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ish May 19. 2022

직장인 박사, 졸업을 앞두고…

"논문 초심일정은 현재 조율중에 있습니다."


오늘 학교 행정팀에서 메일이 왔다. 회사를 병행하며 경제학 박사과정에 입학한 게 2018년 3월, 그러니 햇수로 벌써 5년차가 된 것이다. 일과 이후에 코스워크를 소화하고, 그 어려운 종시를 재시 끝에 통과하고, 수료 이후엔 10여 편의 SSCI˙KCI 논문(게재, 심사중 및 Working paper 포함)까지…. 입학 전에 언론사 기자로 일하며 직업적 정체성이 '언론인'이었는데, 이제 박사 졸업을 하게 되면 '경제학 박사'가 되는 것이다. 참, 시간 빠르다.



워낙 직장인 박사 관련 포스팅을 많이 올리다보니 이메일 문의를 받게 될 때가 있다. 또는, 새로 입학하는 석˙박사 후배 중에 입학 이전부터 내 브런치를 접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금 부끄럽기도, 고맙기도 했다. 일면식도 없지만 '직장인 박사'를 꿈꾸는 독자 분들이 있다는 걸 감안하여 조금 몇 가지 단골 궁금거리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다.




① 전공 적합성 : "대학원에 가면 뭘 전공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깊게 한 사람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현 직장에서의 매너리즘, 연구에 대한 관심 등 박사 지망생의 목표는 제각각 다를 것이다. 그런데 막상 입학하고 보면 입학 이전에 비해 전공과 방향이 바뀔 수 있다. 그 이유는,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상당히 트렌디하기 때문이다. 난 석사 때 재정을 전공했으며 전공을 좀 더 심화해서 연구할 생각으로 박사과정에 지원했었다. 실제 면접에서도 재정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고.


그런데 막상 2~3년에 걸쳐 코스워크를 마치고 나서 내 전공은 재무금융, 특히 ESG로 바뀌었다. 물론 지도교수님의 제안도 있긴 했지만, 실제로는 내 직장 현업을 비롯하여 산업 트렌드가 상당히 바뀌었으며 내 관심사 역시 자연스레 이쪽으로 옮겨진 것도 있다. 쉽게 말해, 3~5년 전의 내 관심과 현재의 내 관심이 다를 수 있다. 처음엔 관심이 없더라도 전공을 하는 과정에서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고.


요지는, 만약 박사과정을 하는 과정에서 지도교수가 나에게 특정 연구 주제를 권한다면 내 과거 관심이나 연구에 너무 고집부리지 말고 한번 받아들여보는 유연함이 있으면 좋을 거 같다. 그 연구 주제를 제안하신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본인이 너무나 기존 전공을 너무 유지하고 싶다면 말릴 수 없다.


② 지도 교수님 선정 : 난 지도교수가 한번 바뀐 적이 있다. 직전 지도교수님과 핏이 안 맞아서가 아니었다. 내가 기업에 다니고 재무회계 쪽에 관심을 갖다보니 좀 더 관련 연구를 하신 젊은 교수님하고 핏이 더 잘 맞다는 판단 아래 직전 지도교수님께서 권한 것이었다.


박사를 하게 될 학교의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사실 이에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게 '지도교수와의 궁합'이다. 예를 들어 내 연구에 관심을 갖고 계신지, 적극적으로 피드백 해주시는지, 연구 '외'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적인지 등 상당히 많은 변수가 대학원 생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가끔 유튜브나 김박사넷 등을 보면 지도교수의 갑질이라든지 이런 안타까운 사례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 나는 이런 일을 겪을 일이 전혀 없었다. 우리 학과 자체가 분위기가 좋기도 하고. 박사의 본업은 연구이고, 연구는 수많은 피드백의 결과이다. 그래서 지도교수가 굉장히 중요하다.


③ 커리어 변화 : "그래서, 직장과 병행하면서 좀 커리어에 변화 생기셨어요?" 아마 수많은 내 브런치 독자들이 궁금해 할 주제가 이게 아닐까 싶다. 나는 사실 이 주제가 (예비)박사과정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분위기를 보면 알겠지만 학계는 사실 상당히 보수적인 거 같다. 게다가 '직장인 박사'란 단어가 내포하듯이 국내 박사는 해외 박사에 비해 디스카운트 받는 부분이 큰 거 같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직장이나 연구소에 못 가능성이 갈 가능성보다 더 높고, 내 연구 논문의 주제가 좋더라도 핏이 안 맞거나 나이·학벌 등의 문제로 (생각보다) 커리어의 기회가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예비)박사과정에게 하나의 질문을 드리고 싶다.  

"박사과정이 당신의 커리어에 그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보장하지 못하더라도, 순수히 연구에 대한 애정만으로도 할 수 있나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아무래도 박사 학위를 갖는 것이 개인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가 되기 전까진 내가 정말 연구에 적성이 맞는지, 그리고 '그때'가 오기 전까지 연구의 질과 양을 끌어올리는 생활을 반복하며 현업, 혹은 풀타임 연구 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이건, 가족이나 지인, 심지어는 지도교수도 도와줄 수 없는 '개인 멘탈'의 영역이다.




요즘 워낙, 뜸하게 포스팅을 올리다보니, 아마 다음 포스팅은 디펜스 통과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혹시라도 직장인으로서 박사과정 입학에 궁금한 점이 있는 분들은 편하게 댓글을 달거나 메일을 주셨으면 좋겠다. :)

작가의 이전글 나이 많은 박사과정도 괜찮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