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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Jan 17. 2023

호주흔적#27

사진으로 말해요 : 러블리 퀸즐랜드

브리즈번을 향해 한참을 달린 버스가 휴게소에 잠시 정차한다
비타민C 섭취와 목축임을 동시에 진행한다
10년 전 이곳 호주에서 구입한 옷을 이불 삼아 덮고
눈 떠보니 브리즈번이다
10년 전 노동자가 아닌 관광객 모드로 지냈던 유일한 도시다
사흘간 지낼 이번 호주 마지막 숙소가 흡족하여 기분이 좋다
이제 아침을 먹자
'한국에 없는데요 있습니다'의 헝그리 잭스를 찾는다
역시나 한국에 없는 메뉴로 배를 채우고
한국에 없는 메뉴로 입가심을 하고
엔딩요정이 되지 못한 지역 특산품을 후식으로 먹고
2박 3일 탈 것으로 인해 지친 몸에 긴 낮잠을 선물한다
이제 저녁을 먹자
잠에 취한 세포들을 깨울 필요가 있어
10년 전 첫 호주식 카푸치노를 경험했던 곳을 찾는다
코코아 파우더가 잔뜩 뿌려진 일명 남반구 카푸치노다
이 여전함이 고맙고 반가운 순간이다
뻔한 메뉴의 저녁을 먹는다
뻔하다고 하기엔 생선의 튀겨짐 정도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다
본토인 영국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만족감에 기분이 좋다
이제 밤산책을 하자
구글맵이 필요없는 익숙한 길을 걷는다
기분이 감당하기 벅찰만큼 좋아서 저걸 타보기로 한다
스피드 없는 이 따위의 탈 것은 고문과 다름없다는 평소 소신을
가뿐히 눌러주는 흥이 정수리까지 찬 상태이다
이내 후회한다
많아야 두어바퀴 돌리고 내려주겠거니 했으나
다섯 바퀴나 돌고 있다고 자각한 순간 공포가 찾아온다
야경은 볼만했지만 볼 기분이 아닌 상태를
호들갑스런 웃음으로 이겨내고 땅을 밟는다 (마침내)
사우스 뱅크의 상징과도 같은 스트릿 비치를 지나
브리즈번 강변을 끼고
빅토리아 브릿지를 건너 숙소로 향한다
이제 잠을 자자
마지막 밤을 이틀 앞두고 색다른 엔딩요정이 찾아온다
남반구 첫 카푸치노 집에서 말리부를 들을 줄이야(by Hole)
이거 누거 타자고 했어?!?(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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