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병행하며 40세에 전임 교수 된 비결은?

by enish

벌써 한 학기의 강의가 끝났다. 학교 안팎에서 나는 '교수'로 호칭되지만, 실은 대부분의 내 커리어는 직장인이었다. 2011년부터 2025년 여름까지 대략 만 14년 넘게 민간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언론사 기자로 일했고, 대기업 직원으로도 일했다. 학회에서 다른 교수님을 뵙거나, 학교에서 학생들과 마주하게 되면 "교수님과 같은 직업 배경은 처음 봐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누군가도 직장을 다니며 박사과정을 밟을 수 있고, 또는 전업 박사과정에 매진하려 들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남겨본다.


나는 어떻게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꾸준함이었다. 회사 안에서의 내 모습은 여느 직장인과 다를 게 없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상사에게 보고하고, 다른 부서원과 티타임을 즐기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나의 퇴근 후 삶은 늘 일관적이었다. 나는 늘 두 가지만 했다. 논문을 쓰거나, 대학에 지원 서류를 쓰거나. 논문을 쓰는 이유는 너무 당연했다. 교수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량/정성적 평가 요인이었으니깐. 여담이지만, 내 전공인 '경제학'에서 SSCI 논문 한 편 없이 교수직에 도전하는 건 무모한 행위인데, 내 경우에도 3~4편의 SSCI 논문과 몇 편의 KCI 논문을 이력에 더했던 기억이 있다.


나의 경우엔 또 하나의 수고로움이 있었는데, 바로 대학 지원 과정이었다. 전임 교원을 꿈꾸는 이들은 모두 인지하고 있겠지만, 대학 지원 과정은 일반 기업체 취업과 완전히 다르다. 서류 양식부터 경력 증빙, 논문 증명, 자기소개서 등에 이르기까지 준비해야 하는 것이 대학마다 상이하다. 그만큼 준비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셈이다.


멘탈이었다. 전임 교원직에 도전하게 된다면, 이때부터는 '버티기' 모드다. 대학 교수도 결국 같은 교수님들이 뽑는 거라서 '정성 평가'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복불복의 영역도 크다. 내 경험상 기업체 취업과 가장 큰 차이는, 전임 교원직에 도전하는 박사는 능력치가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경제학 박사 기준으로 봤을 때 SSCI 논문은 후보자마다 웬만하면 3~4편씩 쥐고 있으며, 이 기준으로 보면 막상 1~2편이 더 있거나 덜 있다고 해서 크게 운명이 갈리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스펙이 상당히 갖춰져 있다보니, 운이 지독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참. 교수의 채용 과정은 '두 번의 서류 평가(기초/전공) → 학과 면접(추가 면접 가능) → 총장 면접'으로 구성되며, 이 과정에서 평판 조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끝단의 채용의 과정에서 이르는 과정에서 내가 '최종 후보자'가 될지, 안 될지 직관적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 부분은 글로 남기기가 참 애매하다..)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이 안될 수 있으면서도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언젠가 내가 교수가 된다면 어차피 면접 과정에서 마주치는 이들 모두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사람이다. 설령 나에게 기쁜 소식이 오지 않더라도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필요했던 건 바로,

긍정적인 마음이었다. 언젠가는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마주한다는 희망,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늘 지냈다. 특정 대학의 채용 과정에서 내가 떨어지더라도 그 학교와 핏이 맞지 않았겠지, 라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털어내면서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에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내가 속한 기관(기업)에서 늘 최선을 다하는 것, 대학 채용 결과에 결코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했던 거 같다.


한 가지 주의하고 싶은 건, 특정 대학 채용 과정에서 '내가 최종 합격할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가지면 결코 안된다는 것. 내 경험상 전임 교원 지원 과정은 기업체 취업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좋은 소식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담담하게 털어내면 된다.




글이 장황하게 길었지만, 결국 위 세 가지는 전임 교원 채용 과정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과정인 거 같다. 내 목적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내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도 꼭 해보자. 나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적격인지 여부를 스스로 점검하다보면 어느샌가 목표에 가까이 다가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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