어 학습은 주식 투자와 같다. '시간'이 깡패다. 오늘 당장의 수익률은, 1년 2년 긴 시간을 놓고 보면 그닥 중요치 않다. 이 시간을 버티려면? 중요한 것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슥슥 가볍게 넘길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영어를 대충대충 넘기고, 어떤 영어를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하는가? 애초에 중요한 영어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3가지 방법이 있다.
중요한 영어는 곧 자주 쓰이는 영어다. 자주 쓰이는 영어는? 좀 웃기긴 하는데 자주 나온다!!! 그래서 영어 콘텐츠 소비량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뭐가 중요하고 아닌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따라서 또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대충 빨리 넘겨서 더 많은 영어 문맥을 경험하자.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유튜브, 인스타를 보면 <중요 영어 표현 30개>, <자주 등장하는 필수 영단어 정리> 같은 콘텐츠가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런 떠먹여 주기 식의 콘텐츠에 강력히 반대한다.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문맥적 데이터의 부족이다. 위에 미드 <하우스오브카드>에 등장했던 <pass out>만 따로 뽑아서 뜻이 뭔지, 예문이 뭔지, 뉘앙스는 뭔지를 배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건 말로 풀어쓴 설명에 불과하다. 위 미드 장면 전에 나왔던, 실제로 여주인공이 pass out 되는 장면 (시각적, 청각적, 상황적 정보 등 모두 포함)을 다 담을 수는 없다.
더 중요하게는, 둘째, 위에서 언급한 '절대량', '경험치' 습득에서 매우 불리하다. <pass out>의 뉘앙스를 구구절절, 예시 상황을 들어서 설명할 수도 있겠다. 한국어로 말이다!!! 영어만 듣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한국어를 듣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pass out만 뽑아서 공부한다면, 어쩌면 pass out은 은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어민을 만나는 순간, 미드를 켜는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왜? 영어를 보고 들었던 경험치가 없기에 연음 범벅에 초스피드 영어를 따라가지를 못 하는 거다. (되려 한국어 실력이 늘었지)
그러니까 선별적 학습, 즉 대체적으로는 슥슥 넘어가면서, 중요한 것만 골라서 학습하는 접근은 2가지 효과가 있다.
- 슥슥 넘어가는 부분 : 영어 경험치 올리기 → 리딩 & 리스닝 향상
- 중요한 것만 골라서 학습 : 장기기억에 남는 영어 올리기 → 스피킹 & 라이팅 향상
또 다른 포인트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 중요한 영어는 각 학습자에 따라 달라진다. <How I Learned English Vocabulary>에서 나온 내용으로 정리될 수 있다.
Instead of trying to learn everything, start building your own vocabulary bank.
뭐든 다 배우려고 애쓰는 대신, 너만의 단어 저장소를 만들어라.
Words you need for work, words and expressions that match your hobbies and interests. Words that match your tone, your style, your humor.
일할 때 필요한 단어들, 네 취미나 관심사에 맞는 단어와 표현들, 너의 말투·스타일·유머 감각에 맞는 단어들 말이다.
Basically, words and expressions you would use in your native language if you spoke English.
모국어로도 평소에 쓸 법한 단어와 표현들을 모아두라는 뜻이다.
이런 '나한테만 중요한' 영어를 알기 위해서는? 실제로 영어를 싸봐야 한다! 그래야 내가 어떤 영단어를 자주 쓰고 (반대로 말하면, 어떤 영단어를 모르는지) 어떤 영어 패턴을 자주 쓰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직장에서 영어를 쓰고 있다? 엄격하게 우선순위를 적용하자면, 직장에서 쓸 거 같은 영어 말고는 모두 제낄 수 있다. (마찬가지다, 쓰지 않는 영어는 필요가 없다. 당장에 쓰는 영어가 가장 중요하다)
일상에서 영어 쓸 일이 없다? 그럼 1~2달이라도 전화영어, 화상영어, 어학원 등을 통해 실전 영어를 접해볼 수 있다. 물론, 1~2달 한다고 영어가 절대 늘지 않는다. 이때의 목적은, 그래서 내가 어떤 영어 위주로 학습을 해야 하는가? 에 대한 감을 익히기 위함이다.
이러한 실전 영어 경험이 없으면, 지금 공부하고 있는 미드, 유튜브, 영어책이 곧 본인 현실이라고 착각할 위험이 있다. 굳이 쓰지 않는데도 공부하고, 반드시 나는 쓸 것임에도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1~2번 외에, 필자가 실제로 학습하면서 중요하게 보는 문장들이 있다. 바로 이해는 되는데 실제 스피킹으로는 잘 돌리지 못할 거 같은 문장들이다. 아래는 필자가 선택적으로 강조해서 공부하고 간 문장이다.
사실, 필자에게 이 문장은 쉽다. 정확히 말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필자는 여전히 스피킹 시, <Imagine ~ if~ 패턴>은 잘 사용하지 못한다. 스피킹 측면에서는 꽤 레벨이 높은 문장이다. 이런 문장을 주의 깊게 보고 다른 문장과 달리 3~4번 반복해서 따라 말해보고 넘어간다. 때로는 눈 감고 외워서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위 문장이 모두에게 중요한 건 아니다. "바로 이해는 되는데 실제 스피킹으로는 잘 돌리지 못할 거 같은 문장"은 학습자 레벨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위 문장이 이해조차 어려울 수 있으며 (그럼 당연히 중요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이미 스피킹으로도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넘겨도 좋은 문장이다.
수동적 INPUT과 (이해) 적극적 OUTPUT (써먹을 수 있는 능력)의 간극은 생각보다 넓다. 그래서 모르는 영어를 새로 배우기보다는 이미 아는 영어를 더더욱 깊고 짙게 기억하는데 집중한다.
좀 더 강하게 얘기하자면, 처음 보는 낯선 영어는 오히려 무시하고 더욱 과감히 넘어간다 (아마 반대로 하는 분들이 더 많을 거다)
왜냐하면,
1) 애초에 모르는 거는 당연히 스피킹으로도 돌리기 힘들고 (아직은 필자가 레벨에는 높은 영어)
2) 처음 봤다는 뜻은 그만큼 자주 쓰이는 영어가 아니므로 중요도가 오히려 떨어지고
3) 만약 중요한 영어라면 어차피 나중에 도 나올 거기 때문이다.
그 예시로는 아래 문장이 있다.
태어나서 aspersion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그냥 무시한다. (사실, 그럼에도 이미 학습을 했다. aspersions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대충 인신공격이겠구나 뜻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후에 또 나오면 더 잘 이해할 할 수 있을 거다)
모르긴 몰라도 필자는 aspersion을 평생 써먹을 일이 없을 거 같다. 설령 그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영어로 충분히 스피킹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saying something hurtful about the person
- criticizing the person
- talking bad about someone instead of the fundemental issue
위 예시가 aspersion을 100% 담진 못하겠지만, 핵심 아이디어는 전달된다. 전문 통번역가가 될게 아니라면 이렇게 까지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즉,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영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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