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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토 May 16. 2024

우리는 왜 숲으로 가는가?

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18.

2007년 6월 11일(월)


                   강의가 시작되기 전, 한*경 반디가 그림책을 반디들에게 읽어주고 있다.



나이 들면서 점점 좋아지는 것들은 뭘까? 철이 들면 뭐가 좋아질까? 
나무, 꽃, 떡, 우리 것, 나물, 산, 풀, 남편(?)...



‘철이 든다'는 말은 계절이 든다는 말이다. 사계절이 변화하는 것도 느끼고 철에 맞는 음식과 옷을 챙겨 입으며 제철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요즘은 밤꽃향기가 한창이다. 우리아이들은 계절을 잘 모른다. 마트에는 철없는 과일이 나온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시원한 여름으로 바꿔놓는다. 이런 생활에 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대성고등학교 근처 육교에서 바라본 밤꽃.

                                   대전 충남여고에서 자라는 6월 중순의 유카꽃.



지난 5월에 이어 ‘대전충남 생명의 숲' 이인세씨가 ‘숲에서 아이를 만나다' 라는 주제로 강의해 주었다. 아름다운 우리강산(숲)을 어떻게 바라보고 아이들의 숲체험 사례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환경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영상이 넘어갈 때마다  ‘아름다운 강산' 노래가 들려올 것  같았다.

                                        '대전충남 생명의 숲'의 이인세씨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며 살듯이 숲속에서도 식물들끼리 수많은 경쟁이 벌어진다. 영상을 통해 본 사진에서는 쇠뜨기가 나뭇잎 위를 뚫고 자라는 모습이 있어 먹고 먹히는 관계를 엿보게 한다.



우리나라에는 올곧게 자라는 참나무가 거의 없다. 사람의 눈높이쯤에는 영락없이 배불뚝이가 되어 있는 것이다. 도토리를 더 많이 줍기 위해 돌로 찍고, 찍은 자리를 또 찍어 상처가 나고 아문자리다. 대전의 한 복판에 있는 남선공원에만 해도 해머로 찍어놓은 상처들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나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마다 작은 정성을 드리는 곳도 있다. 키가 1m도 안 되는 작고 소박한 돌장승 옆에는 때마다 붉은 황토가 군데군데 놓여있기도 한다. 붉은 기운의 상서로움을 믿는 마을사람들이 공동체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황토를 뿌려놓는 것이다.



아이들은 숲체험을 즐거워한다. 자연 속에서 같이 자연이 되는 아이들은 숲체험에 매료된다. 가을이면 낙엽을 주워 모아 모자를 만들어보고 때죽나무로 목걸이를 만들어 걸어본다. 나무를 태워 숯이 되면 나와 친구들 얼굴에 그림을 그리고 서로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어보기도 한다. 낙엽모자를 쓰고 고양이 얼굴을 한 아이들의 모습은 숲에서 더 자연스럽다. 



앞으로 우리아이들은 숲체험을 통해 숲속의 아이로 자랄 수 있다. 사루비아 꼭지 빨아먹기, 민들레 홀씨 불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다. ‘만지지마, 꺾지마' 이런 말에서도 한번 벗어나보자. 대전에도 반딧불이가 많은 곳이 있다. 한여름에 주로 나타나는 반딧불이이지만 9월까지 늦반딧불이가 있다. 아이들이 반딧불이를 만지거나 그 모습을 보면 은연중에 반딧불이가 아이들 마음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왜 숲체험에 매료되는가?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 나도 할 수 있어요!


숲체험 사례의 예에서는 솔방울을 보물처럼 주워보면서 집에 갈 때는 두 개만 고르기를 해볼 수 있다. 내가 고른 두 개의 솔방울은 아이들에겐 진짜 보물이 된다. 학교 안에 숲이 이뤄진 독일에서는 나무를 세워 놓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나무에 오르게 한다. 아이들은 나무에 오르며 떨어지기도 하고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체험을 많이 하면서, 그것이 자기에게 살아있는 소중한 경험치가 된다.



숲해설가가 갖추어야 할 것은,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이 모두 열린 오감이 있어야 한다.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느낌을 주고받으며,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한 눈과 머리에서 자유롭게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참가자들도 싫어하게 마련이다. 숲해설가가 즐거운 이유는 자연환경 속에서 새로움을 접하고 즐겁게 공부하면서 철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나누기

                                              6월 중순에 화려하게 피어난 참나리꽃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한 반디가 생태체험을 했던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어느 날 산에서 뒤를 따라 걷는데 앞서가던 선생이 ‘어머, 어머, 세상에 저것 좀 봐. 저 꽃이 여기에 이렇게 많다니...'라고 했단다. ‘도대체 어떤 꽃이기에 저렇게 놀라워할까' 일행은 뒤를 따르며 궁금해 했다. 발견한 꽃은 기대했던 것만큼 화려하지도 않고 크기도 작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던 보랏빛의 ‘꿀풀'이었다. 그 다음부터 산에 가기만 하면 꿀풀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또 다른 반디들이 나누었던 얘기를 들어본다.


- 아이들과 산으로 들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프로그램이 없어도 산에 가면 즉흥적으로 해볼 수 있는 놀이들이 있을 것을 기대한다.


- 자연이 이벤트화 되는 것 같다.


- ‘환경의 역습'이 10년 후에 온다는 말을 들었는데 더 일찍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 아이들은 숲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다. ‘미안해! 고마워! 하면서 자연을 꺾고 접하자.


-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라는 말에 공감했다.


- 직접 겪는 일이 중요한데 아이들에게 너무 제지하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든다.


- 늘 보았던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 자연은 어릴 적 내 일상이었다. 자연과 함께 했던 어릴 때 경험들이 정말 소중했다.


- 자연이 온통 놀잇감(장난감), 집안에 쌓아놓은 장난감이 따로 없었다. 요즘은 장난감이 거의 플라스틱 제품으로 너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것 같다.


- 느끼거나 느끼지 않아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연의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다.


- 꽃과 나무를 좋아했는데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면, 산에 가서 난을 캐오고 그걸 사진으로 올리는 이런 행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자연을 즐기는 방법이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접하지 않는 자연, 그것을 그림책으로만 보는 아이들은 ‘코끼리와 제비꽃'을 다른 크기로 볼 수 있을까? 자연을 접하지 않은 아이는 아마도 그림카드에 들어있는 코끼리와 제비꽃을 같은 크기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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