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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Jan 22. 2023

호주흔적#28

사진으로 말해요 : 아이 브리즈번 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아침 커피를 마시러 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는 입구를 통과하면
어쩌다 문득 도심 속 비밀의 화원에 놓인 기분이 드는 곳이다
커피(라떼) 맛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곳을
10년 후에 다시 찾기로 한다
오늘은 본격적인 기념품 수집의 날이다
내일 이 도시와 이 나라를 떠난다
10년 전 나를 혼돈으로 몰고 갔던 그 나무도 보러간다
바오밥인 듯 바오밥 아닌 바오밥 같은 나무가 놓여진 이곳은
우리나라의 현충원같은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비록 관광객의 입장이지만 경의를 표한다
내일이면 이 이국적인 풍경과 작별을 한다
벤자민인 듯 벤자민 아닌 벤자민 같은 나무를 지나
점심인 듯 저녁 아닌 점저 같은 것을 먹는다
이태리 리스토란테 타이틀에 걸맞는 요리들은
지난 한달여간 먹은 음식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지만
식 후 에스프레소는 얼핏 봐도 서글픈 맛이다
내일이 10년만의 호주 마지막 날이다
이 예쁘고 귀여운 도시와도 안녕이다
마지막 밤 산책을 끝으로 기념품 수집까지 마친 뒤
호주 마지막 엔딩요정을 찾는다
번.다.버.그. 이 여행을 함께 한 친구와 처음 만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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