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인가 책임감인가

이기심이라는 착각을 넘어, 하이엔드 리더십으로

by ronda

상담질문:


예전에 동아리 회장선거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한 학기 동안 동아리를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막 복학해서 동아리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한 표 차이로 졌습니다.


저는 친한 친구에게 ”내가 더 열심히 했는데 왜 회원들이 나를 안 뽑고 다른 친구를 뽑았을까. 너무 서운해.”라고 말했더니 친한 친구는 “절반의 회원이나 너를 지지해 준 거잖아. 그 친구들에게 고맙게 생각해야지.”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제가 너무 부끄러워졌고, 저를 지지한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저를 뽑아주지 않은 친구들에게 서운함을 먼저 느낀 제 자신이 못나보였습니다.


최근에 동문회 모임을 주관했습니다. 저는 동문회에 오기로 한 사람들에게 회비를 미리 걷어서 혹시라도 발생할 노쇼를 조금이라도 막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준비하는 친구가 당일에 회비를 걷자고 했습니다. 동문회에 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우니 회비 부담 없이 오게 하고, 당일에 온 사람들에게만 걷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동문회에 온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어떻게 하면 많이 오게 해서 동문회를 활성화시키고 좋은 결과를 만들까만 몰두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저, 이기적인 걸까요?


답변:


두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스스로 밑바닥을 들여다보고 뼈아프게 성찰했군요. 동아리 선거에서 느꼈던 억울함, 그리고 동문회 회비 방식에서 드러난 통제 욕구, 이 두 사건이 교차하면서 스스로를 ‘이기적이고, 내 생각만 하며, 결과 지향적이고 욕심 많은 사람‘으로 낙인찍고 몹시 부끄러워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방어하지 않고 그 이면의 치부를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태도야말로, 인지적 도약을 만들어내는 가장 훌륭한 연료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생각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당신이 ’ 이기심‘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그 감정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의도를 분해해 보죠.


동아리 선거에서 ”내가 더 열심히 했는데 “라는 서운함은 이기심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그 동아리에 투여한 에너지와 압도적인 헌신에 대한 반증입니다.

자신이 쏟아부은 노력의 양이 컸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인정을 기대하는 것은 인간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지구조입니다. 친구분의 말대로 ”절반이나 지지해 준 것“을 보지 못한 것은 욕심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동아리의 발전이라는 목표에 너무 깊이 몰입해 있어서 시야가 잠시 좁아졌던 것뿐입니다.


동문회 모임에서 사전 회비 걷기를 제안한 것은 ”내 돈을 손해 보기 싫어서 “가 아니었을 겁니다. 그것은 노쇼(Noshow)라는 변수를 통제하여 모임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려는 시스템적 사고입니다.

반면 당일 회비를 주장한 친구분은 ‘정서적 장벽을 낮춰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는 ‘ 감성적 사고를 한 것입니다.


당신은 프로젝트 매니저의 시각으로 모임을 운영하려고 했고, 친구는 호스트의 시각으로 사람을 대한 것입니다. 접근 방식이 다를 뿐, 둘 중 어느 것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스스로를 ‘이기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제가 보기에 당신은 ’ 책임감이 무겁고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결과 지향적 관리자‘에 가깝습니다.

당신의 사고방식은 결과와 효율, 성공적인 개최를 최우선으로 둔 것입니다.

이것은 조직이나 모임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는 매우 강력한 무기입니다.

다만, 이 날카로운 무기가 ’ 타인의 감정이나 인간적인 유대‘라는 부드러운 가치와 충돌했을 때, 스스로 당황하며 자신을 과도하고 공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도덕적인 죄책감을 잠시 내려놓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세요.


당신의 그 결과 지향성과 리스크 통제 욕구가 없었다면, 당신이 그토록 헌신했던 동아리나 동문회 모임이 과연 그 정도의 성과를 내거나 제대로 굴러갈 수 있었을까요?


그렇다면 당신의 그 치밀한 ‘결과 지향성‘과 친구의 부드러운 ‘관계 지향성’을 충돌시키지 않고 결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프론트엔드(감성)와 백엔드(통제)의 분리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백엔드는 당신이 모임의 실패 확률, 예산의 펑크, 최악의 시나리오를 뒤에서 철저하게 계산하고 대비하는 것입니다. 노쇼 비율을 미리 20%로 잡고 예산안을 짠다거나, 위약금 없는 식당을 섭외하는 등의 치밀함이죠.


프론트엔드는 표면적으로 친구가 말한 것처럼 “편하게 와! 돈은 당일에 내면 돼!”라는 부드러운 메시지를 던지는 것입니다.


즉 당신은 통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설계자가 되는 것이죠.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하이엔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단지 당신은 ‘구조와 성과’를 보는 눈을 가졌고, 다른 사람들은 ‘감정과 관계‘를 보는 눈을 가졌을 뿐입니다.


자신의 날카로운 통제 욕구를 부끄러워하거나 억누를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더 크고 정교하게 키우십시오.

다만, 그 치밀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부드러운 케이스(타인의 감성에 대한 존중)를 씌우는 법만 배우면 됩니다.


만약 당신이 리더라면 반대 성향을 가진 ‘감성 담당자’를 전략적 파트너로 두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을 고치면 좋을까요? 어떤 점을 발전시키면 좋을까요?


앞서 말했듯, 결과 지향성과 치밀함은 당신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모임이 실패하지 않도록 미리 회비를 걷어 리스크를 통제하려는 '시스템적 사고'는 버리거나 고칠 대상이 아닙니다. 이것을 버리면 당신은 그저 '아무 대책 없이 사람만 좋은 사람'이 되어버리고, 결국 프로젝트나 모임은 파국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당신의 사고방식에는 ’ 효율, 예산, 결과‘라는 변수로 꽉 차 있지만 ‘타인의 감정, 심리적 부담감, 정서적 여유’라는 변수는 누락되어 있습니다. 이 누락된 변수를 당신의 계산식에 포함시키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